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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은부드러워 Jan 10. 2019

관점을 담은 공간이 살아남는다

사라져 가는 매력적인 공간들


공간의 확장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 경험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브랜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고 확장되고 있죠. 정교하게 설계된 공간 경험은 고객에게 뚜렷이 기억될 뿐만 아니라 전파되고 옹호됩니다. 정밀하게 갖춰진 공간은 그렇게 효과적으로 확장되곤 하죠.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는 일찍이 '경험되지 않는 제품은 구매되기 어렵다.'라는 말을 남기며 브랜드의 오프라인 채널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공간은 고객이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입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브랜드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으면서 좋은 위치에 유명한 건축가를 쓰며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죠.  


허나 그런 막대한 투자와는 반대로 가로수길이나 명동역을 가보면 쓰러져 가거나 없어져 버린 수많은 매력적이었던 매장을 볼 수 있습니다. '공간 경험이 중요하잖아.'라는 흐름에 맞춰 한껏 꾸며진 공간을 구성했지만 그 지속력은 매우 짧았습니다. 왜. 공간은 휘황찬란한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자취를 감출 것인가. 브랜드에게 있어 그 공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간을 통해 제품은 온전히 경험될 수 있다. 애플스토어



공간 브랜딩


 브랜드 입장에서 성공적인 공간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 공간의 본질은 예쁜 꾸밈이 아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습니다. 관점이 있는 공간입니다. 많은 공간 마케팅에서 주를 이르는 것은 어떻게 바이럴을 만들 것인가? 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바이럴을 목적으로 인스타 존을 만들고 독특한 풍의 콘셉트를 만들어내죠.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스타 존과 트렌드를 따르는 독특한 컨셉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치와 연결성이 없다면 그런 반짝임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버리게 되죠. 관점과 콘셉트는 다른 개념입니다. 레트로풍의 콘셉트를 따라 공간을 획기적으로 구성하더라도 브랜드 가치가 녹아들어 가 있지 않다면 브랜딩 관점에서는 무의미합니다. 콘셉트는 휘발적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죠.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브랜드를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선 브랜드 만의 확고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시설이 열악한 누추한 맛집은 공간 퀄리티 면에서 형편없지만 '맛' 이란 음식점의 본질적인 목적에 있어서는 매우 훌륭하죠. 결국 브랜드가 갖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공간은 디테일하게 조율되어야 합니다.  



공간의 한 끗을 브랜딩 하다


코스메틱 브랜드 이솝(Aesop)은 '최고의 품질의 건강한 제품을 만든다.'라는 제품 철학을 바탕으로 예산의 무려 80%를 제품 개발에 투자합니다. 예산의 60%를 패키지, 30%를 마케팅, 나머지 10%를 제품에 투자한다는 뷰티업계의 통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죠. 이솝은 한 가지 제품의 완전 무결함과 깨끗함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3~4년을 제품 개발에 힘을 쏟죠.


이솝이 처음 한국에 들어와 소비자들의 이목을 모은 것은 매장이 보여주는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였습니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매장의 톤 앤 매너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란히 진열된 수많은 제품들. 이솝의 매장 공간은 그들이 내거는 가치 '완전무결성과 깨끗함'에 따라 구성됩니다. 미니멀리즘 적 철학이 담긴 반듯함과 완전한 균형 그리고 절제미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완전무결한 제품 가치를 물리적으로 구현합니다.


절제되고 반듯한 균형을 통해 이솝은 자신의 브랜드 철학을 전파합니다.


 이솝 매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매장 중앙에 자리한 '개수대'입니다. 이곳은 이솝의 모든 제품이 시연되는 플랫폼이기도 하죠. 고객은 이곳에서 진열된 모든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직원은 매장 중앙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시연하고 이솝의 철학을 말하며 깨끗한 물로 고객의 손을 씻겨주죠. 일종의 퍼포먼스의 장입니다. 


