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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 May 05. 2017

"오늘 가면 내 아들 하나 잃겠네"

작은 자서전 인터뷰 후기 2

"오늘 가면 내 아들 하나 잃겠네"


옛 시절에는 아들이 집에서 중요한 존재였다. 족보를 이어주는, 집안을 이끌어나가는 존재.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혜택들이 있었다. '남자니까 더 배워야 한다. 더 좋은 밥 먹어야 한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에서는 혜택보다는 부담이 더 많이 주어진다. 아들이니까, 장남이니까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은 없어진 가족 간의 양자 입양은 옛 시절에 흔하게 일어나던 일이었다. 중부님이 돌아가셔서 그 집안을 잇기 위해 양자로 보내진 어르신의 사연은 '그 시절에는 그랬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뒤에 이어져 나온 아버님의 말씀 "설날이었는데 산을 넘어오면서 아버지가 다른 친척들에게 그러더라고. 오늘 가면 내 아들 하나 잃겠네." 거역할 수 없는 일에 한탄만 하시던 아버지의 그 말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 가슴 아픈 말을 들었던 어르신의 심정은 어땠을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는 어르신.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 그 당시 아버지를 떠나오는 한 아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아버지, 부모를 떠나야만 하는 아들. 


"양자로써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그리 가 참 고생하고 살았어. 여름에는 농사일, 겨울에는 나무 때 오고. 고생 죽어라고 했지."


양자로 가 가장으로써 고생한 어르신의 모습에서 아쉬움과 슬픔이 묻어났다. 젊은 시절 농사일로, 결혼하고 목수로 일하신 어르신. 손과 얼굴에 그 고생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오히려 양자로 오지 않았으면, 한학을 공부하신 부모님 밑에 있었으면 어르신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고생으로 얼룩진 어르신의 삶 앞에 우리가 앉아 있었다. 자서전을 만드는 작업으로 왔지만, 오히려 어르신에게 더 필요한 것은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가만히 귀 기울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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