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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우니 Sep 25. 2016

여행도 맛있어야 즐거운 법

무더운 여름날 떠난 부산 여행, 먹방 편



이미 한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겐 환상 속의 도시인 부산, 만인의 여행지인 제주도보다도 그 매력이 더욱 깊다고 생각하는 도시다. 내 발걸음이 닿는 곳 그 어디든 푸르른 바다가 펼쳐지고 조금은 낡고 예스러운 분위기에 새록새록 감성이 피어나는 곳이다. 또 시끌벅적한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맛있는 음식이 어찌나 많던지 한정돼있는 나의 포만감이 아쉬울 뿐이다.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글의 제목으로 선정될 만큼 여행도 맛있어야 즐거운 법이라 생각하니깐. 놀랍게도 더웠던 부산의 여름을 뚫고서 내가 먹고 싶고 맛보고 싶었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먹어봤다. 내가 소개할 음식점들이 최고 맛집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음식점의 문을 두들겨본다. 


 



미역국 전문점, 들어보셨나요??


부산 대표 명소인 해동용궁사와 송정해수욕장을 둘러보고서 인근에 있는 미역국 전문점을 찾았다. 인생 오래 산건 아니지만 미역국 전문점은 지금껏 처음이었다. 국보 미역이라는 음식점 명에서도 보이듯이 미역국 맛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났다. 우리나라 전역의 미역 양식 면적만 보자면 남해 쪽이 우월하지만 미역의 질과 맛에 있어서는 동해안 미역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하니 미역국 맛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부풀어올랐다.


사실 미역국 전문점이라고 하여 굉장히 허름한 건물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깔끔한 외관에 2층으로 된 건물이어서 살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몇십 년 전통, 할머니 때부터 몇 대가 이어온 식당 등과 같이 긴 역사를 가진 음식점을 정말 좋아하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이 집을 처음 방문하면 가격에 있어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미역국인데 만원이 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깔리는 찬과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을 자랑하는 미역국을 먹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 그래, 값어치 하는구나' 생각할 것이다. 미역국의 고소하고 또 구수한 향이 코를 먼저 기쁘게 했고 이어서 입안으로 그 향들이 맛이 되어 나타났다. 가자미, 황태, 전복은 다소 가벼울 수 있는 국의 맛을 깊게 만들어줬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해산물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빵집


길을 걷다 깔끔하고 이국적인 외관에 내부는 손님 반, 빵 반으로 가득 찬 옵스를 발견하게 된다면 내가 굳이 빵순이, 빵돌이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그 호기심이 빠른 시간 안에 관심이라는 감정으로 '잠깐 들어가 구경이나 해볼까?'로 변질되고 이내 빵집으로 들어서게 되면 수많은 빵들이 아름다운 자태와 향내로 나를 유혹한다. 이 향긋한 유혹에 어느 누가 안 넘어가리, 내 두 손은 자연스레 빵 쪽으로 향하고 계산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옵스라는 빵집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평소 같으면 무심히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빵집이라는 특별함 때문인지 '뭐든 어때?? 한번 먹어보자'라는 심정이 강했다. 눈으로 이 빵 저 빵을 바라보며 "아~ 정말 맛있겠다"를 연신 외쳐댔지만 내 성격상 과소비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옵스의 명물이라 불리는 슈크림빵만이 나와 함께 빵집을 나설 수 있었다. 


맛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그 맛이다. 슈크림의 양이 과다하게 많고 부드러우며 적당히 달고 또 적당히 고소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과하지 않게 절제된 빵맛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사랑해주는 것 같다. 




새록새록 튀는 감성


나에게 새록새록한 감성을 심어주는 부산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부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지만 도심 구석구석을 잘 살펴보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옛 모습과 정취를 잘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부산 전경이라던지 산동네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 특유의 정취, 마음 한편에 잔잔한 울림을 전달하는 보수동 책방골목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산복도로를 쭉 타고 걸어내려 와 보수동 책방골목을 만나게 됐고 뭔지 알 수 없는 이 기분 좋은 옛 감성에 이끌려 부평 깡통시장에까지 이르렀다.




팥빙수가 삼천 원~ 삼천 원~ 삼천 원!


아주 쇼킹하고 혁명적인 가격이었다. 팥빙수가 삼천 원이라니! 계속 얘기로만 들어왔는데 실제로 삼천 원 팥빙수를 접해보니 아주 놀랍고 놀라웠다. 빙수기계 역시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넘나리 취향저격인 것!이었다. 사각사각~ 얼음 갈리는 소리도 좋고 달달한 팥앙금과 연유 마지막으로 과일젤리가 올라가는 게 전형적인 옛날 팥빙수의 모습이었다.


나는 맛을 평가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삼천 원이라는 가격에 팥빙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내가 맛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였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움과 신선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을 깨워줄 삼천 원 빙수, 부산을 찾았다면 꼭 한번 즐겨보길 바란다.





부산의 향토음식, 비빔당면


당면하면 보통 잡채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부산에는 이 당면을 이용해 만든 국수가 존재했다. 음식의 형태 로보나 음식의 이름으로 보나 여행자인 나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음식이었다.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한 부평깡통시장 좌판에 들어앉아 시끌벅적한 시장 분위기에서 먹는 그 비빔당면 맛이 정말 궁금했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한 끼 식사라 생각됐다.


