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君主)’는 누구인가?
‘군주’와 ‘임금’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군주는 세습(世襲)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 임금은 군주국(君主國)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우두머리이다. 한국인들은 군주, 임금을 ‘나라님’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는 세습이 아니라 선거(選擧)로 군주를 뽑은 선거군주제가 존재했으므로 모든 군주가 전부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린 것은 아니다.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 형태를 군주제(君主制), 군주정체(君主政體), 군주제도(君主制度)라고 한다. 군주제는 대표적으로 ‘전제군주제(制君主制)’와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 두 가지가 있다.
전제군주제는 군주가 주권(主權)을 가지고 통치권(統治權)을 독점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전제정치(專制政治)를 하는 군주를 ‘전제군주(專制君主)’라고 한다.
입헌군주제는 군주가 헌법(憲法)에서 정한 제한된 권력을 가지고 다스리는 정치 체제이다. 군주의 권한은 형식적ㆍ의례적이며 실질적으로는 내각(內閣)에 정치적 권한과 책임이 있다. 이렇게 헌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입헌정치(立憲政治)를 하는 군주를 ‘입헌군주(立憲君主)’라고 한다.
전제군주제와 입헌군주제와는 별개로 ‘선거군주제(選擧君主制)’와 ‘연방군주제(聯邦君主制)’도 있다.
선거군주제는 군주의 지위가 선거(選擧)에 의하여 계승되는 정치 체제이다. 특별한 신분의 귀족 가운데에서 군주를 선출했던 신성 로마 제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연방군주제는 연방국(聯邦國)의 국가원수(國家元首)가 군주인 체제이다. 연방에 가맹한 맹방들은 군주국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맹방이 군주국일 경우 각 맹방마다 소군주들이 있을 수도 있고 연방 군주와 동일할 수도 있다.
임금이 지닌 권력이나 권리를 ‘왕권(王權)’이라고 한다. 전제군주제에서는 왕권이 매우 중요하여 전제군주들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다.
군주의 절대적인 권한을 ‘절대왕권(絕對王權)’이라고 하고 군주가 어떠한 법률이나 기관에도 구속받지 않는 절대적 권한을 가지는 정치 체제를 ‘절대군주제(絶對君主制)’, ‘절대군주정체(絶對君主政體)’, ‘절대왕정(絕對王政)’이라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권한을 가진 이런 정치 체제의 군주를 ‘절대군주(絶對君主)’라고 한다.
군주가 아무 제재(制裁) 없이 정치를 행하는 주의(主義)를 ‘군주주의(君主主義)’, ‘군주전제주의(君主專制主義)’, ‘제정주의(帝政主義)’라고 한다.
군주의 칭호로 ‘황제(皇帝)’, ‘왕(王)’, ‘대공(大公)’, ‘공(公)’, ‘후(侯)’, ‘백(伯)’ 등이 있다.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는 ‘제국’, 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국’, 대공이 다스리는 나라는 ‘대공국’, 공이 다스리는 나라는 ‘공국’, 후가 다스리는 나라는 ‘후국’, 백이 다스리는 나라는 ‘백국’이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는 ‘피휘(避諱)’가 있었는데 군주의 본명을 입에 담는 것을 피한 것이다. 자식이 부모의 본명을 부를 일이 거의 없듯 신하들과 백성들이 자기들이 섬기는 군주의 본명을 부를 일이 거의 없었다. 군주의 본명을 함부로 입에 담는 행위는 패역(悖逆)한 것으로 취급되어 처벌받았다. 그래서 신하들과 백성들이 타국(他國) 군주의 본명은 몰라도 아국(我國) 군주의 본명은 거의 입에 담지 않았다.
군주를 가리키는 말로는 폐하(陛下), 전하(殿下), 주상(主上), 금상(今上), 성상(聖上), 상감(上監), 마마, 마노라 등이 있다. 군주가 황제이면 황상(皇上)이라고도 한다. 군주국에서 저런 단어들은 정말로 신성하게 취급되어 군주와 군주의 가족 중에서도 군주의 후계자나 군주의 윗사람 같은 한정된 자들에게만 쓰일 수 있으며 아무리 군주의 가족이라고 해도 그렇지 않은 자에게 저런 단어를 사용했다가는 반역죄로 처벌받았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은 군주에게 묘호(廟號), 시호(諡號), 능호(陵號), 연호(年號) 등을 사용했다. 묘호, 시호, 능호, 연호는 중국인들이 만든 시법(諡法), 시호법(諡號法)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함부로 군주의 본명을 부를 수 없으니 본명 대신에 이렇게 군주를 지칭했다. 묘호, 시호, 능호는 사후에 후세에게 받는 것이고 연호는 생전에 사용하는 것인데 시호는 군주가 아닌 자도 받을 수 있는 것이나 묘호는 오직 군주만이 받을 수 있고 연호는 군주가 생전에 재위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임금의 집안을 ‘경실(京室)’이라고 한다. 임금이 황제일 때는 ‘황실(皇室)’, 임금이 왕일 때는 ‘왕실(王室)’이라고 한다. 황실, 황가(皇家), 황족(皇族)은 같은 말이고 왕실, 왕가(王家), 왕족(王族)은 같은 말이다.