'개수대는 이솝의 브랜드 그 자체다.' 이솝의 창립자 파피티스는 말합니다. 완전 무결한 품질과 깨끗함을 말하는 이솝의 브랜드 철학은 균형과 절제가 담긴 매장과 정갈한 톤의 개수대에서 완전히 경험됩니다. 천연 향의 거품이 개수대 위에서 씻겨 내려갈 때 고객은 이솝의 브랜드 철학을 온전히 느끼게 되죠. 


공간 브랜딩의 핵심은 브랜드의 정수가 담긴 포인트 입니다. 깨긋함을 말하기 위해선 깨긋함을 상징하는 무엇가가 자리잡고 있어야하죠. 공간에 브랜드 만의 관점을 담을 때 그 공간은 제품과 함께 온전히 경험 될 수 있습니다. 관점을 담은 공간의 미덕입니다.  


정갈한 톤 앤 매너의 이솝 매장
개수대는 이솝 매장의 핵심이다.



공간을 제안하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닌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일본의 서점 브랜드 츠타야 CEO 무네야키는 말합니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서점과 멀어질 때 무네야키가 던진 통찰은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 된다. '는 것이었습니다. 


"제안을 팔아라." 그가 던진 오프라인 공간의 간단한 솔루션이었습니다. 영풍문고와 교보문고 그리고 반디앤루니스. 고객이 순간 이동하여 서점의 정중앙에 섰을 때 과연 3개 매장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만큼 서점이란 공간은 획일적이고 심심한 공간으로 구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안을 팔아라. 서점만의 제안이 가득한 스틸북스

 

 지난주 사운즈 한남에 자리한 스틸북스에 방문했습니다. 스틸북스는 매거진 B로 유명한 JOH가 운영하는 중간 규모의 서점이죠. 스틸북스는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은 브랜드 매거진 B와 인사이트가 가득한 잡지가 진열되어 있고, 2층에는 일과 생활 3층에는 예술과 디자인 4층에는 사람과 사유에 대한 서적이 진열되어 있죠. 


스틸북스가 여타 서점들과 다른 것은 책의 구획과 관점에 따른 편집에 있습니다. 서점의 중앙에는 스틸북스가 제안하는 서적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과 브랜드를 다루는 기업답게 해당 분야의 서적은 매우 감도 높은 서적들로 채워져 있죠. 특기할 점은 신간과 베스트셀러가 꽂혀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스틸북스의 관점에 맞는 책이 진열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책은 매주, 매달 새로운 주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구성됩니다. 내용이 좋은 새로운 서적이 발매되면 그 책의 주제에 맞게 공간의 구성은 재배열됩니다. 스틸북스 만의 감도 높은 인사이트가 궁금한 고객은 수시로 스틸북스를 찾게 되는 것이죠. 결국 스틸북스가 파는 것은 서점이 아닌 인사이트가 가득한 제안입니다. 스틸북스만의 관점이 담긴 공간은 그 순간 차별화된 브랜드가 되는 것이죠.


서적이 아닌 제안을 파는 스틸북스.



공간과 브랜드의 커넥션


 공간 마케팅의 효용은 제품 철학과 소비자의 경험이 한 선에 정렬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정렬된 브랜드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전파자가 되고 열렬한 옹호자가 되죠. 그런 이유로 꾸며지고 갖춰지고 대폭적으로 투자된 플래그쉽 스토어는 궁극적으로 기존 브랜드와 커넥션을 근거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공간 마케팅을 통해 기존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전체 소비자 경험으로 녹이고 통합시킬 것인가. 그 연결에 대한 논리 적면서도 감성적인 커넥션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간 구성의 핵심은 기존 브랜드에 대한 과대포장에 있지 않습니다. 고객은 똑똑하고 과장된 것을 분별하고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죠.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숙고와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재해석을 통한 메시지를 도출해야만 브랜드 만의 공간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명동에는 이미 지쳐버린 많은 플래그쉽 스토어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활력을 잃었는지 깊게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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