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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zo Apr 09. 2020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

김대호 '노인폄하' 발언 논란에 대해서

미래통합당이 김대호 후보를 제명했다. 이틀 연속 ‘세대 비하’ 발언이 문제였다. 그 첫 번째는 선대위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었는데, ‘30대 중반부터 40대’는 논리가 없고 무지하다는 발언이었다. 해당 발언 자체가 무논리였고 무지한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논란이 된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장애인들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 7일 관악갑 총선 후보자 토론회 중에서     


나는 해당 발언이 그저 사실 진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일정 수준의 나이가 지나면 육체와 정신력이 쇠락하기 시작한다. 개인마다 상대적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도 노화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심리적, 정신적, 지적, 인지적, 신체적 등 노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면 젊었을 때와 비교해 일상 활동이 어려워진다.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장애 추정 인구수는 267만 명이었다. 그 중 후천적 장애발생률이 88.1%였고, 65세 이상 인구가 46.6%였다. 누구나 살면서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고 나이가 들면 그 개연성은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사실 통계를 들이내밀 필요까지 없다. 주변 친인척의 생애를 지켜보면서 누구나 경험하고 깨닫게 되는 삶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말 실수가 있다면 "됩니다"가 아니라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표현을 안한 겁니다” - 김대호 후보 페이스북 중에서     


해당 발언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는지도 의문이다. 김 후보는 문제의 발언 이후에 “모든 시설이 다목적 시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자는 것이 장애인 비하일 수 없다. 오히려 해당 발언은 장애가 없는 일반 사람들도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다목적 시설 건립에 동참해달라는 호소였던 것 같다. 맥락을 보더라도 그의 발언이 악의적 의도를 가졌다고 단정지을만한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탈북자,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측면에서 다수자 또는 주류에 속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는 소수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 또는 가족이 사고나 질병에 의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 장애인이 되는 일을 겪는다. 또 나이가 들면 대부분 장애인이 된다” - 책 <좌우파 사전> 중에서    


듣는 노인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하고 장애도 없는데 왜 모든 노인을 장애인 취급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의 본질을 이런 식의 반론 가능성만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 노인복지의 필요성을 말하는데, “왜 우리를 약자 취급하느냐”는 식의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선의로 나온 발언이 악의적으로 왜곡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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