같은 경실에 속하는 통치자의 계열 또는 그 경실이 다스리는 시대를 ‘왕조(王朝)’라고 한다. 즉, 왕조는 ‘군주국에서 군주 자리를 세습하는 가문 또는 그 가문이 다스리는 국가’를 말한다.
임금의 친족(親族)을 ‘종친(宗親)’이라고 한다. 경실 중에서도 임금과 가까운 촌수(寸數)가 종친이다. 군주국마다 종친의 기준은 전부 다르다. 예를 들어 조선은 대군은 4대손까지, 왕자군은 3대손까지 종친으로 인정했고 대군의 서얼이 낳은 아들은 종친으로 인정하나 왕자군의 서얼이 낳은 아들은 종친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선은 공주, 옹주 같은 왕녀가 낳은 자식들을 종친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는 ‘천자(天子)’라는 개념이 있었다. 천자는 ‘천제(天帝)의 아들’이다. 천제는 우주를 창조하고 주재한다고 믿어지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이다. 그런 천제의 아들이라고 불린다는 것은 천제 즉,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天下)를 다스린다는 것이다. ‘천명(天命)을 받아 백성들을 보살피고 인간 사회의 질서를 다스릴 권리를 부여받은 세계 만물의 지배자’가 바로 천자이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예법상 ‘만세’는 오직 천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으로 군주국 중에서 오직 천자가 있는 천자국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만세는 천자국의 현위 군주와 태상황이나 태상왕 같은 양위한 군주에게만 사용할 수 있었다. 천자국을 상국(上國)으로 섬기는 조공국들과 제후국들의 군주는 당연히 ‘천세’라고 했으며 황태자 같은 천자의 후계자에게도 만세가 아니라 ‘천세’라고 했다.
군주의 자리는 관직(官職)이나 공직(公職)이 아니고 직업(職業)도 아니다. 군주의 자리는 하나의 신분(身分)일 뿐이다. 군주는 나랏일을 하나 그렇다고 관직, 공직을 가진 것도 아니고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다. 군주의 자리는 관직, 공직, 직업을 초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주에게 현직, 전직, 퇴직, 사직, 파직, 은퇴, 파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현위, 퇴위, 폐위, 양위, 선위라는 단어를 쓴다.
반면 대통령, 총통, 주석 같은 공화국 국가원수는 국가와 국민에게 고용된 고용인으로 관직, 공직이며 직업이다. 공화국 국가원수의 신분은 당연히 공무원이다. 군주는 옥좌에 한 번 앉으면 죽을 때까지 재위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살아있는 군주가 임금의 자리를 떠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게 여겨지나 공화국 국가원수는 정해진 임기가 있어서 시간이 되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살아있을 때 물러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국가원수의 자리를 떠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게 여겨진다.
임금이 될 사람이 예식을 치른 뒤 임금의 자리에 오름을 ‘즉위(卽位)’, 임금의 자리에서 물러남을 ‘퇴위(退位)’, 임금의 자리를 물려줌을 ‘양위(讓位)’, 임금 등의 자리를 폐함을 ‘폐위(廢位)’라고 한다. ‘선양(禪讓)’, ‘선위(禪位)’도 임금의 자리를 물려줌을 의미하는데 양위는 주로 임금만 바뀌고 왕조는 바뀌지 않을 때 사용하고 선양, 선위는 주로 임금의 자리를 물려줌으로 왕조가 바뀔 때 사용한다.
임금의 자리를 빼앗고 자기가 그 자리에 들어섬을 ‘찬립(簒立)’, 임금의 자리를 빼앗음을 ‘찬위(簒位)’, 왕위나 국가 주권 따위를 억지로 빼앗음을 ‘찬탈(簒奪)’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다 같은 말이다. 찬탈 중에서 옳지 못한 임금을 폐위하고 새 임금을 세워 나라를 바로잡음을 ‘반정(反正)’이라고 하는데 반정은 주로 임금이 바뀌어도 왕조는 바뀌지 않을 때 사용한다.
