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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Jun 19. 2021

서핑의 바다, 송정

부산의 떠오르는 여름 바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왔다. 초여름에 어울리는 바다는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서핑으로 유명한 송정을 찾기로 결정했다.


부산 사람에게 송정은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예전부터 유명했던 곳이다. 서핑을 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고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에 힘입어 이케아, 동부산 롯데몰, 해동용궁사 등과 더불어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전국적인 관광지가 되었지만, 원래는 여름철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해운대와 광안리를 피해 부산 사람들이 찾던 로컬 해수욕장의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부산에서도 조금은 시골 같은 느낌의 해수욕장이었던 예전 느낌에서 제법 번화가 느낌이 나는 지금의 분위기로 바뀌게 된 송정의 6월을 걸어본다.


바다를 앞에 두고 바라본 송정해수욕장의 왼쪽 제일 끝에는 자그마한 공원인 죽도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낮은 언덕을 올라 삼림욕을 하며 걷다 보면 동해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죽도공원 전망대에 위치한 정자(좌)와 송정 초입에 보이는 등대(우)


죽도공원을 내려와 본격적인 송정해수욕장 해변을 향한다. 불쑥 찾아온 여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벌써부터 바다에 온몸을 적시는 사람도 있고, 돗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송정을 찾는 사람들은 서핑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국내 3대 서핑 스폿 중 한 군데로 꼽힐 정도로 이제는 서핑의 성지가 된 송정은 파도가 높고 수온이 따뜻한 편이라 서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배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3년 정도 롱보드를 탔던 적이 있었기에 나 또한 서핑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물 공포증 때문에 배우지 못하고 미루기만 수 년째인 나는 오늘도 파도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저 부러움만 느끼고 지나친다. 언젠가는 배울 기회가 있겠지.


오랜만에 오니 새로운 상징물들도 생겼다


송정해수욕장의 새로운 관광지가 된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를 찾는다. 지금은 폐선이 된 옛 동해남부선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관광열차로, 송정에서부터 청사포를 거쳐 해운대 끝자락의 미포까지 운행되는 열차라고 한다. 내가 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나는 열차를 직접 타진 않았고, 대신 기찻길 옆으로 만들어진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맑은 날씨에 산책을 나온 가족들, 연인들이 많았다. 걸으면서 변하는 바닷가의 풍경이 다채롭다. 아무것도 없던 송정과 청사포 사이에는 새로운 건물들과 카페, 민박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바다와 작은 가게뿐이던 옛 송정의 모습은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된 것 같다. 아마도 해운대, 광안리에 이어 시외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바다가 아닐까. 조금은 촌스러웠던 옛 송정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날이 새로워지는 모습 또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송정에서 청사포로 가는 길에 새로 생긴 풍경들


낯선 파도에 몸을 맡기고 그 위를 떠다니는 것. 서핑은 파도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파도와 공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핑의 'ㅅ'자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그 말을 백 퍼센트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대강의 의미는 알 것 같다. 파도 위에 서기 위해서는 파도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흔히 삶의 난관이나 시련을 파도에 비유하곤 한다.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언젠가는 나도 파도를 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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