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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양 Jan 04. 2020

새벽 기상 4년 차, 아직도 엄마품을 쫓아 나오는 아이

전업맘이던 워킹맘이던 나만의 시간을 갖기에 가장 최적의 시간은 역시 새벽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직장 다닐 때부터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던 터라 주로 새벽을 이용해 개인 시간을 확보하곤 했는데요, 하루 중 가장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보니 회사를 다니지 않는 지금도 계속해서 새벽 기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시간의 묘미를 알기에 주변에도 많이 권하곤 하는데요, 그럴때마다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더라구요.


'새벽 시간을 이용하고 싶은데, 아이가 자꾸 따라서 일어나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새벽에 일어나는 건데 아이가 따라나오니까 화를 내게 되더라구요. 한참 화를 내다가 문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결국 포기하게 되요.'


저 역시 아이 엄마라 그 고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제 경우에는 아이가 살만 맞다으면 괜찮다는 것을 알아서 그냥 안고 책을 읽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부분은 저와 제 아이의 경우일 뿐, 모든 분들께 통하는 방법이 아닐수도 있어요. 각 가정의 상황과 아이와의 관계를 잘 관찰해보신 후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래요^^) 이 시간을 나를 위해 쓰지 않으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과 속에 '엄마, 아내, 직장에서의 나'외에 온전한 '나'는 없을 텐데, 그 시간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우리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이자 답답한 부분이 온전한 '나'로서의 삶, '나만의 시간'의 부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혼자만의 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새벽 시간,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후의 몇 시간, 아이가 잠들고 난 후의 몇 시간,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이 그렇구요. 이 외에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상에 치이다 보니 일부러 노력하지 않는 이상 자유 시간을 확보하기란 참 어렵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새벽 기상입니다. 밤에는 에너지가 소진되어 뭔가를 하기엔 버거우니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몇 시간 일찍 깨는 방법을 택하곤 하는데요, 새벽 기상이라는 게 적당한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방해받는 것에 더 민감해지더라구요. 하지만 아이가 엄마를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요.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따로 떼어놓고 '나'의 삶, '나만의 시간'을 찾으려고 하니까 심리적으로 힘든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삶에 있어서 선택에 대한 책임에 무게감을 두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내가 선택한 '아내, 엄마'라는 이름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내가 만든 가정,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저의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ㅡ나와 가정,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ㅡ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나'만 찾고, '내 시간'만을 가지려고 하니까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화가 나고 가족들을 원망하게 되는거죠.


가족들의 이해와 응원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나의 상황부터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만큼의 노력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에요^^ 오랜 시간 규칙적으로 엄마의 시간을 갖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이해하고 배려해줄 겁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데, 사실 아직도 저희 꼬맹이는 새벽마다 절 따라나와서요.

그래도 이제는 엄마가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방해는 안 해요^^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와 조용히 옆에서 잠들곤 합니다. 가끔 엄마가 안고 재워줬으면 좋겠다고 칭얼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하던 일을 딱 덮어두고 아이의 뜻대로 해주고 있어요. 저의 우선순위는 '가족>나>일'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있어서 결정이 빠른 편입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지켜야 하는 게 맞는 거고, 그 선택에 있어 포기해야 할 부분은 빠르게 포기해야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내 욕심 챙기자고 아이를 내팽개쳤다면 새벽기상을 하다가 자주 무너졌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이가 엄마를 원할 때 언제든 곁을 내주었고, 그 시간이 반복되면서 아이가 저를 이해해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새벽기상, 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앞서 나의 삶에 있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고자 하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보세요. 지금은 힘들고 답답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아이의 이해와 배려를 받는 날이 분명 올 거예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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