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양 Feb 28. 2020

독서모임 4년 차, 내가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



 강의를 할 때 일주일에 8회 이상, 한 달에 30회 이상의 독서모임을 진행한다고 하면 이 많은 독서모임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일로서 다가가면 부담스럽지만,
좋아하는 책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즐겁습니다.



 한번도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즐겁다. 즐겁지 않았다면 이 외롭고 지리한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학생 때부터 쭉 많은 시간동안 책을 읽었지만 ‘책을 천권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처럼 삶에 큰 변화는 없었다. 책 읽는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 하는 작은 궁금증에서 독서모임이 시작됐다. 4년 전, 한창 글쓰기 모임에 참석할 때라 예비 작가님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 내가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첫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책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모임을 시작했고 아니나다를까 책이라는 매개체로 쏟아져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다. 만날 때마다 너무 만족스러운 모임이었는데 아쉽게도 각자의 사정으로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책을 통한 즐거움을 한번 느껴본 나는 그 향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이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었다. 멀리 서울까지 다니는건 힘들 것 같고, 살고 있는 지역에서 참석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참여 할 수 있는 독서모임이 없었다. 이미 독서모임의 매력에 빠진 나는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역 카페에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를 구한다고 글을 올렸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집에서 모임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모두 우리 집에 모였다. 어색함도 잠시, 아이들도 어른들도 금방 친해져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금방 모임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렇게 한 팀을 꾸려서 모임을 이어가자 자신감이 생겼다. 서둘러 더 많은 이들에게 이 즐거운 모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 도서관 독서동아리, 고등학생 친구들과의 자율동아리까지 확장 시켰다.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면서 일상에 방해받지 않는 정도의 일정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세번씩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책이 좋았고, 사람이 좋았고,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 좋았다. 더불어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고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는 멤버들을 보며 그 뿌듯함은 배가 되었다.


 퇴근시간이 되면 서둘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한 후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토요일이 되면 집안 청소를 깨끗이 해놓고 독서모임 멤버들을 기다렸고, 일요일이 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격주로 번갈아가며 학교, 도서관, 집, 강남을 오갔다. 육아독립군인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모든 일정에는 아이가 함께였다. 아이를 데리고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길거리에 쏟아부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자체만으로도, 나로 인해 책을 읽고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멤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고생이 보상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