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이끄는 삶
며칠 전 인터뷰를 다녀왔다. 드니 성호라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 분의 스토리는 특별했다. 드니 성호는 1975년,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부산 시청에서 발견돼 벨기에로 입양되었고, 벨기에의 시골 마을에서 체육 교사 아버지와 꽃집을 하던 음악에 전혀 관심 없는 가정에서, 클래식 음악을 운명처럼 만났다. 음악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피아노를 치고 싶었지만 당시 피아노를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아버지는 대신 기타를 사주셨고, 오랜 기간 설득 끝에 뮤직 스쿨에 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는 유명한 음악가들은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그의 목표는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 목표를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나의 "어떻게" 노력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I use people.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람을 이용했다"고 하면, 드라마 속의 악역들이 생각난다. 이용하고 목적을 달성한 후 버리는 그런 인물들, 그러나 '이용했다'는 말을 잘 뜯어보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이용했다는 문장 그 자체가 아니라 나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적에 따라 속아서 "이용당했다"는 말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를 이용한다. 택시를 타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누군가를 고용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사실 '사람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어쩌면, 모두가 배우고 싶은 혹은 배워야 하는 인간관계의 핵심일 수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 질문 속에서 그가 어떻게 사람들을 이용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최근 <퓨처리스트>에서 말하는 '퓨처캐스팅' 2단계에 이미 그가 사용한 모든 방법이 나와 있었다.
<퓨처리스트>는 미래를 '설계'하고 최상의 결과를 얻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응용 퓨처리스트인 브라이언 존슨이 쓴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퓨처캐스팅'을 소개한다. 퓨처캐스팅은 자신이 갈망하는 미래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그 미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새로운 사고방식, 혹은 다양한 도구가 포함된 방법이다. 저자 브라이언 존슨은 퓨처캐스팅을 3단계로 설명한다.
[퓨처캐스팅 1단계]
미래의 자신이 살고 싶은 이야기를 바꾸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이 향하는 방향에 확신을 가지는 과정이다. 자신이 미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바로 잡고 새로운 꿈이 무엇인지 최대한 자세하고 명확하게 정리한다.
[퓨처캐스팅 2단계]
새로운 미래로 데려다 줄 원동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단계. 미래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요소는 사람, 도구, 전문가 세 가지 범주다. 시간을 들여 각각의 요소를 탐구하고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많은 철저한 조사와 깊은 고민 등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브라이언 존슨은 2단계에 '최소 2주의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퓨처캐스팅 3단계]
1,2 단계에서 조사한 자료들을 토대로 최악과 최상의 미래를 설계한 후, 본격적으로 모든 것을 활용해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단계. 핵심은, 1단계에서 그린 자신의 미래의 구체적인 순간에서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보는 데 있다. 절반 지점, 초반부, 월요일 (지금)으로 세 단계를 나누고, 각 시점에서 해야 할 일들을 그린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내가 이 3단계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2단계, 미래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구체적인 요소 중, '사람'이다. 그러면 사람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무엇을 부탁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당장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입장이라면? 특히 상대방은 유명한 마스터이고, 나는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라면? <퓨처리스트>에서는 도움을 유용한 방식으로 갚을 방법을 궁리하라고 조언한다. 당장 줄 것이 없다면 언젠가 도움이 필요할 때 반드시 당신을 찾아달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에게 도움이 될 단체를 찾았다면 그 단체를 지지할 방법을 찾아보자. 어떤 단체에 가입하고 싶다면 자원봉사자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만나기 전에 방법을 찾아보자. 항상 대가를 바라며 남을 도와줄 필요는 없지만, 도움을 어떻게 갚을지 고민해보는 행동은 관계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줄 것이다.
브라이언 존슨은 나를 드러냄으로써 책임의 척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말한 것을 지키면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순간 이야기에 사실성이 더해지고 당신을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이런 방법으로 의미 있게 활용하고 있다) 핵심은 솔직해지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면 타인과 신뢰를 빠르게 쌓을 수 있으면서도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약점을 드러내고 나의 약한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그 이야기 속에서 진정성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서로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늘어난다. 그런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들이 누군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면, 연결망이 견고한 만큼 당신의 힘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핵심은 해로운 관계를 피하되,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조언이든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고 내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는 내 목표를 이뤄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팀원과의 대화는 긍정적인 동시에 당신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략) 이런 종류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다. 불편한 대화는 당신이 떠올리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빚어낼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이 더욱 실현 가능하고 성취 가능한 대상으로 느끼게 만든다. 불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적합한 사람들을 곁에 두면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 <퓨처리스트>, p. 83-84
벨기에 시골 출신이었던 한국인 입양아 드니성호는 벨기에 영 탤런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벨기에 몽스 왕립 음악원, 파리 고등사범 음악원, 벨기에 브뤼셀 왕립 음악원 등을 거쳤고 결국 유럽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돼 결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는 꿈을 이뤘다. 그는 확실하고 분명하고 구체적인 꿈을 그렸고,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갈고닦았다. 그리고 자신을 확실히 믿고 그 꿈을 이어 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완벽한 퓨처 캐스팅을 본 것 같았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단순히 내 일을 잘 해내는 것을 넘어 (그것은 기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해보자. 결국 인생은 함께 하는 것이니.
* 드니성호 연주 들으러 가기>> https://youtu.be/KAcLWG39AMg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서 끝난다.
물론 그 여정에 기술이나 절차, 혹은 과정들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서 끝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퓨처리스트>, p.28
참고: <퓨처리스트>, 브라이언 데이비드 존슨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