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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책방노트 Mar 16. 2019

책의 청춘을 만나다.

‘New York Antiqurian Book Fair2019’ 방문기


책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는 곳


아직도 칼바람이 여전한 뉴욕, 오랜만에 포근했던 주말.지난주 뉴욕은 (3월 5일~12일) NYC Rare book week(희귀 도서 주간)이었다. 그중 가장 메인 행사이자 책을 사랑하는 수많은 북 콜렉터들이 모이는 ‘New York Intenational Antiqurian Book Fair’를 다녀왔다.


낯설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희귀 도서전 중의 하나이며 벌써 59번째 열리는 행사다.


언젠가 기사에서 본 한 시골 마을 요리사가 취미로 오래된 만화책을 한두 권씩 사모으기 시작했고 그중 약 150만 원 정도를 주고 산 한 만화책을 경매에 내놓았더니 약 5억 원이 넘는 45만 4100달러(5억 6000만 원)에 팔리며 돈방석에 앉았다는 이야기.

바로 그 만화책은 스파이더맨이 최초로 등장한 1962년 판 ‘어메이징 판타지 15호’(Amazing Fantasy No.15)이며 당시 판매가는 단 12센트였다고 한다.


혹시나 이곳에서 그런 행운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46만달러(약 5억6천만원) 의 주인공, 지금의 ‘스파이더맨’ 레전드의 시작


흔히 고서나 희귀 책들을 수집하는 “북 콜렉터”라고 하면 나이 지긋하고 날 선 반듯한 정장을 입고 있는 점잖은 노신사(?)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전시장 안은 흔히 뉴욕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세련미 넘치는 젊은 사람들부터 나처럼 동네 산책 나오듯 어슬렁거리며 기웃거리는 구경꾼들까지 그저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풍기는 분위기로 사뭇 활기찬 공기가 감돈다.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30여 개의 국가의 희귀 도서상들이 200개의 부스를 가득 채우며 참가했다.   
단순히 오래된 책들로 가득할 거라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희귀 책뿐만 아니라 오래된 사진, 지도, 많은 작가들의 친필 원고 등 ‘종이’로 만들어진 다양한 인쇄 창작물을 광범위하게 만날 수 있다.  

1674년에 최초 인쇄후 1860년에 조선(서울)에서 다시 재인쇄된 세계지도. 가격은 $240,000(약2억7천만원)
3자매의 사진 속 의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종이 인형들 1947년 제작. $6,000(약 6,800만원)
밥 딜런의 자필 노트 (1973년) 가격 $15,000(약1,700만원)

사실 책을 수집한다는 것은 본디 쉽게 상하고 예민한 재질 탓에 그 보관과 관리가 쉽지 않아 일반인들이 호기로운 취미로 선택하기에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북 컬렉팅의 세상은 또 다른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어떤 책들이 어떤 기준에서 높은 가격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일까?


미래의 가치를 보고 골동품으로서 책을 고르는 것은 대단한 안목과 수반되는 인문학 지식 없이는 쉽지가 않다.  
북페어에 참가한 한 셀러에게 물어보았다.  

Q. 초보 콜렉터들을 위해 어떤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은지 팁이 있으면 알려달라.
A. 물론 오래된 책이면 좋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오래된 책이라고 해서 희귀한 책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초판을 골라라, 저자의 자필 서명이나 독특한 메모가 있으면 더욱 좋다. 골동품 책은 물리적 상태로 평가가 되기 때문에 인쇄 품질, 제본 상태 또는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독특하지만 때로는 책의 내용물은 그다지 엄격하게 평가되는 사항이 아니다. 헌책방에서 1달러면 살 수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마거릿 미첼 (Margaret Mitchel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저자)이 직접 서명한 수천 달러의 초판의 내용은 결국 같지 않나.

    

하지만 이 셀러는 역시 자산의 가치로 책을 수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얘기한다.

대부분의 책은 사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그들만의 세상’이기 때문에 자산 이상의 여러 가지 공적인 사료로서 ‘골동품’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의미로 책을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혹시나 하는 한탕을 노린 초보자의 마음을 꿰뚫는 뼈를 때리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북 컬렉터들의 세상 역시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룰에 따른 자본주의의 방정식으로 움직인다.
실제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인쇄물들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나 평균 거래 가격은 수천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둘러보니 가장 저렴한 것들은 작은 엽서나 아트포스터 등으로 100불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으며 일부 책들은 몇백 년도 더 된 14~15세기에 편찬된 책들로마치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상상 이상의 고가의 서적들도 보였다.  

이곳에 참가한 여러 부스들은 이탈리아, 파리, 독일등 유럽과 미국 각주의 오랜 전통 있는 고서적 및 희귀 서적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과 출판사들이 대부분이다. 서로의 부스들을 오가며 자료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특정 책을 찾는 고객이 있으며 사이좋게 안내도 하며 서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일본이 ABAJ(Antiquarian Booksellers Association of Japan) 일본 고서적상 협회에 가입된 여러 서점의 연합으로 참가하였다.

일본 ABAJ 부스

일찍이 문호를 개방한 문화적 배경 탓인지 유럽, 미국 국가들의 부스에서 일본 고서적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보관 상태 또한 모두 꽤 훌륭하였다.

일본의 근현대사 자료들이 꽤 좋은 상태로 남아있는것을 볼수 있으며 콜레터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번 북페어를 둘러보며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여러 콜렉터들이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고서 시장에서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도 고서라 하면 ‘문화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까?

보존도 발굴도 일반인들에게는 모두 적극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심점조차 마련하기 어렵기에 이런 국제 교류에 있어서는 한국은 소외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책의 청춘을 만나다.


결국 나는 북페어에서 ‘최초의 스파이더맨’ 같은 행운은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찾을 수 있었던 유일한 한국 관련 서적이자 선교활동으로 한국을 방문한 한 신부가

1951년에 출판한 소설 ‘The adventure of WU HAN of KOREA’를 발견하고 구매했다.

가격은 1년 치킨값 정도 되겠다.

이책과 어떤 인연이 닿았던 걸까?
책에 씌여진 한국어 단어들의 설명, 판수(남자무당) 등 현재는 낯선 단어들을 볼수 있다.


문득 책의 수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단 100년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몇십, 몇백 년을 지나온 책을 소유하고 가치를 매긴다는 것이 사실이

어쩌면 조금 우스운 일인가 싶다.  


오늘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책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100년도 안 되는 유한한 삶의 시간 속에 우리는 얼마나 청춘으로 살고 있을까?

수십 년 ,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청춘 한 조각을 나의 1년 치킨값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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