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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양 Jun 04. 2020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붙잡고 써내려가면서 글쓰기 모임 멤버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를 알았다. 글쓰기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다 힘들다. 오늘도 책상 앞에 앉기까지 오만가지 핑계를 만들고, 쓸데없이 책장을 뒤엎고, 책상 위치를 바꾼다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어차피 마감 시간은 있고, 그 시간에 맞춰 글을 써서 내야 할 텐데 왜 이렇게까지 회피하고 거부하는 걸까. 글을 쓰기위해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고, 블로그를 하며, 책을 쓰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는데 앉아서 글을 쓰는 이 과정이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일까.      


 우선은 습관의 부재다. 매일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하루 중 시간을 따로 떼어놓고 앉아서 엉덩이를 뭉개며 버티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글쓰기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 책읽기처럼 틈새시간을 만들어 일상 틈틈이 수첩에,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해야지 생각 하면서 그 잠깐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참 어렵다. 글쓰기라고 하면 왠지 각잡고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려야할 것 같은 이상한 선입견이 있다. 

 둘째, 잘쓰고 싶어하는 욕구가 크다. 글을 다 쓴 후에 누군가가 보았을 때 그럴듯해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 ’역시! 책읽는 사람이 쓰는 글은 달라!!‘하는 칭찬에 대한 기대, 혹은 ’책을 그렇게나 많이 읽었으면서 글은 이 정도밖에 안돼?‘하는 비난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나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서 깨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어휘력이 부족하다. 어떤 날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주제임에도 글로 쓸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손짓, 발짓, 눈빛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말과 달리 글은 정확한 표현을 통해 읽는 이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갖고 있는 어휘의 한계가 있다 보니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읽고, 사색하고, 쓰는 행위가 오랜 시간 반복되어야 한다.     


 p.165 우리가 글쓰기에 열중해 있다면 장소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글쓰기에 빠져 있는 것 자체로 충분히 완벽한 것이다여기에 바로 우리가 어떤 장소에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위대한 자율성과 안전성이 있다진정 글을 쓰고자 갈망한다면결국 당신은 환경이 문제가 되지 않는 길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책을 읽다가 위의 세 가지 이유를 모두 관통하는 구절을 찾았다. 지금까지 나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목적이 분명하지 못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도때도 없이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열정이 부족했다.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글쓰기라 마음까지 푹 빠지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간절함이 없었다면 분명한 목적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아직까지는 여전히 숙제처럼 자리잡고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다보면 진정 글을 쓰고 싶다면‘ 이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온다. 진정, 글을 쓰고 싶다면. 수많은 핑계들을 제쳐놓고 그저 ’글‘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내면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쓰기 싫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없었고, 글을 써야할 나만의 분명한 목적을 찾지 못했던 것이 그동안 글쓰기를 힘들어한 이유였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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