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양 Feb 13. 2020

독서모임 운영 팁 그 첫 번째,

책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10개 팀에 가까운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어설프게 시작해서 좌충우돌 부딪히며 깨우쳐갔던 모임부터 한 가지 주제로 직접 공부하고 발제하며 이끌어가는 모임까지... 격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으니 한 달에 적어도 20회 이상의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셈이죠.

이쯤 되니 독서모임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최근 들어 책에 대한 열풍이 불어 독서모임 운영자도, 참여자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 변화의 바람 속에 저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주제가 다른 여러 개의 팀을 운영하다 보니 매 모임마다 다른 책을 선정해야 했고, 각 팀 멤버들의 독서 수준에 맞춰 코디를 해야 했기에 이에 대한 고민을 저도 참 많이 했습니다. 

리더가 지정한 도서로 모임을 운영하자니 저 또한 책에 대한 깊이가 부족했고, 멤버들의 추천도서로 하자니 입증되지 않은 책들로 선정되어 다른 멤버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었죠. 

시간이 지나 이제는 도서를 선정하는 저만의 방법이 생겼지만, 그동안 참 많은 고비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립된 저만의 도서 선정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도서관 비치 확인

한 지역 내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멤버들이 다니는 도서관의 한계가 있더라고요. 

도서관에 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찾아갔는데, 이미 상호대차 신청을 해서 대출 불가가 되어버린다거나 그새 누군가가 빌려가서 책이 없어진다거나 하는 에피소드를 몇 차례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도서관 비치를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독서모임을 오래 하는 팀의 경우 구입해서 읽기보다 도서관 대출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멤버들의 수만큼 책이 비치되어 있는지 꼭 확인 후에 선정을 하고 있습니다. 



2. 3년 이상 회자되는 책 

신작이나 베스트셀러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책을 쓴다는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임을 느끼고 있기에 모든 책이 소중하고 귀함을 압니다. 그럼에도 전 독서모임 리더이기 때문에 좋은 책을 멤버들에게 소개해줘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임 후에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양서들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숨어있는 명작이나 알려지지 않은 책들 중에 좋은 책을 골랐을 때의 희열은 도서를 선정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겠지요. 사실상 이 부분은 정말 많은 책을 접한 후에 가질 수 있는 본능적인 감각이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3. 혼자서는 절대 읽지 않을 만한 책

좋아하는 분야나 장르의 책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2주에 한번 독서모임이 있다고 그 시간 동안 독서모임 선정도서만 읽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은 스스로 찾아 읽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정한 기간에 한 번씩 벽돌 책이라 불리는 두꺼운 책이나 전문 분야의 책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그냥 읽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신기하게도 함께 읽다 보면 책의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또 멤버 중에 한 두 명 정도는 관심 있어하던 분야였거나 전공자인 경우가 꼭 있어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선정하는 편입니다. 



4. 자유 주제와 지정 주제

주제를 정해서 읽는 것이 좋은지, 자유 주제로 선정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운영하는 모임의 경우, 처음 개설할 때는 자유 모임으로 만들지만 운영을 하면서 점점 세부적인 주제로 분류가 되더라고요.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는 멤버들이 속한 팀의 경우는 자유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이 좋고, 책 읽기를 막 시작한 멤버들이 많은 팀은 주제를 정해 지정도서로 진행하곤 합니다. 



5. 멤버들의 독서 수준은 어떻게 파악하나요? 

모임을 개설하고 처음 멤버들을 만날 때, 평소 읽고 있는 책이나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해요. 이때 멤버들이 가지고 온 책을 보면서 독서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합니다. 

보통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은 집중력이 좋고 글의 양이 많은 책을 읽어도 부담을 덜 느끼지만 책을 통한 성장에 대해서는 무딘 편이고요, 실용서나 에세이 위주로 읽는 분들은 글의 양에 따라 부담을 느끼는 정도의 높낮이 차이가 크고, 문학을 읽을 때 가장 필요한 공감능력이나 인물 분석에 어려움을 느끼시더라고요. 대신 책을 통한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도전적이고 발전적인 성향이 큽니다. 양 쪽 성향 다 장단점이 있지만 독서모임을 하면서 크게 부각되는 점은 없어요. 다만 리더의 성향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따라 팀을 꾸려가는데 쓰는 힘의 정도가 달라질 뿐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첫 모임 때 가져온 책을 각자가 소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때 가져온 책과 발표 내용을 들으며 책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죠. 그렇게 각 멤버들이 선호하는 책의 장르와 책 이해도, 소화할 수 있는 글의 양을 첫 모임에서 판단을 합니다. 이후엔 다시 1번으로 돌아가 팀에 맞는 도서 선정을 하면 되겠죠?








책 선정에 대한 부분은 모임을 운영하는 리더의 성향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실용서 위주의 독서만 해서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사람이었거든요. 책을 골라도 실천이 바로 가능한 종류를 많이 선정하곤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의 성향에 따라 그동안 기피했던 문학, 역사,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게 되었고 지금은 책에 대한 편식 없이 다양한 책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수혜자는 바로 저인 것 같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