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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우니 Oct 06. 2016

새우가 돌아왔새우

인천 소래포구, 식도락 여행




요즘 tv속에서도, 스마트폰 속에서도 속이 꽉 찬 가을 새우가 돌아왔다고 아우성이다. 평소 '새우'라는 음식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내 눈앞에 새우가 있다면 한입 먹어보는 정도랄까? 최소한 나에게는 찾아가서 먹는 음식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새우가 유독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때 잠깐 보는 tv속에서도, 매일 자석같이 붙어있는 스마트폰 속에서도 그리고 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새우가 빠지지 않았다.


"가을을 맞아 탱탱한 속살을 자랑하는 새우가 돌아왔는데요…" 

"2016 새우 축제 BEST"  

"요즘 새우가 제철이라잖아~" 


이렇듯,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해서인지 나도 새우가 먹고 싶어 졌다. 도대체 제철 맞은 새우가 얼마나 맛있기에 이렇게들 아우성일까? 그 맛이 궁금해졌다.


'그럼 떠나보자!' 맛을 찾기 위해 여행을 준비했다. 무려 먹기 위해서 떠나는 식도락 여행을 말이다. 위치는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소래포구로 결정하고 나의 발 다리에 시동을 건다. 예전 같으면 버스를 타고 찾아야 했을 소래포구지만, 2012년에 '소래포구역'을 통과하는 수인선이 개통됐기 때문에 뚜벅이들에게도 다소 접근하기 쉬운 여행지가 됐다. 




소래포구 어시장 가는 길



수인선 소래포구역에서 어시장 앞까지 구수하면서도 비릿한 바다향기가 그득했다. 새우를 포함한 꽃게, 전어, 광어 등 제철 해산물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은 점점 급해졌다. 



무시무시한 크기와 선도를 자랑했던 제주산 은갈치



눈부시게 빛났던 제주도산 은갈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무시무시한 가격이 예상됐던지라 지나가는 길에 잠시 구경하는 관상용 갈치가 됐다. 한마디로 그림의 갈치랄까.



고소한 향내가 매력적이었던 전어구이



어시장으로 가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를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조금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집 나간 며느리도 발길을 돌린다는' 전어구이가 그 주인공이다. 적절한 불의 온도가 전어의 쫄깃한 단백질을 만나 달콤한 향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달콤한 유혹이 계속됐지만 오늘의 목표인 '새우'만을 생각하며 어시장으로 향한다. 



보는 재미를 더해줬던 새우튀김



어시장을 찾으니 재밌고도 맛스러운 장면들이 가득했다. 제철 맞은 신선한 새우가 새빨간 꼬리를 치켜들고 먹음직스럽게 나열돼있었다.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새우의 달큰함과 고소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사진만으로도 그 신선도가 느껴진다.



새우, 전어와 함께 어시장의 인기를 담당했던 꽃게는 그 신선도가 남달랐다. 살아있는 생선이나 갑각류를 무서워하는 나에겐 꽃게 친구의 신선도가 꽤나 위협적이었다. 날카로운 집게를 휘익 휘익! 휘두를 때마다 어찌나 소름 돋던지, 빠르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렇게나 생물 꽃게를 무서워하는 나지만 웃기게도 꽃게찜이나 꽃게탕은 정말 잘 먹는다. 알이 꽉 찬 제철 꽃게의 단맛이란~ 크으! 



어머님들로 가득했던 젓갈시장, 김장 때 사용할 젓갈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갖잡은 생새우를 판매하는 모습



소래포구가 보이는 공판장 앞에 들어서면 사람들의 눈과 발은 더욱 빨라진다. 서해에서 갖잡아들인 신선한 해산물들을 다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에 그 경쟁이 치열했다. 생새우의 선도가 얼마나 좋던지, 새우의 겉과 속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였다. 그 신선한 새우를 가지고 바로 염장하는 작업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시장 구경을 너무 열심히 해서였을까? 어느새 시간은 점심시간에 다다랐고 슬슬 배가 고팠다. 소래포구를 찾아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산낙지와 새우를 사들고서 한 식당에 들어섰다.



꼼틀꼼틀~ 별미 중에 별미인 산낙지도 먹어봤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비주얼이자 맛이었다. 꼼틀 꼼틀대는 낙지탕탕이가 나의 군침을 두 번 세 번 겉돌게 만들었다. 한 장의 사진만 남기고 손을 바삐 움직였다. 산낙지를 초장에 한번 찍어내고 입속으로 직행, 새콤달콤한 초장의 맛과 물컹물컹 씹히는 산낙지의 식감이 아주 조화로웠다. 또 빨판의 힘을 어찌나 세던지, 낙지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전수받는 느낌이었다. 초장에 찍지 않고 생으로 먹는 낙지의 맛도 짭조름한 게 꽤나 매력적이었다. 낮시간이라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술 한잔이 절로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었다.



싱싱한 새우가 달큼한 향을 내뿜으며 테이블 위에 놓였다.



오늘의 주인공이자 메인 음식인 새우구이가 테이블 위로 안착했다. 색감도 색감이지만 껍질 안을 살로 가득 채우고 있는 새우의 신선도에 감동했다. 사람들이 왜 생물을 찾는지, 왜 제철음식을 찾아 먹는지 알 수 있었던 순간이다. 입안 가득, 새우 한 마리를 통째로 밀어 넣으니 몸통의 달큰한 맛과 머리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비린맛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새우 머리는 따로 모아 버터구이로 만들어먹으면 그 맛이 좋다고 한다.



이제는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시끌벅적한 어시장의 분위기가 여행에서의 소소한 재미를 더해줬고 줄지어 있는 신선한 해산물의 매력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이왕 먹을 거 제철에 맞춰 먹자'이다. 말 그대로 그 시기에 알맞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보자는 뜻이다. 그 어디든 일단 떠나보자, 맛있는 제철 음식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말이다.



와그작!


소래포구 여행 정보


찾아가는 길 : 수인선 소래포구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약 5~7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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