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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줍는 까마귀 Jul 20. 2022

스노우피크 2: 명확한 철학의 힘을 보여주는 브랜드

스노우피크 2화 | 철학에서 연결되는 디테일이 실제로 실현되는 곳

아래 글은 HFK라는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모임의 개인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 추가 발전한 기록입니다. 스노우피크 브랜드 조사를 위해 다음의 1차 저작물들을 참고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매거진B , 롱블랙퍼블리네이버블로그

스노우피크는 프리미엄 캠핑용품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브랜드 입니다. 1958년 일본에서 등산용품을 시작으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Outdoor lifestyle Creator 라는 태그라인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패밀리캠핑 영역에 집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아시아권 시장 비중이 높은편이며 국내에는 지사를 두고 직접 진출해 있습니다.
*류승범 배우를 모델로 하는 스노우피크 어패럴(일상복라인)은 감성코퍼레이션라는 국내 회사가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별도로 전개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스노우피크 1화에서 이어집니다, 아마도?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는 브랜드,
그리고 그 철학에서부터 디테일까지의 연결이 정말로 실현되는 곳

스노우피크는 왜 사람들이 아웃도어 생활에 향수를 갖고 캠핑을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브랜드 철학이라는 용어는 현업에서는 꽤나 다양하고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철학은 : 보다 근본적인, ‘이 사업을 영위하려고 하는 가장 기저에 깔린 인문학적인 신념'에 가깝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걸 찾아주는 걸 즐긴다) 그래서 브랜드의 철학은 브랜드 가치나 목표, 미션, 비전 같은 것들과는 명확히 분리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쓰이기를 주장하고 있다.


스노우피크는 그 관점에서의 철학, 즉, 이 사업을 영위하는 기저의 신념을 명확히 마주하고 고민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사례였다. 스노우피크는 왜 우리는 사람들에게 캠핑을 이야기하려 하는가를 스스로 바라본다 : 그래서 왜 사람들이 아웃도어 생활에 향수를 갖고 캠핑을 하고자 하는지부터 들여다 본다.



아웃도어 시장이 있는 나라의 공통점은 스트레스가 많은 선진국이라는 것입니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고, IT강국이며, 조직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이죠. 동물로서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을 지키기 힘들게 되고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흘러가버린 자연의 생활을 조금은 되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결국 아웃도어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 CEO 인터뷰 중




제품 개발 원칙에 녹아나는 철학

이렇게 본능을 들여다 본 스노우피크는 그렇기 때문에 캠핑용품은 기능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서적인 가치도 절반은 차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이 철학은 브랜드의 제품 개발 원칙에서도 흘러나온다. 바람을 감지해 흔들리는 호즈키랜턴이 가장 걸맞는 사례라고 생각했다. 스노우피크의 베스트셀링 제품 중 하나인 호즈키랜턴은 바람의 흔들림에 반응해 LED 등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https://youtu.be/l87czyFdduE

 스노우피크의 호즈키랜턴 | 산 속 선사에 매달린 호롱불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사실 이성적으로만 따지면 LED 랜턴이 바람을 인지해서 흔들려야 하는 이유는 없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처구니 없는 선택에 가까울 것이다. 안정적인 빛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인공 조명인데, 그걸 굳이 흔들리게 만든다고? 그걸 위해 바람을 감지하는 센서를 추가로 넣어서 복잡한 구현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브랜드 철학에서 출발하는 원칙은 이런 디테일에 명확한 why를 제공한다. 이 작은 랜턴이 바람에 흔들려야 한다는 디테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흔들림 없는 방향성을 제시했을 것이고, 이는 실제로 매출에서까지도 훌륭한 효과를 가진 걸로 드러났다. 호즈키랜턴은 스노우피크의 베스트셀링 제품 중 하나이다.


브랜드가 별다른 철학 없이 ‘감성은 좋은거니까', '좋은게 좋은거지', '모르겠는데 예쁘니까' 등의 수준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면 어땠을까? 철학에 대한 고민 없이 나오는 디자인은 이상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쉽상이다. 단단한 철학에서 나오는 기술과 감성의 적절한 조화는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이유가 되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길잡이가 된다는 걸 스노우피크의 사례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 확장도 철학에서부터, 흘러가버린 자연의 삶에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스노우피크 브랜드의 컨셉은 Outdoor Lifestyle Creator 이다.


