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 : 요약 5 : 내 맘대로 설명 4
태그 #브랜드차별화 #인사이트 #마케팅
분류 경험기반 이론제시
난이도 light reading -✸---- heavy reading
추천독자 브랜드의 본질적인 차별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브랜드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싶은 주니어, 비슷비슷한 브랜드들 사이에서 회의감을 느껴본 기획자.
추천도 5 / 5
디퍼런트는 ‘경쟁을 통한 차별화는 허구다’라는 뒤통수를 때리는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기업들과 마케터들은 자신들이 지금 만들어내고 있는 미묘한 수준의 차이들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한 나머지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고 꼬집으며, 초경쟁 사회에서 진정한 차별화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생각거리를 제공한다’고 표현한 이유는, 실질적인 방법론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상을 제시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인사이트가 부족한 책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책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유명한 경영서 ‘블루오션 전략’의 내용과도 많은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이 보다 전사적인 경영 전략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면, 디퍼런트는 좀 더 소비자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고 있어 더 브랜드에 가까운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처음 읽은 후의 감상은 ‘공감을 넘어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라고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레드오션이기 그지없는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던 주니어였는데,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부분에서 업계에 대한 혼란스러움 반 애매한 회의감 반이 섞인 감정을 갖고 있었거든요. 마치 하버드 교수님이 네가 틀리지는 않았다며, 공감을 건네주는 것 같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아래는 책 내용 일부의 간단한 요약과 함께, 저만의 해석이 가미된 표현이 조금 섞여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책의 앞 절반 부분에 대한 내용을 주로 소개하려고 하며,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분 저자의 의도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핵심 내용에 가까울 수 있는 책의 후반부 절반에 대한 내용은 아주 가볍게만 소개하려 하니, 책에 흥미가 생긴다면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떤 편의점 브랜드를 제일 선호하시나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볼게요. 예전에 오랜만에 만난 한 지인과 대화하던 중의 일입니다. 그 지인은 편의점 업계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하고 있었고, 문득 제게 "근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어떤 편의점 브랜드를 제일 선호해?"라고 물었습니다. 사실 그때 제 대답은 "응???”이었습니다. 저는 1인 가구로써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고 또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 저에게는 편의점 브랜드들은 별개로 인식되는 곳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물론 편의점에 어떤 브랜드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소유 회사는 어디인지 까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편의점의 선택 기준은 가장 가까이 있는 곳, 좀 더 정확히는 내 동선에서 가장 효율적인 곳을 가는 '모두 그냥 편의점'이었거든요. 여러 이유에서 당황스러웠던 질문으로 기억납니다.
책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정확하게 브랜드의 이름을 집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세계를 떠나 비즈니스 세계로 다시 들어오는 순간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공식적인 언어로 브랜드에 대해 얘기한다. 일상 세계와 비즈니스 세계 사이에서 아무런 단절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다양한 브랜드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과잉 성숙으로 인한 카테고리 평준화
소비자는 마케터들이 설정해 놓은 제품 카테고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노력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문가들에게 분명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 초보자들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기 자신의 기준대로 해체하고 다시 조합합니다. 그래서 사실 한 제품 카테고리가 성숙해 간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제품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품들 간 차이는 점점 좁아지고 경계가 희미해져서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이런 상황을 카테고리 평준화라고 표현합니다. 한 카테고리가 과잉 성숙단계에 이르면, 그 안에서의 차별화는 희미해지고 소비자들은 그 카테고리를 그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하게 됩니다. 카테고리 내 브랜드들의 구분은 약해지고, 카테고리 자체가 하나의 존재로서 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요즘 올리브영이나 세포라 같은 대형 화장품 매장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특정 브랜드의 팬이라기보다는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경쟁할수록 평범해지는 이유, 철새무리의 자율조직 시스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저자는 이를 철새무리의 행동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정확한 대형을 갖추어 날아가는 한 무리의 철새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각각의 새들은 서로 간에 합의도, 누군가의 명령도 없이 각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면서도 줄을 맞춰 가지런히 날아갑니다. 이러한 질서를 자율조직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1. 다른 구성원들을 인식한다, 2. 그에 따라 구성원들이 움직이는 대로 방향을 수정한다.
그런데 기업들도 이 철새 무리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조사를 통해 경쟁자를 살피고, 포지셔닝맵을 작성하는 전통적인 마케팅 행동들은 기업을 근시안적인 시각에 갇히게 합니다. 시장조사는 경쟁자를 의식하게 하고,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의 내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게끔 만들어 결국 서로 비슷비슷해지게 됩니다. 저자는 이를 보고 기업들이 ‘꼬리잡기 놀이에 빠져있다’고 묘사합니다. 마케터들은 이 미미한 차이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스스로는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는 중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막상 그들은 차별화의 전문가가 아니라 모방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는데 말이죠.
