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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Jun 09. 2022

숨겨진 바다, 태종대

'한 발 물러섬'에 대하여

* 지난 22년 2월 다녀온 태종대 기행문입니다. 당시와 현재 코로나 상황이 다른 터라 다르게 운영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



오랜만에 태종대를 찾았다. 태종대는 영도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터라, 부산 로컬들이 아니면 발길을 주기 어려운 곳이다. 나 또한 태종대 전망대나 다누비열차를 통한 관광은 알고 있었지만, 태종대를 유람선을 타고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 얼마 전에 처음 알게 되었다.


본격적인 유람선 관광 전에, 태종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몽돌해변인 ‘감지해변’을 찾았다. 잔잔한 파도가 해변을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몽돌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듣기 좋다. 이곳 감지해변에서도 유람선 선착장이 가까이 있지만, 어쩐지 운영을 하지 않았다. 잠깐 바람만 쐬다 다시 태종대 입구 쪽으로 향해본다.


감지해변의 풍경들, 작지만 가게들도 있고 관광객들과 낚시꾼도 있었다


태종대 입구 쪽으로 오자, 다른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몸을 싣고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해본다. 선착장은 겉으로 보기엔 오래되고 낡아 보이지만, 매점도 있어서 물과 갈매기들 간식용으로 살 수 있는 새우깡도 판매하고 있고, 탑승 전 안전교육도 철저하게 진행되었다. 안전교육 때 듣기로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유람선 업체가 운영할 수가 없어서 업체들끼리 협의를 통해 로테이션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다. (감지해변쪽 유람선 업체가 문을 닫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산 새우깡. 나는 하나도 못 먹고 전부 갈매기들에게 조공했다


드디어 배를 향해 가는 길, 어떻게 아는 건지 갈매기들이 배 근처에 벌써부터 모여든다. 모든 승객들이 자리를 잡고 나면 서서히 배가 출발한다. 이곳 선착장을 출발해 오륙도가 보이는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다. 움직이는 배를 따라서 소리를 내며 따라오는 갈매기떼의 모습이 태종대 해안 절벽과 함께 절경을 이룬다. 나도 준비한 새우깡을 던져주며 갈매기 사진을 찍어본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갈매기를 본 것은 처음이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고나 할까. 


유람선을 타면 볼 수 있는 갈매기떼들의 모습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새우깡을 던져주다 보니 어느새 배는 반환점에 도착했다. 멀지 않은 곳에 오륙도와 용호동 일대가 보인다. 잠시 멈췄던 배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 태종대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익숙한 노랫가락이 흐른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관광은 아닌 것 같아도, 낭만과 새로움이 있는 유람선 관광이었다. (정신없이 사진과 영상 찍다가 내리고 보니 바지에 새똥이 두어 개 묻어있더라..)


배를 타기 전 안전교육 때 직원분께서 알려주신 정보대로, 돌아가는 길에는 셔틀버스 대신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금방 태종대 입구에 도착했다. 짧은 산책로였지만 숲이 조성이 잘 되어있어서 걷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배 뒤편에서 찍은 흔적(좌)과 돌아가는 산책로에서 본 벤치(우)


무엇이든지 내부에서 경험할 때는 몰랐던 사실들이 한 발 물러서서 밖에서 바라볼 때에는 보이는 법이다. 태종대의 아름다운 해안절벽은 태종대 안에서는 볼 수가 없었고, 유람선 선착장까지 오는 약간의 고생을 해야지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부산 토박이로 40년을 살아온 나조차도 처음 알 정도로 숨겨진 관광지였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태종대 유람이었다. 코로나로 운영이 어려워 보이던 그 당시(2022년 2월)보다는 지금은 괜찮아졌을지, 마음이 쓰인다. 여름의 태종대 유람선은 그때와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태종대 안에서 보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들, 한 발 물러서는 것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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