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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Jun 14. 202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방 맞기 전까지는.


지난 포스팅에서는 연봉협상과 관련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앵커링에 대해 소개를 했습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을 한번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https://brunch.co.kr/@june7hyun/34



연봉 이야기니까 나랑은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시는 프리랜서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모든 나의 노동에 가격을 매겨야 하는 프리랜서들에게


더 중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아무쪼록 잘 읽어봐 주세욥 :)



상대의 앵커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요기에서 지난 글을 마쳤는데요.


답 나갑니다.





1. 앵커링을 인지하고 인정합니다.


가격 협상 때의 앵커링이라는 존재를 이미 알고 있던 분들도 계실 테고, 몰랐던 분도 계실 텐데요.


이렇게 다시 상기하고 알게 되었다면, 전략으로서의 앵커링을 인정하는 것에서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에이, 그런 게 어딨겠어.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이 글을 그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2. 그리고, 나의 앵커를 준비합니다.


나에게 앵커링을 거는 사람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 앵커링은 인간의 뇌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처리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나에게 앵커링을 걸고 있는 상대방도 인간인 이상 앵커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다소 고급 기술이 되겠지만, 대담한 협상가들은 역으로 앵커링을 걸기도 합니다.


체구가 작은 선수가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체구가 큰 선수를 넘겨버리는 씨름 기술이 떠오르는데요.


이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용기? 배짱?



사실 이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 없는 용기와 배짱은 그저 깡에 불과한데요.




나의 앵커를 준비하기 위한 Key.

그것은 바로,



정보입니다.


© klimkin, 출처 Pixabay



보통 앵커를 거는 사람은 정보가 많은 쪽일 확률이 큽니다.


나의 작년 연봉도 알고 있고, 나와 연차가 비슷한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알고 있는 사람이 앵커를 만듭니다.



정보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1. 나의 시가 알기 (네, 나를 횟감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2. 나의 가치 알기


오늘은 이중, 1번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거예요.



1. 나의 시가 알기


여러분은 제주도 다금바리를 드셔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지난 11월, 제주에 가서 딱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얼마나 비싸던지 가족들과 농담처럼 한 점 당 가격을 계산하면서 먹었는데요. ㅎㅎ



당시 다금바리를 사러 돌아다닐 때 대부분의 횟집에 쓰여있던 가격은 '시가'였습니다. (aka 부르는 게 값)


우리는 사고자 하는 물건의 시장 가격을 모를 때 불안해집니다.


시가 앞에서 정보가 부족한 초보자(?)들은 바가지를 쓰기 쉽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정보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 앵커링은 정보가 많은 사람이 좌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어느 횟집 주인의 머릿속, 다금바리 최소 판매 가격은 마리 당 약 8만 원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어떤 손님이 횟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사장님, 자주 올 테니까 10만 원에 주세요.



다금바리의 시가를 정확히 몰랐던 손님은 다금바리 가격을 어림잡아 12~15만 원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즉, 15만 원까지 지불 용의가 있었지만 호기롭게 나름 5만 원을 깎은 것이지요.



이토록 멋지게 (떨지 않고) 최초 앵커링을 걸기는 했지만


예상하셨듯, 8만 원에만 팔아도 남는 장사인 횟집 주인은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승리를 잡습니다.



그런데요.


이때 옳다구나 하고 "그러세요. 10만 원에 가져가세요." 하는 사장은 없습니다.


즉, 승자를 잡은 사람의 머니게임이 시작되지요.


에이, 저건 키로가 꽤 나가서 13만 원은 주셔야 해요.
10만 원에는 우리 남는 게 없어요.




15만 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던 손님. 13만 원이라고 해도 딱히 밑지는 소비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보통 횟집에서는 흥정을 하는 것이 인. 지. 상. 정.


손님이 멋지게 가격을 깎아 봅니다.


아 그럼 12만 원에 주세요.
여기 잘해주신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기름값은 빼주셔야죠.



자, 이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횟집 주인이 12만 원이라는 단서를 받아 든 이상 마음대로 상황을 쥐락펴락할 수 있습니다.

분명 손님이 호기롭게 부른 최초 앵커는 10만 원이었는데 어느새 올라갔네요.



a. 아 그래요, 12만 원에 드릴게. 아 남는 게 없네. 대신 또 오셔야 돼요.

b. 해삼이랑 멍게 서비스랑 초장 뭐 쌈채소 다 넣어드릴게. 여기 딱새우까지 해서 13만 원에 가져가세요.



이 상황에서 내 입으로 12만 원이라고 한 이상, 이 상황에서 갑자기 11만 원을 외치는 손님은 없을 겁니다.

잘 싸웠다! 는 만족하는 마음으로 다금바리 한 마리를 안고 떠나는 것이죠.


12만 원 혹은 13만 원을 내고 말이죠.


© alicegu_photos, 출처 Unsplash


정보가 부족한 손님은, 어이없게도 상대방에게 승리의 판을 깔아주는 앵커링을 시작해버렸습니다.


이처럼 정보가 부족한 사람은 불리합니다. 말 그대로 바가지를 스스로 쓰는 격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보가 부족할 때, 무조건 많이 깎거나 무조건 몹시 비싸게 부르는 것이 방법이 될까요?


아까 그 횟집에 가서


"3만 원에 주세요. 참, 매운탕 거리도 조금 넣어주시고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바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으며 쫓겨날 겁니다.



혹은 횟집 주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같은 손님에게


"20만 원에 드릴게. 이 정도면 싸게 드리는 거야"라고 한다면?


그 돈으로 호텔 시푸드 뷔페를 가겠습니다. 하고 나가버리겠죠.



때문에 시장조사(정보)는 철저히 해야 하고, 앵커는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합니다.






N년차 디자이너의 연봉


N년차 서비스 기획자의 연봉



N년차 프리랜서 교정교열 페이지 당 비용


N년차 프리랜서 마케터 상세페이지 제작 단가



다행히도, 구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경우라면 검색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변의 몇 명에게만 확인해 보아도 시가에 가까운 단가를 알 수 있지요.



자, 여러분은 여러분의 시가를 잘 알고 계신가요?


주는 대로 받고 계시지는 않나요?



나의 시가만 잘 알고 있어도, 상대의 터무니없는 앵커에 당하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객관적인 수치는 시가 말고도 하나 더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자세히 읽은 분이라면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해 보겠습니다.



혹시 나의 시가를 알아보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이 글에 댓글을 통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거나,

아래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내 주세요.


beyourownboss.kr@gmail.com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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