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아리에스터
영화를 볼 때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게 된다.
물론 반전도 있고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스토리의 의외성이지
영화 전체의 아우라랄까 분위기랄까
그 자체가 아예 기대와 예측을
뛰어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될 때의 그 당혹함이란...
<미드소마>가 바로 그런 영화다.
감독 아리 에스터의 전작인 <유전>도
꽤나 독특하긴 했지만 호러라는 장르 안에서
크게 그 범위를 벗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진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굳이 따지고 들면 호러임에는 틀림없지만 잔혹한 화면에도 불구
무섭다기보다는 상당히 기분이 나쁘면서
기괴하다.
근데 강렬하다. 이런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스토리가 극적이지는 않지만 정말 독특하다.
각본을 아리 에스터 감독이 직접 썼다는데
이런 각본을 구상한 그의 뇌 구조가
궁금할 따름이다.
코멘터리를 보니 감독이 실연당한 상태에서
이 각본을 썼다는데... 진짜 상처가 컸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이야기를
구상할 수 있을까? 인간의 마음이란 정말
함부로 규정하거나 재단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인 듯
영화의 스토리는 거시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스웨덴의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경험이 전부다.
그러나 결말로 갈수록 작고 소소한 것들이
모여 강펀치를 날린다.
예측도 불가능하고 이유도 찾을 수 없는 불가사의...
이성을 넘어서는 불가해한 큰 벽을 만났을 때
그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가? 이 영화를 보라. 그리고 느껴보라!
결코 쉽게 잊을 수 없다.
따지려고도 묻지도 말고 축제에 동참한
그들이 겪는 불쾌함과 공포를 공감하는 것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관객의 기대 또는 논리를 넘어서다 보니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나는 그 모두가 정답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영회의 해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된다.
백인이 보았다면 그 모두가 다른 답을 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강렬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을
과문한 탓도 않겠지만 거의 본 적이 없다.
<킬링 디어>를 만든 요르고스 란티모스 정도가
있겠지만 그 깊이와 불온한 상상럭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영화를 킬링타임으로 보시는 분들
절대 비추다.
내 돈 내고 이런 경험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쾌하고 더럽지만 색다르고
강력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이만한
작풍도 없다.
사실 외부인이 폐쇄된 공동체에 들어가
악몽을 겪게 되는 영화들은 꽤 있다.
대표적으로는 <카니발 홀로코스트>.
다큐 촬영팀이 취재차 방문한 부락에서
식인종을 만나 몰살당한다는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그렸는데 잔혹하고
섬뜩하다.
<미드소마>는 그와 고어 수위는 비등한데
공포감과 당혹함은 그 이상이다.
극장에서는 놓치고 얼마 전 출시된
블루레이로 관람했다.
고맙게도
극장판+감독판 2종이 모두 있다.
이것이 물리 매체의 진정한 매력 아닐까?
내가 본건 극장판이다. 다 보고 나니
감독의 의도가 살아있는 감독판도 보고 싶다
극장판이 140 여분 감독판은 170여분.
오 30분이나 기네 2시간 넘게 참고 버틴 것도
쉽지 않았는데
근데 도전해보고 싶다.
원래 인간은 금단의 영역에 더 매혹되지 않는가?
그러다 늘 큰 일을 당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P.S 이 영화의 음향 설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사운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