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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리 Sep 21. 2016

이들의 만남은 애초부터 잘못되었다.

SBS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를 보고 #1

최근 화제가 된 한 다큐프로그램이 있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너무 쉽게(?) 퇴사하는 젊은이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과 선배들의 시각을

현실적이면서도 위트있게 묘사하여 많은 인구에 회자되었으니,

이를 본 소감을 두 편에 걸쳐 정리해보고자 한다.


방송을 보고싶은데 바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brunch.co.kr/@jade/397 



Part 1. 이들의 만남은 애초부터 잘못되었다.


1) 기업의 입장


이런 말이 있다.

좋은 회사는 제너럴리스트를 뽑아서 스페셜리스트로 만들고, 나쁜 회사는 스페셜리스트를 뽑아서 제너럴리스트로 만든다.


아쉽게도 여기서 말하는 '좋은 회사'의 기준에 들어올 회사를 그동안 난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좋은회사겠지


그럼 대기업은 어떤 사람을 원할까?

좋은 말들은 다 갖다놨다.


많이 볼 수 있는 키워로 '창의성' '주인의식' '전문성' '도전' 등이 있는데,


여기서 한 사례를 살펴보자.


"실험자가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있는 우리에 바나나를 매달아놓고,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가지러 갈 때마다 찬물을 뿌려서 훼방을 놓았습니다.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따려고 할 때마다 반복해서 물을 뿌려대자 결국 원숭이들은 아예 바나나를 따려고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원숭이가 우리에 들어와 바나나를 따러 올라가자 고참 원숭이들이 버럭 화를 내며 신참 원숭이를 제지하더라는 것입니다. 고참 원숭이들의 강력한 제지 때문에 신참 원숭이들도 바나나를 따려는 시도를 포기하였고, 나중에는 바나나를 따러 가다가 직접 찬물을 뒤집어 쓴 원숭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지만,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따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송인혁 '화난 원숭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본문 중에서)


분명 이 신입 원숭이는 바나나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고참 원숭이들을 보며 의아해했을 것이다.

이에 줄을 타고 올라가서 따겠다는 '창의력'을 활용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줄타기에 '도전'했고 이를 '주인의식'을 갖고 추진하려 했으나 결국 제지당했으며, 급기야는 후배 원숭이를 만류하기에 이르렀다.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이다


애초부터 큰 조직은 인의 '전문성'을 살려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복잡한 의사결정구조 탓에 '창의력'기반의 새로운 일이 추진되기도 어려우며, 변화에 '도전'하려면 일 벌인다고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주인의식은 주인이 되어야 나온다.


또한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일수록 예측가능하지 않다. 즉,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술 마시고 늦게 출근하거나,

회의시간에 돌발 발언을 한다거나,

본인 일을 마친 후 당당히 칼퇴를 하곤 한다.

물론 이건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러니 앞서 언급한 인재상은 허구일 뿐,

실제로는 군말 없이 시키는 거 확실하게 가져오는,

또한 회식자리에서 술 잘 먹고 건배제의 잘 하고 다음날 멀쩡하게 출근하는

'  듣고 씩씩한' 캐릭터가 사랑받는 게 현실이다.



2) 직원의 입장


자, 취업을 하던 그때로 돌아가보자.


 A. 나는 내가 원하는 산업분야와 직무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정확히 지원하여 입사하였다.

 B. 나는 이름 알만한 대기업 공채에는 다 넣었고, 붙은 곳 중 가장 조건이 좋은 곳에 입사하였다.


누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까?


조금 다른 비유를 들어보자.


 A. 나는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정확히 그 이상형과 결혼하였다.

 B. 나는 이름 알만한 대기업/전문직을 다 만나봤고, 그 중 가장 조건이 좋은 사람과 결혼하였다.


누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까?


그렇다. 답은 명확하다.

조건만 보고 결혼(입사)한 사람은

행복하기 어렵다.


물론,

이 척박한 취업환경 속에서 내가 원하는 곳만 골라서 지원하고 합격하여 다닌다는 것은

출근길 9호선 급행에서 1주일 내내 앉아가는 것보다 훨씬 낮은 확률이다.

왠지 모르게 굉장히 급해 보인다.


그런데 한꺼풀 더 벗겨 들어가보면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회사/일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또 1편(https://brunch.co.kr/@24suri/1)에서 다뤘던 것처럼

획일화된 프레임에 갇힌 교육과 문화에 기인한다.

(이 내용은 너무 복잡하므로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


종합해보면,

이 모든 현상은


실제로는 말 잘 듣고 씩씩한 캐릭터를 원하면서

창의적이엉뚱하고 도전적인 말안듣는 캐릭터를 뽑으려하는 기업과,


내 적성과 능력도 제대로 모른 채

조건만 보고 입사한 직원의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24su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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