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마가 싫었다.

그가 오기 전까지는,

by 꾸미꾸미

나는 장마가 싫었다.

축축하고 습하고 물속 안에 있는 기분,

젖는 그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너를 만나고는 장마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7월 말 물속에 세상이 잠긴 것 같던

어느 늦은 밤의 연남동 골목

신발이 젖어가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연남동에서 홍대, 2번을 돌고 신촌까지 계속 거닐었지.

너도 싫어했던 그 꿉꿉한 장마가 그날은

유독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서로에게 물 들어가고 있었다.

손을 잡고 싶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혹시라는 그 오묘한 줄이

우리 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




새벽 3시 자동차극장을 다녀오는 중

서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한강공원에서 차를 세우고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로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잔잔한 발라드 노랫소리를 키우던 그때.

나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너의 심장소리는 노랫소리로 지울 수 없었던.

그래서 너무나 잡고 싶던 너의 손.

너무나 더 애틋하던 그때.

결국은 분위기에 취한 건지 너에게 취한 건지

안 되겠다 싶어 먼저 다가갔던 나.

너의 데님 캡모자챙이 순간의 분위기를

연한 웃음 짓게 하였지만.

그때 너의 심장소리는 내 입 안으로 들어와

몸에 울려 퍼지니 내 심장소리인 줄 착각했었지.

둘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가 된 느낌.

부드러워 녹아 없어질 것 같은.

거칠 것만 같던 너의 외면과 전혀 다르던 너의 내면.




보고 있어도 보고 싶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감이 채워지던 너의 존재,

뒷 배경이 뽀얗게 지워지며

너만 유독 도드라지게 빛나던,,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뭔가 길지 않을 것 같은 이 행복에 슬펐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서로 다른 환경으로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해하기까지는 어려웠던,,

오해하고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너를 보며 나도 불안했던 ,,




모든 게 행복했지만 그랬기에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을까 붙잡고 싶던,

너의 조금이라도 달라진 행동에

나도 불안해하며 초조함이 너에게 보였겠고

그러면서 온통 너였기에 나를 잃어갔고,

나를 잃어가는 모습에 너는 나를 놓기 시작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했기에

항상 함께 하고 싶었기에

끝남을 알고 있어 그게 오늘은 아니었음을 하는 바람.




하루는 늦은 새벽 3시 술 한 잔을 걸치고

아무도 없는 대로변을 걸어가다

나 홀로 걸어가는 느낌에 외로움이 사무치고

아무도 없구나 나에게는 ,, 하고 고개 푹 숙이고

걸어가는 순간 스며들듯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따뜻한 손의 느낌과

내게 기대며 걸어가는 느낌.

패딩을 입지도 않았지만, 30분을 그 인적 없는 거리를 누군가 함께 걸어가 주고 있었던 느낌.

너였으면 하는 바람에.

내 손을 놓았다 했지만 안고 있던 마음만은 가져가지 않았기에.

이제는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나 보다.



어느 날 너무 보고 싶은데도 볼 수 없음에

슬퍼지려는 순간, 갑자기 창 밖에 바람이 불며

창 문 틈 사이로 기분 좋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소리와 포근하면서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다.

기분 좋게 들리는 바람소리에

너에게 ’ 바람‘같은 사람이라며 말했던

그날이 생각났다.

정말로 네가 찾아온 걸까 라는 혼자 사색에 빠진 시간. 마지막으로 통화한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던

너의 잔잔한 울먹임을 머금은 목소리.

들키지 않으려 빨리 끊으려 지난

그 순간 나는 더욱 너를 잡고 싶었기에.

하지만 잡히지 않았던 너.

나에게 짐을 지우려고 하지 않던 너의 마음에.

다 제쳐두고 혼자보단 둘이 났다며 잡으려는 나의 말에 모진 말로 이제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놓았던 너. 통화상이었지만, 넌 나를 보지 못하고

여전히 땅만 보며 얘기하는 너의 모습이 투사되는.



너와 나의 속도는 달랐고, 서로의 시간도 달랐으며,

너를 만나면 나는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할까 생각했던. 순탄치 않을 거 같아 불안해하던 나.

실은 멍청했던 너의 선택이,

사실은 나를 위한 이별이었다는 느낌에.

나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던

그걸 보며 행복해하던 너의 모습에

아직도 마음이 미어지고 아프다.



너의 행동은 마치 잡아달라는 거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게 나를 위한 길은 아닐 거 같다는 너의 판단이 보였기에. ’ 지켜봐 줘 ‘라는 말에 너무 이기적인 말이지만, 내가 너였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네가 없어도 너를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니 마음이 아픈데 눈물이 안 났다.

하지만 몸에 힘을 빼니 눈물이 난다.

마음이 힘드니 머리는 모른 척하려 무시하고 문을 닫았더니 이제는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힘을 빼면, 심장이 어디쯤에 있는지 알게 된다.




꽃 같던 너.

불어오던 바람에 얇은 옷감처럼 휘 날리던 너.

아무런 향도 나지 않아 내 옆에 존재하고는 있는 걸까.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슬퍼하던 나.

그래서 너의 눈 속에 비치던 나를 바라보고 싶었어,

이게 꿈이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꿈이라면 깨지 말아라 나는 이대로도 좋다 싶은 마음.



가끔은 내 눈을 피하던 너를 보면

사랑이라는 너의 감정에 의심을 하게 되었던.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면,

다른 환경이었기에 원치 않는 이별에

상처받고 싶지 않아 먼저 지우려고 했을 너에게,

싸움을 싫어하던 내가 계속 싸우고 싶어 했었던.

너무나도 애틋했기에. 너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하루는 베란다에 동백꽃이 만개하던 걸 보고

이렇게 많이 피었던 적이 있나 싶었지.


삼청동의 옛 골목 사이에 있는 언덕 위의 한옥집 마당밖으로 만개한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던 너와 나.

세상 해맑게 바보처럼 활짝 웃던 너.

동백꽃만 보면 네가 생각난다.

사람이 꽃 같을 수 있구나.

그 사람이 꽃이었나?

그 예쁘던 꽃을 배경으로 더 맑게 폈던 너의 웃는 모습이 눈앞에 아련하다.

아른거리기에 아련했고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어두운 밤 창 밖에 노란 가로등 불빛 밑을 바라보며 혹시라도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면 너일까 싶다.

너는 오지 않겠지만,

너도 나를 그리워해 한번은 마주쳤으면 하는 바람에.

내가 오지 않는 그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바람이 불면 포근한 감싸지는 느낌을 받았으면.

나는 없지만 너도 나를 마음껏 사랑했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람에.

그리움에 사무쳐 앞으로의

미래에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다 보면,

사진첩을 꺼내 보듯, 힘들 때는 내가 생각나기를.

그러면 옆에 내가 보이기를,

어렴풋이 너의 손을 잡고 있는 나를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