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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현 Mar 04. 2019

영화 <증인>

기본에 충실한 미덕이 돋보이는...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들었던 의문, 과연 이게 될까? 싶었다. 정우성이란 스타 말고는 그다지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관람을 위해 잠시 유튜브를 통해 살펴 본 예고 또한 잔잔한 휴먼 드라마 정도로 보여 막상 표를 예매하는 순간까지도 이거 봐야 하나라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 선택을 했던 이유는 관람평(역시 집단지성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과 평점이다. 역시 개봉 전의 마케팅보다는 개봉 후 입소문이 가장 정확한 것이다.

 영화는 휴먼 드라마라는 외연에 충실한 편이다. 

 주인공 '양순호' 변호사(정우성)와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의 우정, 그리고 그를 통해 두 사람 모두 한 단계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눈여겨 봐야할것은 얼핏 보면 메인이 아닌듯 보이는 스릴러적 구성 요소이다. 게다가 상당히 훌륭하기까지 하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정말 박수를 칠 정도로 설득력 있고 훌륭했다. 앞부분 배치해 두었던 밑밥들을 잘 수거해서 무리 없이 그리고 유려하게 풀어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억지스럽지 않아 좋았다, 마치 잘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연상되는 듯한 느낌. 최근 만들어진 여러 반전을 표방한 그 어떤 스릴러 영화 조차도 이 작품만한 수준에는 못 미쳤던거 같다.  이 의외의 영화적 요소가 상당히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참 좋아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나리오가 뛰어나 극적인 플롯과 구성이 크게 위화감 없이 납득되는, 한마디로 스토리가 잘 꾸며진, 한마디로 '말이 되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의 기본은 내러티브의 완성도, 즉 시나리오의 퀄리티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나?

영화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결국 시나리오인 것이다. 기초 설계가 엉망인데 제대로 된 건축물이 나올 수 없듯 영화도 결국 마찬가지인 것이다.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회사 pd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일본의 거장 감독 쿠로자와 아키라가 한 말이란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일단 반은 성공, 발로 찍어도 50%는 먹고 들어간다.’ 

 정말 이렇게 말했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영화는 대본임을 말하는 거고 진실이며 진리이다.

스토리가 훌륭하다면 콘티나 연출력이 조금 부족해도 기본 이상은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조건이라고 가정했을 때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확률과 비슷하다. 

 감독인 이한은 시나리오를 살리기 위해 절제되면서도 세심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살려야 할 포인트는 놓치지 않았다. 

 전술했듯 스릴러적 요소도 갖추고 있지만 이뿐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민, 자폐아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휴먼 드라마적 요소도 적절히 잘 버무려져 리얼리티와 깊이가 살아있는, 바꾸어 말하면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좋은영화가 되었다. 

 평범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유랄까

 특히 자폐라는 증세에 대한 시각과 접근을 고민해 보게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들을 정상, 비정상의 잣대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솔직히 어느 정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였을 뿐이었다. 막연했다. 

 그런데 영화 속 구체적인 에피소드나 상황 등을 통해서 알고 상당히 다른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가 칭찬할 만한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캐스팅을 참 잘했다. 정우성의 필모를 볼 때 그는 모든 역할을 다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적역을 맡았을 때 그만큼 그걸 살려내는 배우도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연기력도 있지만 여러가지 그가 가지고 있는 피지컬 및 분위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건 굿 초이스다. 자기가 잘 할수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지혜가 엿보인다. 

 이번 역할은 그의 잘생긴 외모뿐 아니라 최근 활발하게 펼치는 사회적인 행보에서 오는 이미지가 더해져 맡은 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크게 힘을 기울였을 ‘아수라’ 같은 영화에서의 위악적인 역할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편해 보였다. 편해보였다는 이야기다.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진짜 자아처럼 보인다는 것.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수훈갑은 역시 김향기이다.

 1000만 영화이긴 해도 <신과 함께>에서는 그녀가 그렇게 존재감있지는 않았다. 다른 배우가 했더라도 뭐 특별히 다를 거 같지 않았을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증인>은 정말 ‘김향기’가 아니었어도 영화가 이렇게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다. 불안하지만 밉지 않고 진지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천재 자폐 소녀를 이렇게 잘 표현하다니, 

 전에 <스탠바이 웬디>라는 영화에서 ‘다코타 패닝’이 보여주었던 자폐 연기가 훌륭하다고 생가했는데 김향기의 성취는 그보다 훨씬 뛰어나 보인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아 이분의 라스트 시퀀스에서의 연기는 정말... 피디로서 이런 연기자하고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로 너무 훌륭했다. 같이 본 와이프는 굉장히 유명한 분이라는데 사실 나는 이분을 이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이렇게 견문이 부족한 주제에 피디노릇을 하고 있다니 반성할따름. 

  이분의 성함은 ‘염혜란’씨다, 경력을 살펴보니 연극계에선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조연으로 여러 작품을 하신 분이네.  이 영화에서 이 분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관객을 압도한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염혜란

                           

 그리고 대학 때부터 친구인 수인역을 맡은 ‘송윤아’씨나 지우 엄마 역을 한 ‘장영남’, 그리고 순호의 아버지 역할을 한 ‘박근형’씨도 자기 몫 이상의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여준다. 앙상블이 돋보인달까

 결국 감독이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이렇게 조화를 잘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이 아닐까 싶다. 

 이한 감독의 필모를 보니 배창호 감독의 <러브스토리> 조감독으로 경력을 시작 <연애소설>로 2002년에 입봉 해서 <완득이>, <오빠 생각>등을 직접 연출하고 각본과 각색으로 많은 영화에 참여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능한 감독으로서는 좋은 재능을 타고난 듯하다. 결국 감독은 이야기 꾼 아니겠는가?  이한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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