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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우니 Jul 16. 2019

사랑나무 아래 따뜻한 인정

06. 부여 성흥산 사랑나무



사랑나무 아래 따뜻한 인정

06. 부여 성흥산 사랑나무


성흥산 트레킹은 부여군과 논산시 강경읍을 잇는 소박한 마을 임천에서 시작된다. 지나는 차도 거의 없어 마을의 고즈넉한 경치를 즐기기 좋았다. 성흥산의 높이는 260m로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조금의 산행은 필요하지만 가림성에 오르는 입구까지는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있어 자차나 도보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탐방로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알록달록 지붕의 색감이 예쁘게 느껴진다.


이색 선생을 모신 사당


임천 초등학교를 지나 탐방로 입구에 들어섰다. 탐방로는 마을 상단부에서 시작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이 참 예쁘다. 알록달록 빨갛고 파란 지붕들이 돋보인다. 시골 마을답게 논밭에 심어진 곡식이나 채소로 가득했다. 경사진 탐방로 한편에는 목은 이색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아쉽게도 내부 관람은 불가했다.


마곡사의 말사인 대조사 전경
사찰 내부는 수리가 한창이었다.


유금필 장군 사당까지는 아스팔트 길로 오를 수 있다.


사당을 지나 솔바람길에 들어섰다. 솔바람길이라는 명칭답게 소나무를 시쳐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더운 날씨를 조금은 식혀주는 듯했다. 그렇게 10분쯤 올랐을까, 대조사라는 사찰이 하나 나왔다. 사찰 경내에는 10m 높이의 미륵보살입상이 있었는데 수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불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보존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온전한 상태로 수리가 잘되기를 바라본다.


성흥산의 탁 트인 전경. 부여, 논산, 익산 일대가 모두 조망된다.


어느덧 사랑나무가 있는 성흥산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홀로 서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거대한 나무의 크기가 딱 봐도 사랑나무였다. 나무 몸체 한쪽으로 하트 모양을 띄고 있는 굴곡진 나뭇가지를 확인하니 가히 사랑나무라 불릴만했다. 수령은 400년, 이토록 긴 세월 동안 느티나무가 품어온 풍경은 얼마나 다양할까. 아직 30년도 채 살지 못한 나는 그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랑나무 앞쪽으로는 부여, 논산, 익산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백제의 가림성이 이곳에 축성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400년의 역사, 나무의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백제시대에 축조된 가림성의 모습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장소
따뜻한 인정을 베풀었던 두 남자가 먼저 이곳을 떠난다.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 일행이 나를 부른다. 홀로 성흥산에 온 내가 궁금했나 보다. 부여와 근접한 도시, 대전에 살고 있다는 중년의 남성은 몸이 좋지 못해 일을 쉬고 있다고 했다. 구구절절 얘기를 듣는데 안타까웠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그는 근심 가득했다. 돈도 다 필요 없다. 역시 건강이 첫째다. 


부산에서 오셨다는 사진사 아저씨.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내 카메라를 보며 버스로 성흥산을 찾았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대단하다고 한다. 머쓱해하던 찰나에 그는 나이에 걸맞은 여행을 즐기는 게 부럽다고 했다. 그것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다음으로 충청도 여행지를 하나하나 추천해준다. 대전엔 뭐가 있고, 궁남지는 야경이 멋있고, ktx는 공주역에서 타는 게 좋고... 심지어 내 일정과 본인의 행선지가 맞다면 차로 같이 가자고 한다. 그것이 선의의 표현이었다 해도 순간 너무 고마웠다. 서로 목적지가 달라 여정을 같이할 순 없었지만 사랑나무 아래 그들의 포근한 인정은 성흥산의 햇살보다 더 따뜻했다. 


느티나무 옆쪽으로는 임천면 마을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일몰을 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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