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팬덤은 문재인을 극복해야 한다
‘문천지’와 ‘문슬람’, 표현의 악의성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을 종교집단에 비유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보기 드문 극단의 정치 팬덤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력은 대통령을 신처럼 숭배하고 정책을 교리로 받아들인다. 여타 종교가 그렇듯 일부 광적인 신도들의 교조적이고 비합리적인 언행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진중권은 이들 추종 세력을 ‘추적군중’이 됐다고 말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동료 시민에게 폭력적 행위를 일삼는 이들을 파시스트에 비유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통령은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가 아니며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한국 대통령의 명예와 권력은 5년의 유한한 세월이 흐르면 한 줌의 모래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임기 후반만 되면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레임덕)’에 비교되는 현실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더욱이 대통령 권력은 신성불가침 영역이 아니다. 비판과 저항이 없는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없다. 몇 년 전 시민들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던 나라다. 당시의 경험은 대통령도 한낱 무력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줬다. 지금의 극성 지지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일텐데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행위는 아이러니하다.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이들이 어느 누구보다 국가의 존망을 염려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에 깊이 공감하며 개혁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방해 세력에 맞서 기꺼이 싸운다. 표현의 내용과 방식은 거칠다. 아니, 과격하고 오만하다.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방법을 지나치게 믿어 ‘우상화의 오류’를 범한다고 말했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평등·공정·정의의 가치를 내세운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온갖 비리와 일탈로 잡음을 일으켰다. 추종자들의 과잉 충성은 대통령의 독선적인 행보와 내로남불을 애써 외면했다.
당나라 고승 임제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고 말했다. 불교의 궁극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제도화된 교리와 경직된 사상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뜻인데, 종교적 권위의 원천인 부처의 말씀과 부처 그 자체 또한 집착의 대상으로 봤다.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나라의 부흥이라 믿는다. 대통령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 지지자는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대통령을 만나면 대통령을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