임금을 몰아내는 행위와 그 행위로 몰아낸 임금을 ‘폐주(廢主)’, ‘폐군(廢君)’이라고 한다. 덕을 잃고 악정(惡政)을 행하는 임금은 내쫓아도 거리낄 게 없다는 중국의 역성혁명(易姓革命) 가치관을 ‘선양방벌(禪讓放伐)’이라고 한다. 방벌(放伐)은 방살(放殺)이라고도 하는데 쫓아내어 죽임이라는 뜻으로 그냥 몰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죽이기까지 하니 살벌한 의미이다.
군주의 자리에 오를 때는 ‘즉위식(卽位式)’이나 ‘대관식(戴冠式)’을 한다. 즉위식은 임금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백성과 조상에게 알리기 위하여 치르는 의식이다. 대관식은 왕관(王冠)을 최고위 성직자가 군주의 머리에 얹어서 정식으로 보위(寶位)에 올랐음을 모든 사람 앞에서 공표하는 의식이다. 대관식이 아닌 즉위식도 있으니 대관식은 즉위식의 하위어이고 즉위식은 대관식의 상위어이다.
임금이 거처하는 집을 궁(宮), 궁궐(宮闕), 궁전(宮殿), 궁정(宮廷), 궁성(宮城), 궁금(宮禁), 대궐(大闕)이라고 한다.
궁궐과 궁전은 비슷해보이나 차이가 있는데 궁전이 여러 개 모인 형태가 궁궐이다.
임금이 나라의 정치를 신하들과 의논하거나 집행하는 곳을 조정(朝廷), 조가(朝家), 조당(朝堂), 궁부(宮府), 정하(庭下), 위궐(魏闕)이라고 한다.
조정의 모든 벼슬아치를 만조(滿朝), 만조정(滿朝廷), 만조백관(滿朝百官), 만정제신(滿廷諸臣)이라고 한다.
군주의 유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명군(明君)’, ‘명주(明主)’는 총명한 임금이다.
‘암군(暗君)’, ‘혼군(昏君)’, ‘용군(庸君)’, ‘용주(庸主)’는 비슷한 말로 암군과 혼군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고 용군, 용주는 어리석고 변변하지 못한 임금이다.
‘명군(名君)’, ‘명주(名主)’는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려 이름이 높은 임금이다.
‘성군(聖君)’, ‘성주(聖主)’, ‘현군(賢君)’은 비슷한 말로 성군, 성주는 어질고 덕이 뛰어난 임금이고 현군은 어질고 현명한 임금이다. 거의 같은 의미이나 ‘성(聖)’을 ‘현(賢)’보다 더 좋은 글자로 취급해서 성군, 성주가 현군보다 더 좋은 의미로 쓰인다.
‘폭군(暴君)’과 ‘난군(亂君)’은 비슷한 말이나 뜻에서 차이가 있는데 폭군은 사납고 악한 임금이고 난군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막된 임금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납고 악하나 나라를 어지럽히지는 않는 임금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온순하고 선하나 나라를 어지럽히는 임금도 있으니 폭군과 난군이 아예 같다고 하기는 어렵다.
‘진명지주(眞命之主)’, ‘진주(眞主)’는 하늘의 뜻을 받아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고 통일하는 임금이다. 쉽게 말해서 천하통일(天下統一)을 이룬 군주를 의미한다.
군주국마다 계승의 법칙과 군주의 후계자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있다. 조선은 적장자 계승을 원칙으로 하여 임금의 적자 중에서 장자를 후계자로 정하고 만 6살 정도가 되면 책봉(冊封)하여 정식 후계자가 되었음을 알리고 후계자 교육에 들어갔다. 조선 세자의 생활은 매우 엄격하고 철저했는데 아침 기상 시간과 저녁 취침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일정 수준의 학문과 무예를 주기적으로 갈고 닦게 했다. 조선 세자는 이런 엄격한 훈련을 거쳐서 정치, 학문, 무술 등을 배우고 조선의 임금으로 즉위했다. 조선 숙종은 만 13세에 즉위해서 수렴청정(垂簾聽政) 없이 바로 친정(親政)했는데 물론 숙종대왕이 워낙 명석한 것도 있으나 조선의 시스템이 정말 우수하여 숙종대왕이 뛰어난 스승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받아서 가능한 일이다. 조선이 이런 훌륭한 후계자 육성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면 중학교 1학년 정도 되는 소년이 즉위하자마자 친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군주국이 조선처럼 철저하고 체계적인 후계자 육성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다.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경우 후계자 육성 시스템이 매우 부실했고 그것이 러시아 제국과 로마노프 왕조의 운명을 파멸로 이끌고 말았다.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알렉산드르 2세의 황태자였던 알렉산드르 3세의 적장자로 태어나 원손, 황태손, 황태자, 황제의 순서를 차근차근 밟으며 즉위했다. 군주국에서 처음부터 후계자로 그것도 후계자의 적장자이자 적장자의 적장자로 태어난 것은 엄청난 정통성을 가진 것이며 세계사적으로도 이 정도로 엄청나고 완벽한 정통성을 가진 군주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니콜라이 2세와 비슷한 정도의 엄청난 정통성을 가진 군주로는 조선 단종이 있다. 오히려 니콜라이 2세가 단종대왕보다도 정통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는 처음에는 세자 시절 문종의 후궁이었다가 이전 세자비가 폐세자비 된 후에 세자비가 된 것인데 니콜라이 2세의 어머니 덴마크의 다우마 공주는 태자의 후궁이 아니라 처음부터 황태자비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후계자 육성 시스템은 심각하게 형편없었다.
