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ikun Jul 17. 2018

새로운 물결 속 사람의 부재

사람의 빈자리가 늘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꼈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 연결되고 융합하는 사물의 지능화가 이끄는 시대를 일컫는다


어디 가서 내 전공에 대해 설명하기를 간단히 4차 산업혁명 관련된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위의 복잡한 정의를 이해할 수 없다. 무슨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고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이야기일까. 아마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 도서나 기사에는,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이 주창했다는 이야기가 서두를 차지할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폰의 탄생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등장을 꼽을 것이고, 모바일과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기술과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우리가 체감하기로는 인터넷과 연결된, 어느 정도 자동화되어있는 가전기기를 사물인터넷이라 느낄 것이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요약한 워드 클라우드 같은 그림을 떠올릴 것이고, 인공지능은 막연히 내 질문에 대답해주는 챗봇을 떠올릴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연일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며 떠들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라는 것도 생겨났다. 대충 그것이 중요하고 뭔가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가까이 느끼는 것은 '사람의 부재'였다. 학기가 끝나고 도서관에 갔는데 어째서인지 내부가 넓어진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책을 빌리고 반납하던 데스크가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예약도서를 찾기 위해 방문한 나는 당황한 기색으로 인포데스크에 대출 방법을 물어봤다. 서고에 있는 도서는 내가 직접 가져와서 무인 대출 기를 사용해도 됐지만 예약도서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저쪽 책장에서 책 찾아서 빌리시면 돼요"였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의 자리마저 없애버려서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미래형 매장의 한 모습으로 키오스크를 제시했다. 사진-동아일보

최근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키오스크(무인 계산기)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사실 말 한마디에 카드결제만 바로 하면 끝나는 과정이,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거대한 기계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씨름해야 하는 일로 바뀌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인지,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서인지는 그들이 판단할 뿐이다. 우리는 매장에 들어선 순간 컴퓨터와 먼저 마주하게 되고, 꼼짝없이 매장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 기본적인 에티켓 교육 때문이지만 '반갑습니다'라며 밝게 맞아주던 직원도, 이제는 주문한 제품을 전달해주는 마지막 관문에 불과하다.


어떤 기사의 댓글에서 그랬다. 점점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HCI)을 연구하는 학생이지만, 이러한 주변의 변화가 옳다고는 하기 어렵다. 최근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와 맞물려 비인간화 현상이 뚜렷해진 탓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컴퓨터가 이제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마저 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점점 자동화와 절차에 익숙해져만 가는 것은 아닌지.


주변 사람들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한마디 할 틈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잼심시간이 된 점심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