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오월이는 사람 우유를 먹어 설사를 하는 채로 우리에게 왔고, 우리 집에 온 지 3-4일쯤 되던 날부터 밥을 잘 먹지 않아 우리를 걱정시켰다. 우리 둘째 봄이도 밥을 잘 먹었고, 작년에 잠시 함께 있었던 봉봉이도 밥 욕심이 엄청났다. 밥을 거부하는 아기고양이를 처음 보았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아기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그대로 큰일이라는 것도 몰랐다. 오월이는 잘 움직이지도 않고 밥도 안 먹고 잠만 잤다. 그러다 체온이 떨어져 가는 것이 느껴지자 덜컥 겁이 나서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이 밥을 억지로 주자 오월이가 받아먹었다.
"먹는데요?"
"저희도 그렇게는 줬는데 자기 스스로 안 먹어서..."
의사 선생님은 아기고양이는 밥을 안 먹으면 큰일난다고, 밥을 안 먹으면 억지로 줘야 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따뜻하게 해 주라고 강조했다. 오월이를 데리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도 따뜻하게 해 주라고 했었다. 우리는 아기고양이가 따뜻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작년에 함께 있던 봉봉이도, 우리 봄이 아기 때도 따뜻하게 해 주지 못했는데. 더운 5월인데도, 오월이는 담요 밑에 핫팩이나 뜨거운 물이 담긴 물병을 넣어 주면 그 위에 가만 앉아 있었다.
오월이는 우리의 노력 때문인지 자신의 의지 때문인지 건강을 잘 회복했다. 처음에 밥을 거부하고 기운이 떨어졌던 것은 우리가 아기인 오월이를 집에 데리고 와서 어루만져주지도, 품어 주지도, 눈길을 주지도 않고 그냥 두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달리와 봄이가 오월이로 인해 받을 스트레스 걱정에 오월이를 그냥 두었는데, 아기 오월이에게는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따듯한 온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오월이는 지금 내 옆, 따뜻한 물병을 넣은 담요 위에서 자고 있다. 내가 손으로 몸을 감싸 주면 가르릉 가르릉 기분좋은 소리를 낸다. 따뜻함을 좋아하는 귀여운 오월이를 보고 있자니 봄이의 아기 때가 생각나 미안해진다. 추운 방에 있던 봄이. 난방텐트를 쳐 놓고 핫팩을 깔아 주었지만 그래도 추웠을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뱃속에 기생충을 갖고 있어 아팠던 봄이를 달리와 격리시켜야 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봄이는 더 따뜻함이 필요했을 것이다. 봄이의 꼬꼬마 시절 우리는 그렇게 어린 아기고양이는 처음이었고, 그만큼 무지했었다. 봄이는 건강하게 자라서 늠름하고 귀여운 어른고양이가 되었지만, 봄이의 어린 시절은 우리에게는 늘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