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세일즈
영업을 하다 보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게 됩니다. 사람에게 기대하기도 하고, 내 역량에 스스로 기대하기도 하죠. 내일 당장이라도 계약해줄 것처럼 이야기한 고객이 갑자기 어렵게 됐다고 연락이 올 때도 있고, 열심히 준비한 제안 발표에 대해 고객의 반응이 시큰둥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저는 상처를 받더라도 그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업을 통계로 표현하는 이유는 인생의 많은 일이 표준편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표준편차란 평균 근처에 가장 많은 데이터가 모이고, 양 극단은 매우 희박한 확률로 존재하는 통계학적 개념입니다.
이 개념을 영업에 대입해 보면, 영업을 할 때 2%의 고객은 제 제안을 열렬히 좋아할 것이고, 14%는 긍정적일 것입니다. 또 다른 극단의 2%는 제 제안을 열렬히 비판할 것이고, 그쪽의 14%는 부정적일 것입니다. 나머지 68%는 보통의 감정으로 제 제안에 별다른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결국, 영업 고객의 수를 늘려서 저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16%를 만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수를 늘리는 것이 영업의 성공을 높이고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제안해야 합니다.
퍼널(Funnel)은 깔때기를 의미합니다. 흔히 마케팅 용어로 많이 쓰이며, 서비스의 각 단계마다 남아 있는 고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영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영업은 방문, 제안, 마무리(계약)의 단계로 나뉩니다.
335퍼널과 555퍼널은 이 단계의 확률을 나타냅니다. 숫자는 퍼센테이지를 의미하며, 335 퍼널과 555퍼널로 계산했을 때 하나의 고객이 최종 계약될 확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 고객이 유입되면 그 고객이 계약될 확률은 4.5%에서 12.5% 사이의 범위를 갖게 됩니다. 우리 회사의 영업 전략이 335퍼널을 만들지 555퍼널을 만들지는 영업사원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흔히 영업왕이나 세일즈왕은 555퍼널에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이 퍼널 역시 고객의 유입이 많으면 어느 퍼널에 속하든지 마무리되는 고객을 늘릴 수 있습니다. 고객 리드를 늘리는 것이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업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다릅니다. 제품 개발과 영업 두 가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제품 개발은 과정이 중요하고 영업은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품 개발은 그 과정에서 성과가 나오고, 회사와 조직, 개인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은 계약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두 가지만 남습니다.
성공한다면 그간의 모든 과정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스토리가 되고, 실패하면 모든 과정이 실패의 핑계가 됩니다. 저 역시 많은 계약을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대기업과 수십억 원의 계약을 수차례 체결하고, 경쟁입찰로 수주하면서 영업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내가 어떤 성장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영업의 실패에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은 마음이 더 단단해진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대치를 낮추고, 영업이 실패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점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계약과 큰 고객사라도 안 되는 것에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