스노우피크는 사람들에게 아웃도어 라이프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꽤 진심인 것 처럼 보인다. 최근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은 얼핏 이제는 원칙을 깨고 문어발식 사업을 전개하는걸까 싶은 생각을 잠시 하게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부분 공간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확장은 모두 사람들에게 ‘아웃도어 삶'을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한 맥락으로 보였다.


고품질을 유지해야 하므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건 있을 수 없지만 (1화 참고)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아웃도어 삶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 체험장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캠핑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캠핑을 체험해 볼 수 있게 꾸며진 하쿠바 지역의 캠핑 시설에는, 빈손으로 와도 스노우피크 제품으로 캠핑이 가능하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기에, 차가 없는 사람도 편히 올 수 있다. 별다른 준비 없이 몸만 와도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빈손캠핑장’ 공간을 현재 일본 전역 8군데 정도 운영중에 있다.



아파트 마당에서 캠핑을

스노우피크는 2019년 주택 사업까지 확장한다. 아파트 마당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건데, 일본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와 협업해 ‘어반 아웃도어urban outdoor’라는 이름의 주택 개발 솔루션을 출시하기로 한 거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입주자가 원하면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캠핑하는 기분을 낼 수 있게 집을 수리해주고 담벼락에는 식물을 심어다. 도쿄 하루미(晴海)라는 지역의 한 맨션에선는, 약 150평의 공용 마당을 캠핑장으로 만들고, 필요한 캠핑 도구를 무료로 빌릴 수도 있게 했다. 당연히 모두 스노우피크의 제품이다.


나아가 니가타시에는 아마노 엘칼Amano Elkaar이라는 주택단지를 내놓았는데, 이 단지는 집집마다 연결된 ‘아웃도어 거실’이 특징이다. 주민들이 모여 모닥불이나 바베큐를 즐길 수 있고, 스노우피크의 스태프가 정기적으로 맨션을 방문하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웃도어 스킬을 전수해 준다고 한다. 참고로 스노우피크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먼저였다고 하지만, 부동산 사업 자체로도 꽤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아마노 엘칼 Amano Elkaar


주거지역을 넘어, 사무실까지

사람들에게 이웃도어 라이프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에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스노우피크는 사무실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일본 도심 내 공원 등에 캠핑 오피스를 설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여 왔는데, 광장에 대형 그늘막이 텐트, 일반 텐트, 모닥불 화로대 등을 설치하고, 회의용 책상과 의자, 화이트보드를 갖춰 놓은 '아웃도어 오피스' 사업을 하고있다. 생각보다 잘 되어서 지금은 본격적으로 B2B사업을 전개하는 자회사도 있고, 공유오피스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일반 기업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개인도 캠핑오피스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브랜드의 명확한 철학이 있고, 흔들리지 않고 연결되는 컨셉과 디테일까지.
이런 확고한 신념만이 요즘 브랜드가 가지는 수많은 접점의 경험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스노우피크는 가히 이상적이었다,





Outro : 
그래서 브랜드의 정석 같은 이야기가 정말 현실에서도 작동하는 이야기일까 


정석에 가까운 제품과 단순 매출 확대를 위한 시장 확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외치는 자신감. 제품을 만들때에는 디테일에 집착하고 퀄리티에 타협하지 않는다. 출시된 제품도 끊임없이 개선하고, 브랜드에 있어야 하는 제품만을 만든다는 오리지널리티 정신은 장인에 가깝다. 전 직원이 고객과의 직접적인 대화에 진심이고, 본질적인 고민을 통해 가진 확고한 철학은 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이상적이기 그지 없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정석’에 가깝게 운영하는 브랜드들을 보면 한편 혼란스럽다. 사실 나에게는 이게 당연한 답처럼 느껴지는데, 현실 속 브랜드들은 이렇게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마케팅에서는 브랜드가 생동감을 주기 위해서는 적당히 빠른 주기로 신제품이 규칙적으로 나와주어야 한다고 하고, 영업에서는 시장 확장과 할인 프로모션 없이는 매출도 없고, 브랜드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실, 그들도 잘 굴러가고 있다. 


이에 대해 HFK 토론 시간에 질문을 던졌었는데, 토론 중 나왔던 인상적인 표현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오래가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결국 스노우피크의 공통점을 갖고 있기는 하더라.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에 집중한 브랜드가 아니라, 오리지널리티 또는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결국 오래간다. "
" 정석이 쉬워보이지만 사실 지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견뎌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도 필요하고, 그 방법을 안다고 해서 모두가 잘 성공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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