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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zo Aug 10. 2020

기독교 때문에 차별금지법에 반대할 수는 없다

인권위 설문조사에 의하면 차별금지법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이 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이와 대비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기독문화연구소와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가 그렇다. 각각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둘 다 한국 기독교계 단체다. 이들 단체의 조사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저항하는 일부 기독교 단체의 반대 논리에는 의문이 생긴다.     

먼저 차별금지법(특히 법조문에 들어가는 ‘성적 지향’)이 기독교 신앙과 정체성을 위협하는지 여부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설사 그렇더라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개신교를 믿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 절반(이 믿는 종교)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판결이 자유민주 국가에서 가능했을 리 없다. 물론 미국에서도 동성애 차별이 여전하겠지만 동성애자와 개신교인의 공존은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또 나는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고 해서 그것이 법 제정 반대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독교 신앙 교리는 우리 사회를 포괄하고 대표하고 상징하는 도덕적 규범이 아니다. 오히려 <구약>에는 이교도를 향한 살인, 강간, 고문, 학살 등의 ‘도덕적 명령’이 담겨 있다. 이런 명령은 당위적이지도 않고 배척되어야 마땅하다. 나는 성경을 말미암아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과거 콘돔 사용을 금지했던 가톨릭 근본주의자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종교적 명분을 앞세운 도덕률?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이유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악의적이다. 이는 이미 동성애를 향한 적개심과 혐오가 내재한 순환논증에 불과하다. 교육, 고용, 행정서비스 등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근거로 차별하지 말자는 내용이 어떻게 특정 성적 지향을 확산 시킬 수 있을까.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면 동성애자가 늘어나나?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가? 이런 식의 생각에는 혐오의 근간이 되는 ‘신비적 사고’에 근거한다. 마사 너스바움은 “혐오는 실제적 위험보다 자신이 오염될 수 있다는 비합리적 사고에 바탕한다”고 말한다. 혐오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특정 집단을 배척하기 위한 사회적 무기로 악용되는 혐오를 근거로 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차별금지법은 보편적 관점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다. 반대론자들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것이라고, 동성애 반대자를 처벌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글쎄, 섣부른 억측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 계층이 겪었던 차별 대우를 없애고 그들을 보호하자는 게 골자다. 만약 “동성애, 여성, 장애인 혐오도 표현의 자유다”고 말한다면 다른 층위의 얘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은 이런 혐오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너스바움은 동성애 혐오가 강력한 도덕 감정이라면 반대로 학습을 통해 인종추의와 성차별주의 등에 대해 혐오를 느끼도록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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