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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현 Jul 02. 2018

영화 <마녀>

시작은 창대했으나....

 요즈음 한국영화는 감독이 쓰고, 연출하는(written & directed by) 이야기꾼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바꾸어 말하면 시나리오를 잘 쓰는 감독은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박훈정 감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로 작가로서의 정점을 찍고 <신세계>로 연출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리고 후속작 <대호>, <vip>등을 연이어 만들었다.

  <대호>는 보지를 못해 뭐라 말할 수 없고, 최근작 <vip>는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 등 스타들을 내세웠으나

무언가 모르게 영화가 만족스럽진 않았다.

 이번 영화 <마녀>는 감독의 야심작이라 할만하다. 

 스케일면이라기보다는 대세라고 보기 힘든 여자 원톱을 주연으로, 그것도 김다미라는 신인을 기용했다는 점이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 잘 뽑았다.

 김고은, 김태리를 잇는 대형 신인을 건져낸 느낌이다. 

조민수나 박희순 같은 선 굵은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은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줄거리를 잠시 소개하자면 살인 병기로 길러진 한 소녀가 실험실을 탈출, 한 가정에 양녀로 들어간다. 소녀는 자신을 숨기고 구자윤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울어진 가세를 돕기 위해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게 되고 수준급의 노래실력으로 주목받게 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윤은 유명세를 타게 된다. 자윤를 인간병기로 만들었던 미지의 한 기관(미국 국적으로 보이나 확실치는 않다)은 그녀를 계속 추적해 왔다.  TV 출연으로 그녀의 생존을 알게 된 기관. 그녀를 생포하기 위해 킬러들을 급파한다.

 이는 그녀 주변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마침내 가족과 친구를 위해 기관으로 투항하는 자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 쓰지 않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초반이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마지막의 반전을 위한 전개라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상업영화로서 어느 정도의 미덕은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런데 뭐랄까? 뭔가가 아쉽다, 아마도 감독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박훈정이기 때문이다.

<부당거래>, <신세계>를 통해 인물들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스토리를 다이내믹하게 엮었던 그의 솜씨가

조금은 덜 발휘된 느낌이다.

 이번 <마녀>는 일단 캐릭터라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의 결말이다. 

어찌어찌 공은 잘 몰고 갔는데, 문전 처리와 슛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말에서 박훈정은 이야기의 반전을 시도한다.

아마 박훈정은 스스로 이것이 식스센스급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근거는 없다.

반전의 강도는 핵폭탄급이건 맞다. 근데 말이다. 이게 잘 안 살았다.

 시나리오상 활자로는 그럴지 모르겠는데, 영화적으로 묘미가 별로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재료가 약해서? 전술헀듯 그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왜? 

반전이 결말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결말은 핏빛 복수극이다. 극적 흐름에서 봤을 때 당연한 필연이다.

모든 관객들이 그걸 알고 있다. 반전이 있건 없건 그 방향으로 밖에는 길이 없다는 걸 알기에

재료는 좋으나 그 자체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나 없으나 한 것이 되어버렸단 뜻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영화의 액션 장면 설계나 연출이 절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

주인공 캐릭터의 강한 전투력에 대한 기대를 초반부터 쌓아나간 것 치고는

마지막 액션신이 상당히 맥이 빠진다. 마지막이 소위 말하는 '야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규모와 밀도가 너무 자잘해 무언가 커다란 한방을 기대했던 관객을 배신한다.

주인공의 능력이나 응축된 감정이 다 표현되려면

적어도 <살파랑>이나 <킬빌 VOL.1> 라스트 정도는 보여줬어야 않았을까?

그래야 카타르시스가 있었을 텐데...

 무언가 하다 만 듯한 느낌으로 활극은 마무리되고 뜬금없고 불친절한 복선으로 끝이 난다.

이게 어떤 느낌이었나 하면 마치 <저스티스 리그>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정도의 망작은 아니다. 하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혹시 속편을 생각해서였을까? 여기서 모든 것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영화의 영어 제목은 다음과 같다.

THE WITCH:  PART 1, THE SUBVERSION 

PART 2를 처음부터 염두에 둔 네이밍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쉽다. 제작비 때문인가? 하여튼 아쉽다. 

조금 더 물량을 투입했더라면..... 

 이렇게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 이 정도로 밖에 쓰지 못하다니....

  

 이 영화는 관객의 눈길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달까?

 

 2편이 제작되어 아쉬운 부분들을 모두 채울 수도 있겠으나 

이것도 불안한 것이 나름 공을 들여 구축한 메인 빌런들이 모조리 사망한 상태라

과연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분명히 마녀라 불리는 주인공의 캐릭터와 매력은 성공적이다.

이를 뒷받침할 상대역이 문제다.

 제대로 된 악역이 등장한다면-<어벤저스>의 ‘타노스’ 정도의 공력은 갖추어야 할 듯-

한국형 '안티 히어로'프랜차이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멋진 속편으로 돌아와 나의 아쉬움을 달래주시길 박훈정 감독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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