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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Nov 26. 2018

편안한 마음만으로 충분해.
영화 <하나식당>

최근 개봉한 영화 <하나식당> 을 보고 난 후 든 생각



영화 <하나식당> 메인 포스터



영화는 보고 싶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보고 싶을 때
영화 속 주인공에 사로 잡혀 큰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영화를 보는 내내 편안한 마음만 안고 가고 싶을 때.


영화를 보고 싶은데 가까운 영화관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가 없고, 멀리 나가기엔 너무 추워서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습관처럼 cgv 어플을 켜봤는데 동네 영화관에 '하나 식당'이라는 영화 시간표가 등록되었다. 이름만 들었을 땐 일본 영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용은 보지도 않고,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 채 예매를 하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없는 영화가 보고 싶었다. 영화 제목으로 보았을 때 큰 내용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일 것 같았고, 내가 예상했던 장면들이 모인 영화였다. 그래서 결론은 '좋았다'. 참고로 나는 리틀포레스트를 몇 번이고 돌려 볼 만큼 좋아한다.
 


우연적인 만남이었기에 더욱 좋았다.


하나식당의 두 주인공, 영화적 스토리였기에 가능했던 둘의 만남. 그런 요소들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여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영화 관람이 가능한 것 같다. 영화이기에,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들이 가능해야 그래도 나름의 대리 만족하는 기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영화마저도 현실과 똑같다면 얼마나 팍팍할까. 특히나 이런 장르의 영화들에서는 더욱이 '영화적인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적당히 드러난 오키나와


영화 '하나식당'의 배경인 오키나와. 오키나와의 바다색이 아름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라서 그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영화에서 한 번씩 등장하는 오키나와의 바다는 참 예뻤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하지도 않고 적당한 바다의 모습들을 보여줘서 영화 속 이야기와 잘 어우러졌다. 오키나와의 유명한 여행지들은 생략한 채, 그곳의 바다만 등장해서 어쩌면 더욱 그랬을지도. 그래서 주인공들의 생활에 더욱 초점을 맞춘 채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 <하나식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일본 영화?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다른 일본 영화 몇몇 개가 떠오르긴 했다. 나도 처음엔 일본 영화인 줄 알고 예매한 거였기도 하고. 일본 영화만의 그 특유의 잔잔함이 좋아서 일본 영화를 자주 보곤 한다.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그냥 음식 만드는 걸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질 때가 있다.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 안 하고 멍 때리고 싶을 때. 영화를 보면서도 너무 영화에 빠져들어 머리를 쓰게 되고, 감정을 소모하게 되는 장르들이 있다. 하지만 일본 영화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다. 너무 큰 감정 소모도 없고,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고, 일상의 소재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음식을 만들 때 들려오는 소리들. 그러한 소리들과 함께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시간, 대화 도중 잠깐의 침묵, 그런 것들이 좋다.

영화 '하나식당'도 그랬다. 일본 영화의 그 특유의 감성을 잡아냈다고 볼 순 없겠지만 이 영화 자체가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2시간의 시간 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하나. 혼자 눕기 적당한 돗자리 위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하나의 모습을 보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가서 잔디밭 위에 누워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여행 가서 혼자 공원에 누워 사진도 찍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보기도 하고. 이땐 마냥 여유로워진 사람이 된 것 같아 좋았다. 근데 날 좋은 날 혼자 한강에 가서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다는 등의 행동은 아직 용기가 없다. 내가 무얼 하고 있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 예쁘다.


영화 초반에서는 '하나식당'의 주인공인 최정원의 연기가 조금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보는 내내 왜 이렇게 잘 안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담담한 표정들과 말투들이 진짜 하나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와 세희가 진짜처럼 느껴졌다. 혼자 무작정 여행을 떠나 어떠한 계기를 통해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 사람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잠시 동안 새로운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 '하나식당'이 좋았던 이유는


영화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편안함을 말하고 있었다. 둘이 주고받는 감정들도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큰 리액션도, 호들갑스러운 감정의 변화도, 큰 행복도, 아주 큰 슬픔도 없었다.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잔잔했다. 지극히 영화적이 이야기들이어서 어쩌면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말고 이 영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본다면 보는 내내 참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어쩌다 보니 하루를 거의 일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영화 덕분에 한 템포 쉬었다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겐 참 좋았던 영화.  



* 사진 출처 :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6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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