과잉성숙된 카테고리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 행복의 쳇바퀴와 초세분화.
기업들이 추구하는 ‘제품의 진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기존 제품에서 특성을 강화하고 기능을 추가하는 추가적 확장,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형태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을 세분화하는 증식적 확장입니다. 문제는 두 방향 다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하면 암울한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추가적 확장은 끊임없이 더 나은 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기본 기대치가 올라가는 ‘행복의 쳇바퀴’ 효과가 발생합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만 소비자들의 상대적인 만족감은 줄어들게 됩니다. 증식적 확장의 방향은 계속적인 시장 쪼개기에 의해 전문가가 아니면 차이를 알아보기도 힘든 '초세분화'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때 소비자들은 브랜드 간 차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두 상황 다 기업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상식 범위를 넘어선 불필요한 노력일 뿐입니다.
경쟁 무리에서 탈출하는 방법, '아이디어 브랜드'
이러한 현상 속에서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이들을 저자는 ‘아이디어 브랜드’라고 소개합니다. 이 아이디어 브랜드의 유형에 대해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물론 이 세 가지 유형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씩 걸쳐있습니다. 책에서는 각각의 유형과 그 사례, 유의할 점과 공통점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저는 간단한 소개만 하려고 합니다.
아이디어 브랜드의 세 가지 종류 : 역브랜드, 일탈 브랜드, 적대 브랜드
역브랜드 :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단을 내린 브랜드들입니다. 기존 브랜드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기로 결정을 내린 용기 있는 브랜드죠. 현재의 소비자들이 과잉만족의 상태에 빠져있다고 바라보고, 단순함의 자유, 마음의 휴식과 같은 가치들을 제공합니다. 큰 예시로 ‘구글’과 ‘이케아’가 있습니다. 저는 이 역 브랜드 챕터에서 “구글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사실 그들이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에 있었다”는 표현에 밑줄 그었습니다.
일탈브랜드 : 기존의 카테고리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소비자들을 끌고 들어가는 브랜드입니다. ‘스와치'는 고급시계에서 패션 액세서리로, ‘소니'는 로봇에서 애완견으로 자리 잡는 전략으로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이 일탈 브랜드들은 대부분 기존의 카테고리 안에 새로운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라고 보면 되는데, 이 부분에서 이 유형의 브랜드들은 브랜드 용어 중 ‘서브타이핑 포지셔닝’과 맥락이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행동을 바꾼다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들이 끌고 들어가는 새로운 카테고리는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카테고리여야 합니다. ‘태양의 서커스’ 역시 일탈브랜드의 한 예입니다. 기존의 서커스의 요소들은 대부분 버리고 춤, 연극, 음악, 체조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완전히 재창조해 냈지만, 스스로를 계속 서커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계에 도전하는 모험가를 자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적대브랜드 : 손님이 왕이라는 비즈니스 세계의 절대적인 진리를 무시하는 브랜드들입니다. 제품의 단점을 숨기려고 하지도, 소비자를 설득하려고도 하지도 않습니다. 이른바 ‘싫으면 말던가’의 태도를 견지하는데,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로 ‘미니쿠퍼’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소개합니다. 대형차에 대한 선호가 지배적이던 미국시장에서 미니쿠퍼는 오히려 ‘얼마나 놀랍도록 작은지’를 더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도발적인 광고를 진행합니다. 미국 패션브랜드 ‘홀리스터’도 빅사이즈를 아예 생산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마른 사람들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이를 좋아하는 10대들을 강력한 소비자로 모으고 있죠. 저자는 이 유형의 브랜드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를 거절하는 위험한 전략을 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이중적인 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비즈니스 세계를 삐딱하게 보려는 노력
저는 이 책에서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이 저자의 태도였습니다. 서두에서 이 책은 생각 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이라고 소개했었는데, 사실 저자는 머리말에서부터 이를 공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행동들은 결코 논리적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세계의 진실 역시 복잡하고 모순투성이인 길을 걸어가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다며 말입니다. 저자가 추구하는 건 100%의 정확한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걱정은 뒤로하고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2%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고, 이 역시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라고 말합니다. 이 표현이 제멋대로 인사이트로 브런치를 써나가고 있는 저에게 또 의미 있게 다가오는 한 줄이었어요. 여러분은 어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 싶으신가요?
책 정보 보러 가기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2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