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인류가 발전해오며 깊게 고민해온 주제 중 하나입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의 해답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그중 오랫동안 삶에 대한 올바른 정의는 사실 ‘돈’과 연결되어 있었죠. 지역의 삶이 보편타당한 올바른 방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먼저 부유함이 인증되어야 했고 그 부분은 올바른 삶과 나쁜 삶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점이었습니다.
브랜드 역시 오랫동안 ‘잘 사는 것’에 대한 정의를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 지음으로써 브랜딩 해왔습니다. 제품을 살 수 있느냐? 에 대한 갈림으로 살 수 있다면 멋진 삶, 없다면 모범의 삶이 아니였죠. 럭셔리와 프리미엄이 올바른 삶의 대표 키워드였고 브랜딩의 초점은 ’ 보기 좋은 제품’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유독 그러한 전통적인 경향은 촌스럽고 때론 부적절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부유함으로써 삶의 행복을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터무니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개인 SNS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세상에는 삶의 정의할 수 있는 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가?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일까?’ ‘다르게 살면서 행복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삶에 대한 방식을 만들어냈습니다. 덴마크의 휘게나 일본의 미니멀리즘은 이런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삶의 트렌드였죠. 이러한 대안적 삶의 방식에 기대어 탄생한 것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소비자는 SNS을 통해 나와 비슷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운데 분명 더 끌리는 사람과 매력적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값비싼 제품이 아닌 나름의 철학과 방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꾸려나가는 삶을 알게 된 것이죠.
더 끌리는 삶은 무엇인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가진 함의는 그 단어가 품는 일반적인 의미와 다르게 더 나은 삶에 대한 깊은 철학에 기저 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스타일과 관계없이 그 안에 일관되게 유지되는 맥락과 나름의 해석이 존재해야만 진정한 라이프스타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본질 역시 삶에 대한 깊은 철학에 근거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혹은 제안한다. 는 것은 하나의 삶의 관점을 깊이 이해하고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단순한 취미나 취향이 아닌 추구하는 삶의 전체적인 모습과 맥락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이죠.
때문에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매력적인 제품 꾸러미가 아닌 삶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과 맥락을 갖춘 제품이어야 합니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통찰할 수 있는 해석이 없다면 그 제품은 전통적 브랜딩 방식인 "부"를 제안하는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의미 없는 과장에 속지 않습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
최근 기업 입장에서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기존 브랜딩 관점인 ‘부유함’의 방식이 자극적이고 1차원적인 촌스러운 방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방법이 이제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이죠. 수많은 브랜드가 난립하는 가운데 그런 인위적인 방식은 이제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브랜딩 관점이 "이 제품이 최고야" "이걸 쓰면 넌 멋진 삶을 살 수 있어"라는 일방적인 메시지였다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때요?’라는 폭 넓은 제안을 통해 보다 교류적이고 자연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강요가 아닌 소비자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것 입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이해하고 끄덕인 고객이 그 브랜드를 이탈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습니다. 인간은 쉽게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법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추구하는 부분 역시 이와같은 브랜드와 소비자간의 정서적인 커넥션입니다.
이케아는 실용주의 관점과 자연색의 깔끔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섞어 가구뿐 아닌 주방용품, 소형가전 등의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고 무지는 미니멀 라이프의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의류, 잡화, 문구 등 경계가 없는 제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창의성과 새로움을 쫓는 제네레이션의 모습을 자신의 브랜드와 연결시켰죠.
한국 역시 최근 올바른 삶, 나다운 삶에 대한 인식이 대두되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 트렌드에 맞추어 최근 라이프스타일 샵을 표방하는 가구 브랜드나 인테리어 잡화점, 생활용품 매장들이 많아졌죠. 기존 편집 샵들 역시 라이프스타일 샵으로 명패를 바꿔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지 못하는 잡화점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예쁘고 신기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결코 일관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갖고 있는 한계점은 메시지 전달력의 부재에 있습니다.
공백을 메워주는 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성공적인 삶의 방법으로써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차별화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브랜드가 제안한 삶의 모습과 소비자 입장에서 인지하는 삶의 모습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브랜드가 미니멀리즘적 삶을 제안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그 삶의 이유를 공감하지 못했다면 브랜드와 소비자의 인식 간 틈이 생긴 것입니다.
때문에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되기 위해선, 라이프스타일의 틈새 매워줄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북유럽풍의 이케아적인 삶’의 라이스프타일은 사실 매우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또한 그런 철학을 추구하는 제품의 매력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 역시 단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단순 제품으로써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추상적인 삶을 구체화하고 그런 삶을 가슴설레고 소망하는 삶으로써 꾸며내는 것은 2차 콘텐츠의 역할입니다. 디테일한 설명과 묘사가 결여된 라이프스타일은 이해되기도 전파되기도 어렵습니다. 북유럽 삶이 매력적인 삶으로써 인식되고 이케아 철학이 ‘숭고한 삶’ 으로써 전파된 것은 그들이 배포했던 다양한 콘텐츠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이케아 가구의 철학과 디자인을 소화해낼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는 것은, 소비자 맘 속에 그런 삶이 갖고 있는 가슴 설레는 선정보가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콘텐츠의 힘은 강력합니다. 무지는 ‘무지스러운 삶’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인양품의 철학을 담은 1600페이지에 달하는 매장운영 가이드인 무지그램을 만들었고 무지스러운 삶이 재현되는 호텔을 구성했습니다.이케아 창업자 캄프라드 역시 창업 후 집중했던 부분은 디테일한 글과 이미즈를 통해 이케아 적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전파하는 것이었습니다.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로써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기엔 브랜드와 소비자 인식 간의 디테일한 공백이 너무 큽니다. 그 점을 삶의 철학을 닮은 이미지, 동영상, 글이라는 깊이 있는 해석으로 채워야 합니다. 특정 라이프스타일이 이해되고 지지받기 위해선 풍요로운 삶을 위한 유익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죠.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놓치고 있는 부분 역시 이 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추종하기 위해선 합당한 이유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부지런히 2차 3차 철학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파해야 되는 것이죠. 무엇이든 많이 노출되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생각도 그렇게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츠타야의 CEO 마스다 무네야키는 자신의 저서 지적자본론을 통해 츠타야 철학을 집대성했고, 국내에서도 10권 이상의 서적을 통해 츠타야 철학이 전파 되었습니다. 콘텐츠로 엮어진 츠타야 철학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츠타야는 나름의 지적 라이프스타일을 공고히 해나갔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을 대거 끌어들였습니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핵심은 현재의 삶이 아닌 미래의 삶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다'가 아닌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와 연결됩니다. 손에 닿을 듯한 거리감과 근접성을 줘야만 합니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라이프스타일에 가닿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단순히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불가능합니다. what이 아니라 ‘How’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방법을 제시해줘야 하죠. 많은 취향을 담은 잡화점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닌 잡화점으로 인식되는 것은 방법에 대한 생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의 공백을 메워내는 일은 결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감각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는 매우 소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핵심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맥락 안에서의 제품을 해석해주고 설명해주는 ’ 제안력’에 달려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는 친절하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단면과 철학을 소개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브랜드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삶의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더 매끄러운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안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