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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Oct 27. 2024

마흔다섯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여유가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문득 거울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또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것을 느낍니다. 마흔다섯의 지금,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자꾸 떠오르는 건 아마 그간 바쁘게만 살아왔던 시간들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조금 천천히, 즐기면서 제 삶을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얼마 전 저녁, 아들과 함께 역사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을 한 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문득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졌고, 시험을 통해 나의 지식과 이해를 더해가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최근 읽고 있는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라는 책을 통해 문화와 예술, 역사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러의 역할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해설사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문화와 역사를 풀어내며 그들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영어. 학생 때부터 영원한 숙제 같았던 영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담감이 아니라 즐거운 도전으로 다가오길 바랍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영어를 배워서 실생활에서도 자신감 있게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아들이 어느덧 열 살을 넘어서면서 제 마음에도 조금의 여유가 생긴 걸까요? 요즘 주변에서 지나가는 아기들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예뻐 보입니다. 문득 젊었을 때 봉사했던 영아원에서의 시간이 떠오르며, 기회가 된다면 위탁모로서 갈 곳 없는 아기들을 돌보는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은 체력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꼭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꿈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떠오릅니다. 두 다리에 힘이 있을 때, 이 여정을 걷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습니다. 오십이 넘어도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건강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쓰며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주 즐기는 커피와 와인에 대한 호기심도 커져만 갑니다.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 그 깊은 매력과 이야기들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바리스타나 소믈리에 자격증이 꼭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저만의 취미로 조금 더 깊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제 삶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많은 소망들. 바쁜 일상 속에서 전부 이루기란 쉽지 않겠지만, 하나씩 조금씩 다가가고 싶습니다. 특히 날씨 좋은 가을날이면, 조용한 시골집에서 책을 읽으며 머리와 마음을 쉬어가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와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마스터하며 제 삶을 풍요롭게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마흔다섯, 새로운 꿈을 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천천히, 제 속도에 맞춰하고 싶은 일들을 이루어 나가며, 남은 시간 속에서도 더욱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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