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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Dec 29. 2022

아무튼 일당백_ 세 번째 이야기

3. 중기~ : 매장 직원의 월급 체납과 사장 딸의 영어유치원

1인 1 매장을 표방했다. 경력이 있던 없던, 사장은 직원이 채용되면 피자 제조 (도우반죽부터 시작), 매장 방문 손님 주문받기, 오토바이 배달, 매장 청소, 재고 관리 (콜라, 사이다, 핫소스, 피클 및 냅킨 등)에 바로 투입했다. 


2016년은 지금처럼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아주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경력이 있는 직원은 도저히 1인이 운영할 수 없는 형태라 판단하고 최대한 빨리 그만두었고, 경력이 없는 직원은 없는 대로 업무 강도에 놀래 그만두었다. 


사실상 데일리 업무가 대략 위와 같았다면, 3개월 내 매장 3개를 오픈하겠다고 모든 직원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3개월 내 매장 3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다만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기 위해 내밀 수 있었던 수치 중 하나라고 추측할 뿐이다.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크게 아래와 같이 구분되었다.    

부동산임대차 계약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 (점주가 있을 경우)

인테리어 계약

인테리어 시공

사인물 시공

설비 입고 (오븐기 등)

직원채용

직원교육

각종인허가 및 인터넷 신청 (사업자 등록증 신청 외)

초도 물품 입고

디자인 물품 입고

오픈 행사 준비 

오픈 지원 


매장을 오픈하는 날은, 기존 매장을 한두 시간 조금 늦게 오픈한 뒤, 해당 매장 직원을 새로 오픈하는 매장으로 차출하여 오픈 행사 지원을 하게 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보통 알록달록한 아치 풍선을 매장 앞에 설치하고 선착순 100명 페퍼로니 피자를 무료로 나눠주었다. 최대한 사람들을 길게 줄 서게 하기 위해서 천천히 피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무료 피자를 받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요리조리 사진 찍어 투자자에게 카톡으로 열심히 보내는 것은 사장의 몫이었다. 


다들 열정을 갖고 언젠가는 나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포부를 품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결단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무리해서 일을 하고 매장 수를 늘려감에 투자금을 끌어왔는데 이상하게 어느 날부터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더 이상했던 것은 그 시점부터 사장의 어머니와 와이프는 벤츠로 타던 자동차를 바꿨고 딸은 분당의 영어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이상했다. 


처음 본사 직원 중 직급이 높은 순부터 월급이 한 달 두 달 밀리더니, 몇 달 뒤에는 매장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 4대 보험은 당연히 체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에서 사대보험을 공제하고 기업분은 공단에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5살 배기 아들이 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먼저 탈출하게 된다. 일한 지 7개월 만이었다. 


이후, 후임으로 와서 내가 맡고 있던 마케팅과 기타 부수적인 행정적인 업무를 맡던 어린 여직원을 통해, 대다수의 직원들이 사대보험이 결국 9개월이나 미납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약 2년 채 되지 못해 이 회사는 문을 닫게 된다. 


사대보험 체납은 법인의 책임이므로 법인이 문을 닫을 경우, 대표에게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자신은 2022년 지금까지도 지난 9개월 동안 체납된 사대보험을 그냥 안고 있다고 했다. 


사장이 외치던 열정을 가진 자, 미래 자신만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던 몇몇 직원이 그래도 꽤 오래 버텼지만, 1년을 넘도록 버티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열정이라는 이름 하에 한 달마다 근무를 다 마치고도 새벽까지 회의를 하거나, 초과 근무를 당연 시 하거나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본사 사무실 직원이 직접 배달 나갔어야 했던 일도 빈번했었다. 이렇게 아무런 대가 없는 희생적인 업무에 불만을 표시하는 직원을 진급시키면서 사장은 불평을 무마시키곤 했다. 


그렇게 진급된 직원은 당분간은 자신의 희생이 어떻게든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에 취해 몇 달 더 견디곤 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원들 사이를 습관적으로 이간질하는 사장 그 존재였다. 힘들어하는 매장 직원을 앞에서는 어르고 달래고 이해한다고 하면서 단둘이 있을 때면, 매장직원들이 못 배워서 그렇다,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한다, 무시받기 싫어하지만 무시받을 행동을 한다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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