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을 읽으면서…
정리는 물건의 자리를 지정하고 그곳에 두기만 하면 끝이다. 아래 사진을 아내에게 전송하니, 아내에게 답장이 왔다. “물건 자리 정하는 게 어렵다고“ 뜻밖의 반응이었다. 자리라는 건 그냥 정하면 되는 건데 그게 어렵다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난 분명 최적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물건을 지정된 장소에 두었지만, 만약에 물건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난 여기 있기 싫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발이 있다면 벌써 달아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물건에게 “여기가 좋으니? 편하니?”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내 말대로 물건의 자리를 정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겠다.
다행히 물건은 말을 못 하고, 발이 없어 달아날 수도 없다. 일방적이긴 하지만 나에게 물건의 자리를 정하는 건 참 쉽고 간편하다.
하지만, 내 자리를 정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울까?
생각해 보면 정리는 단순한 믿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바로 “모든 것엔 제자리가 있기 마련이다”라는 전제 조건에 대한 믿음이다. 이 세상엔 분명 내 자리도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긴 아닌 것 같지만 하여간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 있고 만족한다면 세상은 정돈되어져 평온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세상은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게 아닐까? 나부터도 제자리를 못 찾고, 못 잡고 어정쩡하게 되는 대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모두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세상은 결국 혼탁해진다.
아내에겐 물건 자리를 정하는 게 어렵듯이 나에겐 내 마음의 자리를 정하는 게 어렵다. 마음의 자리도 그냥 정하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난 여전히 어디에 내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고, 아직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