비빔당면의 구성은 참 간단하다. 뜨거운 육수에 당면을 풀어 그릇에 담고 그 위로 단무지, 어묵, 시금치 그리고 새빨간 양념장이 마지막으로 올라가면 완성이다. 음식의 맛에 있어선 쫄면과 같이 새콤하고 다소 자극적인 맛을 상상했는데 그와 정반대였다. 매콤하고 담백한 더해 고소함까지 느껴지는 맛깔난 비빔당면이었다. 반전을 더한 맛에 포만감은 또 어찌나 좋던지! 저렴한 가격에 기분 좋은 한 끼 식사였다.




물을 넣지 않은 떡볶이


TV 예능프로그램 중 쿡방, 먹방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부평시장 무 떡볶이는 그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길게 늘어진 대기줄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무 떡볶이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평소 알고 먹어왔던 떡볶이와는 조리방법이 조금 다르다. 떡볶이를 만들 때 물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무채를 넣어 무에서 빠져나오는 무즙으로 떡볶이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점은 기다란 가래떡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그냥 가래떡이 아닌 어묵 육수를 가득 먹은 가래떡으로 조리하게 된다. 어묵 육수를 가득 먹은 가래떡과 무즙의 생소한 조화는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돋우는데 충분했다. 나 역시도 부산을 찾으면 이 무 떡볶이는 꼭 먹어보리라 다짐했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맛임을 알리고 이 떡볶이의 맛은 독특했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그런 떡볶이 맛이었는데 우선 굵고 긴 가래떡을 사용해서인지 쫄깃함의 강도가 뛰어났다. 오랜 시간 조려져 오독오독 씹히는 무채의 식감도 특별했으며 그곳에서 나오는 강렬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감칠맛은 나의 입맛을 더욱 끌어올려줬다. 결론을 말하자면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맛이 좋았고 사람들의 궁금증과 관심을 이끌만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생각되기에 무 떡볶이의 인기는 오랫동안 지속될듯싶다.    






톡톡 쏘는 매력! 냉채족발


해가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부산의 여름에도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왔다. 온종일 푹푹 찌는 무더위가 지속됐던 부산의 날씨 때문인지 체력은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음식을 통한 체력 보충이 시급했다. 무더운 여름을 단번에 깨트리고 몸에 활력을 넣어줄 고단백 음식이 절실했다. 서둘러 부평족발골목으로 향했는데 그 어딜 가도 대기줄이 존재했다. 더위에 지친 나머지 '이렇게까지 기다리면서 먹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부산까지 왔으니 한번 먹어봐야지'로 말이다. 주말 저녁 부평 족발골목의 대기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인내에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느 족발집을 가도 대기하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한 곳을 골라 대기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손님들이 회전될 시점에 찾아서인지 금세 이름이 불렸다. 주문은 무조건! 당연! 냉채족발로! 평소 같았다면 탱글탱글한 기본 족발을 주문했을 텐데 무더운 여름날의 부산에서 가장 알맞은 메뉴는 냉채족발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겹겹이 쌓인 족발, 오이무침, 해파리냉채가 참 아름다웠다. 애초에 족발과 갖은 야채들이 뒤섞여 나왔다면 '와 맛있겠다!'라는 생각은 들었겠지만 음식에게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족발을 포함한 세 가지 음식이 보기에도 좋았는데 입안에 넣었을 때에 식감과 맛은 더욱 조화롭고 맛있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양파와 오이, 포만감과 담백함을 담당하는 족발 톡 쏘는 겨자소스를 가득 먹은 해파리냉채의 조화가 참 매력적이었다. 분명 1년 후 다시 돌아올 여름날이면 톡톡 쏘는 냉채족발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이 필히 생각날 것 같다. 






길거리 음식은 선택 아닌 필수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부산을 처음 찾았다면 남포동을 시작으로 창선동, 부평동으로 이어진 길거리 음식의 매력에 매료될 확률이 높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돋는 떡볶이, 씨앗호떡, 비빔당면, 비빔만두, 유부주머니 등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음식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람들로 가득한 길거리에서 먹는 다소 저렴한 음식이라는 특별한 가치때문에 이 남포동 먹자골목은 선택 아닌 필수다. 먹자골목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고 사람 사는 맛과 냄새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에 내가 굳이 길거리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해도 부산을 여행하고 계획한다면 꼭 한번 찾아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진정한 서민음식, 밀면


또 하나의 향토음식인 밀면은 음식 맛을 평가하기엔 너무나 미안한 음식 시즌2다. 다양한 뼈를 넣고 우려낸 시원한 육수에 밀가루와 전분이 첨가된 쫄깃한 면, 계란 반쪽이 올라간 것도 너무나 고마운데 얇게 썰어낸 돼지고기 편육까지 올라가니 이보다 가성비가 좋은 서민음식을 찾아보긴 힘들다. 그렇다 보니 부산에선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누구나 쉽게 찾는 음식 중 하나가 밀면이 아닐까 싶다. 사진에 보이는 밀면 한 그릇의 가격은 무려 삼천 원! '아~ 나는 밀면으로는 배가 안찰 것 같은데?'싶다면 곱빼기 또는 만두를 주문하면 된다. 혹, 만두를 주문한들 가격이 칠천 원이다. 두 명이서 먹게 된다면 '밀면 둘, 만두 하나' 만 원 한 장에 한 끼 식사 OK이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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