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가장 그 단어에 합당한 브랜드가 아닐까
아래 글은 HFK라는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모임의 개인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 추가 발전한 기록입니다. 스노우피크 브랜드 조사를 위해 다음의 1차 저작물들을 참고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매거진B , 브런치
룰루레몬은 국내에서는 ‘요가복계의 샤넬' 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프리미엄 요가복 브랜드입니다. 서핑과 스노보딩 등의 아웃도어 의류 회사를 운영하던 캐나다인 창립자가 요가 트렌드를 주목하면서 1998년 시작했습니다. 여러 번의 CEO리스크가 있었지만, 지금은 애슬레저룩과 아웃도어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최근의 주력 사업은 남성복시장과 아시아시장의 적극적 확장이라고 합니다.
Intro: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말은 이제는 권태롭게 들릴 정도로 흔해졌다. 흔해지기만 하면 다행인데, 사실 유행을 심하게 타면서 좀 오염되었다. 있어보이고 싶다는 이유로 ‘네 라이프스타일의 한 조각을 구성할 지도 모르는 제품을 팔고 있다’는 핑계만으로 가져다 쓰는 바람에, 이제는 대충 이것저것 다 팔고 싶은 곳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뭔데? 라는 질문이 드는 분께는 이미 좋은 설명을 해주신 밤은 부드러워 님의 브런치 글을 하나 먼저 소개하고 싶다. 말 그대로 제품이나 제품의 가치를 넘어서 삶의 방식 자체를 제안하는 브랜드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제안하는 삶의 방식이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과 철학에서 나온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룰루레몬이야말로 그 단어에 가장 합당하지 않을까.
룰루레몬을 브랜드 탐구하는 동안 든 가장 큰 감상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합당하다"는 것이었다. 앞서 소개한 브런치 글에서 나오는 것 처럼, 브랜드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소비자와의 거리를 메워주는 컨텐츠들이 필요하다. 이케아는 이미지로, 무인양품은 호텔 등 사업 확장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룰루레몬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관점에서 그 어떤 브랜드들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이렇게 살면 멋있을 것 같지 않나요?’ 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이렇게 살자, 이리 와!’ 에 가깝다.
: 커뮤니티, 커뮤니티, 커뮤니티.
룰루레몬은 브랜드 업계에서 ‘커뮤니티를 잘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룰루레몬 매장은 영업 시간이 끝나면 로컬 커뮤니티의 활동 장이 된다. 요가 수업부터 러닝 클래스, 그리고 각종 이벤트 등이 주기적으로 열리는데, 그 모습이 다른 브랜드에서 흔히 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룰루 레몬이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해당 매장의 매니저는 자율 책임과 권한을 갖고 주변의 로컬 인플루언서를 직접 찾아 나선다. 인플루언서가 룰루레몬의 앰배새더가 되기로 결정하면 앰배새더는 자신이 이미 주변에 형성해 놓은 독자적인 커뮤니티의 힘을 활용해 룰루레몬 매장이 커뮤니티에 효과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다.
룰루레몬이 여는 국내 행사의 규모만 봐도 얼마나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싶어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제품을 파는 것보다 더 진심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런 룰루레몬의 강점이 단순히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적극적인 전달’ 에서부터 발현된 것처럼 느껴졌다.
룰루레몬이 이렇게 진심인 것 같아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은 “스웻 라이프" 라고 부른다. 룰루레몬의 구성원들은 스웻라이프를 설명할 때, 활동적인 삶, 일과 삶의 균형 정도의 키워드로 이야기하는데, 룰루레몬이 나이키나 다른 기존 스포츠 브랜드와 가장 대비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룰루레몬이 이야기하는 라이프스타일에는 ‘완벽과 도전'이 없다. 나이키를 중심으로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이야기하는 ‘포기를 모르는 스포츠 정신’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룰루레몬은 이런 행보는 최근의 사회적 흐름과 잘 맞아 떨어져 ‘애슬레저 룩'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나이키가 따라오기엔 한 발 늦은 영역이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토론을 하던 중 룰루레몬이 과연 나이키를 넘어설 수 있을까? 라는 논제가 있었는데, 물론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 베팅하는 건 다른 문제겠지만 나는 이 스웻라이프 자체, 즉 룰루레몬의 라이프스타일이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룰루레몬이 추구해온 이런 부담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스포츠 정신은 확실히 현재까지는 비어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경제적 여유가 늘어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웰니스에 관심을 갖으며 스포츠를 즐기게 될테고, 그 때에는 룰루레몬이 이야기하는 이런 ‘덜 매니악한’ 스포츠 정신을 좀 더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늘어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이키의 스포츠 정신 | 나이키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정신을 이야기해 왔다
vs
룰루레몬의 스포츠 정신 | 룰루레몬은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움직임에 대한 응원을 보낸다
Outro :
앞서 추천한 브런치 글에서 인용해보자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부흥하게 된 데에는 “더 나은 삶은 무엇인가" 에 대한 인류의 고민과도 연결되어 있다. 오랜기간 동안 더 나은 삶은 ‘부유한 삶' 이었고, 그래서 브랜드에서도 ‘럭셔리' 나 ‘프리미엄'과 같은 가치들로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지음으로써 브랜딩해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요즘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돈을 기준으로 ‘더 나은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을 구분하는 걸 넘어 그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덴마크의 ‘휘게' 일본의 ‘미니멀리즘', 그리고 요즘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로컬 브랜드로 대변되는 ‘킨포크’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도 그렇게 등장했다. 사람들은 '부로 특정짓지 않는 더 나은 삶의 대안' 을 원하고, 브랜드들은 그 가치관을 대변해주는 방향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여기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룰루레몬의 열정에 감동을 받았더라도, 사실 모든 브랜드가 섣불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염두했으면 좋겠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또 이야기 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 강력할수록 그 가치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끌어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어설픈 허풍보다는 심플하고 담백한 매력이 더 통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