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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줍는 까마귀 Aug 21. 2023

기자이너(기획자+디자이너)의 챗GPT 활용기

인공지능 시대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2


이전 화에서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조금은 철학적인 소리를 늘어놓아 보았는데요. 저는 그런 관점에서, 단순히 신기하다, 재밌다는 체험을 넘어 어떻게 실제로 업무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갈 수 있을지를 조금씩 고민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것 역시 소개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챗GPT나 미드저니 같은 지금의 인공지능 서비스들 자체는 사라질 가능성도 큽니다. 다른 고도화된 툴로 업그레이드되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이 서비스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같은 워크북 관점이라기보단, 이런 기술들 위에 잘 올라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관점에서 읽어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레퍼런스 리서치 시간 줄이기


현 공장 부지를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큰 프로젝트의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덧붙이면,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항은 굳이 밝힐 생각은 없으나, 아래 내용은 주관 기업을 통해 이미 발표(기사를 통한 PR)이 완료된 상황이라 대외비 이슈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라 건물을 모두 없애버리고 땅만을 활용하기는 조금 아까운 곳인지라, 기존의 헤리티지를 하드웨어(건축물)적으로도 소프트웨어(컨텐츠)적으로도 살리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재생건축’이 큰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는 건축에는 문외한입니다. 전공도 시각디자인이어서, 공간 디자인 전공자 분들에 비해서도 더더욱 이해도가 떨어지죠. 키워드 자체도 좀 어려운 데다, 유사한 규모의 프로젝트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물기도 하고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필요한 레퍼런스를 샅샅이 찾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레퍼런스 찾기에 챗GPT가 시간을 절약해 주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챗 GPT에게 물어봤죠.



일단 가벼운 도입으로 얘가 이 아이디어를 잘 알고 있을지부터 확인해 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재생건축과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내부에서 사용하고 있던 키워드를 쓴 건데, 조금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구글에 재생건축 키워드를 영어로 다시 물어,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Sustainable 도 이젠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라 프로젝트 컨셉 키워드 중 하나였는데 잘 참고하면 좋겠네요.



이 키워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례를 좀 내놓으라고 물어봅니다. 얻어걸린? 키워드를 동시에 만족하는 게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건축을 잘 몰라서 답변을 보고 바로 퀄리티를 짐작하기는 좀 어렵고 진위여부를 검증해 볼 필요는 있겠지만, 일단 이 리스트에서 시작하는 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좁혀보기로 했습니다. 상업 건물에서는 없는지, 아시아 지역에서는 없는지 사례를 더 내놓으라고 쪼아(?) 봅니다.


리스트를 뽑아내는데 집중하다가 살펴보니, 원래 의도인 ‘regeneration’보다 ‘regenaritve’에 더 적절한 사례들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챗GPT에게 따집니다.

예의 바르면서 의견도 명확하게 얘기하네요.. 상사에게 다른 의견 제시하는 화법을 챗지피티에게서 배운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쿨럭)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챗GPT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일단 무조건 자기가 실수였다고 인정해 버리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챗GPT의 대답도, 잘못에 대한 수긍과 수정도 너무 쉽게 신뢰하시면 안 됩니다. 내가 그 진위 여부와 정확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답변을 반영해서 수정해서 질문을 또 해봤는데, 제가 원하는 사례는 아니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바꿔, 이전 건축물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례를 알려달라고 해봅니다.


그랬더니 원하는 사례들을 찾아줍니다. 심지어 제 질문에 해당하는 새로운 키워드도 알려주네요.. 똑똑한 녀석. 원하는 방향을 구체화했으니 다시 한번 더 내놓으라고 쪼아봅니다.

이렇게 몇 가지 질문들을 계속해서 리스트를 쭉 뽑은 후, 이 리스트를 바탕으로 구글 서칭을 시작합니다. 유명한 사례들 위주로 선별된 거다 보니, 이를 구글링 해서 보다 보니 해외 건축 전문 블로그들도 발견했습니다. 디깅해서 들어가면 좋을 소스들을 챗GPT 덕에 빠르게 찾게 된 것 같네요.






2. 생각 정리에 도움 받기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업무에 적용해 볼 수는 없을까요? 사실 앞선 화에서 말한 것처럼 챗GPT는 ‘가장 일반적이고 무난한’ 답변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는 아직 조금 뻔한 수준의 답변만 얻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쓸만한 답변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생각지 못한 추가적인 생각의 방향 가지가 뭐 없는지, 또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하소연 들어주는 정도에 써보면 딱 좋은 것 같습니다. 무언가 막힐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말하는 동안 스스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매번 옆사람을 붙잡고 하소연할 순 없으니 챗GPT를 대신 괴롭혀봅시다.


