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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Apr 01. 2024

외로움

외로움,


내가 되어 갈수록 외로움은 더 또렷해진다. 나로 섬이 너와의 섬을 선명히 대비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커져갈수록 그대와의 연결감으로 충만해진다는 책들의 거짓말들을  난 믿지 않게 되었다. 내 경험으론 철저히 내가 '나'가 되어간다는 것은 너와 나의 다름, 그로 인해 결국 '너'와 함께 하고 싶다면 남는 건 굴복 밖에 없는, 죽음의 방향을 내딛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그러니 배움. 영혼의 성장이라는, 킹 받는 신의 놀이 포인트! 킹!)


내가 커져갈수록. 내가 날 만날 수록 꼭 그만큼 나의 외로움은 커져가고 짙어져만 간다. 그것이 내겐 우주의 이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 철저한 외로움의 시작이 나를 빼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만나고 사랑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그래서 신은 참 야속하다. 참 사랑을 하려면 철저히 외로워야 하고 끊임없이 타인에게 내 사랑과 기대를 버림받아야 한다.(딴 이 이야기지만 그래서 지금 내 옆사람에게 감사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그대가 없었다면 이 외로움에 진작 죽었을 날 살려준, 내 옆사람들에게 무한한 경배를!)


혼자서도 괜찮다는 사람들을 웬만하면 믿지 않기로 했다. 그게 날 더 지키는 데 안전한 것 같다. 그 또는 그녀는 완전한 성인이거나(그러나 과연 얼마나?) 그러는 척하는 거거나 자기가 외롭다는 걸 인식하고 싶지 않거나 혹 느끼지 못하거나. 내 경험상으론 그건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안의 신을 만나는 여정은 같은 말로 철저한 인간이 되어간다는 소리기에. 책에서 말하는 감사. 포용, 감사함, 연결감, 환희 꼭 그만큼 찾아오는 것이 외로움과 쓸쓸함이었다. 왜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신이 되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그냥 인간,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기에.


그래서 난 공부를 하고 작업을 해갈수록 믿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아졌고. 나밖에 모르는 삶을 살다가 이젠 사랑을 하고 관계를 맺는 건 나를 빼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더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고. 또 같은 말로 이제야 드디어 노력해 보는 관계, 정말 너를 알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준비가 되었다는 것 같기도 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그래서 그냥 이 외로움에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좋은 말로 내가 나로 섰다는 것이니. 만나고 헤어지고 기대하고 절박하고 그 무수한 반복의 역사라도 아프지만 포기하진 않겠다. 그것이 지금껏 내가 여기까지 온, 내 힘을 키워온 이유! 절대 사랑을, 사랑에 포기하지 않아! 나 쏠이야~~~ 사랑나라 출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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