니콜라이 2세는 부황 알렉산드르 2세가 사망하자 28살에 황제로 즉위했다. 28살이면 예나 지금이나 충분히 성인이다. 그런데 이런 괜찮은 나이에 즉위한 니콜라이 2세는 부황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자기는 황제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무척 당황했고 대관식 직후부터 무능력하고 유약한 모습을 보이며 러시아 제국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러시아 제국의 후계자 육성 시스템은 형편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 니콜라이 2세는 즉위하기 전에 후계자 교육이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한술 더 떠서 그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2세는 아들이 30살이 넘으면 그때 후계자 교육을 시작하려고 했다. 동시대의 조선인이 보위를 이을 태자, 세자가 30살이 넘으면 그때 후계자 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으면 6살부터 시켜도 모자랄 후계자 교육을 30살에 시킨다는 게 말이 되냐고 경악했을 것이다.
결국 니콜라이 2세의 실정으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러시아 제국은 멸망하고 니콜라이 2세는 자기 가족들과 함께 자기 백성이었던 자들에게 총으로 난사 당하며 시해당하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러시아 제국의 멸망과 니콜라이 2세의 죽음은 후계자를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조직, 집단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하게 망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오늘날에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 공화주의 사상이 퍼지며 군주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이 사라지며 많은 군주국이 문을 닫거나 공화국으로 바뀌었고 공화국이 군주국보다 더 많으며 군주 중에서도 전제군주보다는 입헌군주가 더 많다. 그런데 입헌군주국 중에서도 공화주의자들은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서 아직 군주제를 유지하는 군주국들도 언제 공화국으로 바뀔지 모른다. 아직도 군주가 옛날처럼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전제정치를 하는 군주국도 있으나 그런 나라는 인권 탄압, 인권 유린 등의 악평을 받으며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한다.
군주가 나라의 모든 일을 관할하는 정치는 ‘군주정치(君主政治)’이다. 군주정치의 반대말은 ‘공화정치(共和政治)’로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 또는 대표 기관의 의사에 따라 주권이 행사되는 정치이다.
군주가 없고 공화주의(共和主義)로 운영되며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공화정치를 하는 나라를 공화국(共和國)이라고 하고 공화정치를 하는 정치제도를 공화제(共和制)라고 한다. 오늘날 수많은 공화국이 행하는 정치제도는 민주주의에 의거한 민주정치(民主政治)이며 군주국 중에서도 많은 군주국이 민주정치를 행한다.
군주국의 주인이 군주라면 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군주국에서는 백성들이 군주를 섬기나 공화국에서는 공직자들이 국민을 섬긴다. 군주국에서 나라님은 군주이나 공화국에서 나라님은 국가원수가 아니라 바로 국민 개개인이다. 공화국 국가원수는 자기가 권력을 가졌다고 자기를 군주로 착각해서는 안 되고 공화국 국민은 자기야말로 공화국의 주인이며 공화국 국가원수를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자기가 잘 이끌어줘야 하는 하인(下人)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직자가 국민을 섬기지 않는 공화국은 제대로 된 공화국이 아니며 국민이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공화국 역시 제대로 된 공화국이 아니다. 군주국에서 ‘나라님’이 군주이면 공화국에서 ‘나라님’은 국민 개개인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 많은 공화국은 공직자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국민은 자기가 부려야 하는 공직자를 군주처럼 섬기는 괴상하고 기형적인 일이 발생한다. 이런 공화국은 말이 공화국이지 공화제의 탈을 쓴 군주국이나 다름없다.
세상에 수많은 공화국이 있으나 국민이 주인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공직자들을 잘 지도하고 이끌고 공직자가 하인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국민을 잘 섬기며 받드는 공화국만이 제대로 된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