햄버거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지난 헤리티지를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키워드를 가지고 브랜드 컨셉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해 보았습니다.

역시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좋아할 만한 워딩들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여기서 ‘하지만 단순히 재밌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표현을 PT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메모해 보았어요. 답이 나름 나쁘지만은 않았으니 내친김에 좀 더 질문해 봅니다.


역시 다 뻔한 내용들이지만, ‘고객과 함께하는’ 포인트를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즐길거리로 푼다는 점은 아이디어로 가져가볼 만한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예시의 수준이 너무 낮으니 조금 더 구체화해서 질문해 보겠습니다.

조금은 더 나아 보이는 답변입니다. 이 꼭지들을 가지고 아이데이션의 출발점으로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엔 다른 케이스입니다. 게으르던 브런치를 다시 박차를 가해보기로 하서, 도서 리뷰를 해보려고 하는데. 어떤 틀로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막상 정리가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챗GPT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생각하던 내용이 있으니 한 번에 많은 정보로 시작합니다.

좀 뻔한 소리를 정리해 준 것에 가까운 답변인데, 책의 예상 독자는 생각하고 있지 못하던 척도네요. 추천 대상도 넣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고자 했던 부분에 더 집중한 질문으로 좁혀봅니다.

 

사실 답변은 좀 시원찮다고 느꼈어요. 대신 얘기를 하다가 정리가 된 부분이 있어 의견을 물어봅니다.


여전히 좀 뻔한 답변만 해줘서 화가 나려던 차에, 적용해 보면서 수정해 나가라는 뜻밖의 현답(?)에 수긍하고 다음 질문을 계속해봅니다. 시각화 툴을 물어보는데, 반론도 하고 잔소리도 합니다. 워낙 사람처럼 답변하다 보니, 한국어로 얘기를 하다 보면 친구와 채팅하는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 다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케이스는 챗GPT가 저에게 준 큰 해답은 아무것도 준 게 없지만, 대화하면서 직접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3. 단순 리서치 줄이기


사실 업무를 하다 보면 이렇게 재밌는 일들만 하지는 않죠? 이번엔 단순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된 케이스입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아직 단순작업에 활용할 때 효율성이 더 극대화되는 거 같긴 합니다.


새로운 조직에 합류한 업보로, 정례화를 시키고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아주 단순 업무로, 해외 리서치를 가볼 만한 정기적인 글로벌 디자인 전시/박람회를 리스트업 해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전 같으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순업무에 짜증이 났겠지만, 이번엔 조용히 챗gpt를 활용하고 남는 시간에 커피를 좀 마실까 해요.


마찬가지로 일단 적당한 답을 주는지 확인해 보고, 괜찮은 것 같으니 더 달라고 쪼아봅니다. 분야를 확장하고, 좀 모아봤습니다.


이걸 몇 번 반복해서 충분한 리스트가 뽑힐 때까지 물어봅니다. 전시/박람회 정보는 저도 알고 있는 것들이라 답변을 검증하는 데는 크게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순식간에 리스트를 뽑아주니 좋네요.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좀 아쉬울 것 같죠? 원하는 형식으로 정리해 달라고 얘기합니다. 제목과, 날짜, 공식 홈페이지 링크대로 정리해달라고 하니 착착 정리해 줍니다.

 내용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면 ‘50개를 정리해 줘’ 등으로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요구하면 개수를 채워서 답변해 줍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이 데이터를 복사해 엑셀에 옮기고, 정리해 준 리스트에서 홈페이지를 클릭해 진위여부만 잘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나가는 말 : 영어를 써야 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이미지에서 보셨듯이 저는 주로 영어로 질문하고 있습니다. 영문으로 질문하는 게 답변 퀄리티가 실제로 더 높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여기서 좌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챗GPT를 쓸 때 기본적으로 옆에 창을 하나 더 띄워놓습니다. 바로 제 전용 통번역사, 파파고요. 하하. 물론 여기서도 파파고의 실수나 내 의도를 잘못 해석하진 않았는지, 또는 내 한국어가 문제였는지.. 잡아낼 수 있는 기본적인 영어 실력은 필요합니다. 그래도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작문을 빠르게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묘한 오류 정도는 챗GPT가 알아서 찰떡같이 이해해 주는 능력도 있어요. 파파고도 나름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하고 있으니, 인공지능 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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