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하루에 700명 이상이 체포되며, 체포되는 사람의 대다수가 유색인종이자 빈곤계층인 뉴욕에서 이 취약계층을 위한 변호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스타트업, Good Call NYC(이하 ‘굿컬뉴욕')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굿컬뉴욕은 미국의 유명한 비영리 엑셀러레이터 Blue Ridge Labs와 Fast Forward의 인큐베이션을 거치며 커뮤니티 중심의 디자인(community-centered design)을 고도화하고 있는 테크 비영리단체입니다.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서비스 이용자의 커뮤니티를 고려해야 하는 건 모두가 아는 기본이지만, 이를 실제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실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비영리의 경우는 서비스 이용자들이 취약계층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특수한 상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굿컬뉴욕의 사례를 통해 커뮤니티 중심적인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미국에서 체포되어 보신 분 있으신가요? ㅎㅎ 미국에서 체포가 되면 경찰 심문을 받기 전 법적으로 한 통의 전화가 허락됩니다. 긴급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가족에게 내 위치를 알리거나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데 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죠. 그러나 취약계층의 경우, 이 전화를 누구에게 걸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또는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없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몇 안되는 법적 권리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굿컬뉴욕은 이들을 위한 법적 자문 핫라인을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I-833-3-GOODCALL로 전화를 걸면, 뉴욕 곳곳의 공익변호사 사무실로 바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요.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평균 36초 이내로 변호사와 통화가 가능합니다. 이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있냐구요? 엄청나게 많습니다. 설립 이후 지난 3년간 무려 1,104건의 통화를 연결해주었다고 하네요.
여기서 잠깐. 핫라인까지 만들어가며 범죄용의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비영리스타트업이 왜 필요할까요? 굿컬뉴욕은 미국 형사사법제도 내에 인종차별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수감자 비율이 높기도 하지만 (세계 수감자의 1/4이 미국 교도소 수감자), 그 중에서도 실제로 흑인 수감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미국 남성 9명 중 1명이 인생을 살면서 최소 한 번 이상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흑인 남성의 경우 그 확률이 무려 3명 중 1명이라고 하네요. 또한 흑인 용의자들이 백인 용의자들에 비해 체포될 확률도, 가석방이 거부될 확률도, 심지어 사형 선고를 받을 확률도 모두 높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공권력에 대해 쌓여온 불신이 바로 5년 전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운동이 강렬하게 퍼져나가게 된 배경이었죠.
굿컬뉴욕의 설립자 중 한 명인 Anglin 또한 청소년기에 사소한 법위반으로 체포된 경험이 있는 흑인 당사자입니다. Anglin은 미성년자였던 시절 체포됐었던 경험이 정말 무섭고 무기력했던 기억으로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굿컬뉴욕은 억울하게, 또는 무리하게 체포된 경험이 있는 당사자를 단순히 인터뷰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게 아니라, 당사자와 같이 포커스 그룹을 진행하며 서비스를 만들어나갑니다. 절도 용의자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뉴욕의 악명높은 교도소 섬 ‘라이커스 아일랜드'에 일주일 동안 유치되었던 Ray도 포커스 그룹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당사자 중 한 명입니다.
당사자 포커스 그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인사이트는 정말 중요합니다. 원래 변호사 연계 서비스를 앱으로 론칭하려던 굿컬뉴욕은 이 포커스 그룹을 통해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됩니다. 흑인들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는 액션은 경찰에게 총을 꺼내는 위협으로 읽힐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게 굿컬뉴욕은 앱 대신 경찰서에서 제공하는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핫라인 서비스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커뮤니티 멤버 당사자들을 서비스 디자인 과정에 합류시키면서 나온 굿컬뉴욕만의 감각들이 있습니다. 굿컬뉴욕이 제공하는 연락처 디렉토리 기능은 체포된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하여 변호사가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려줄 수 있게 합니다. 소수자 커뮤니티(교회, 학교 등)에서 직접 커뮤니티 멤버들의 연락처를 올려놓고, 연락이 왔을 때 공동 대응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핫라인에 대한 홍보 또한 소수자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진행하는데, 이 때 각 교회나 학교가 뿌릴 수 있는 홍보물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합니다. 홍보책자나 간단히 프린트할 수 있는 원페이지 포스터 뿐만 아니라, 문자나 SNS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짧은 문구까지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커뮤니티에서는 그저 자신들의 채널에 복-붙만 하면 홍보가 되는 거죠. 히스패닉 커뮤니티들을 위해 스페인어로 된 문구를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우리는 항상 커뮤니티를 염두해두고 디자인하지 말고,
커뮤니티와 “함께" 디자인하라고 말합니다.”
- 굿컬뉴욕 설립자, Anglin -
서비스 사용자의 커뮤니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플레이어들이 누군지, 어떤 문제에 처해있는지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단계부터 대상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Anglin은 말합니다. 굿컬뉴욕은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사례였지만, 그들의 서비스 디자인 방식만큼은 분명 국내 비영리들도 착안할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https://archive.attn.com/stories/2419/racism-in-american-criminal-justice-system
* https://www.upworthy.com/being-arrested-is-terrifying-this-nonprofit-can-help-you-make-your-one-call-count
* https://www.forbes.com/sites/fastforward/2019/08/20/meet-the-designer-connecting-anyone-arrested-in-nyc-with-a-free-lawyer/?mc_cid=c528da93b4&mc_eid=6820c3dd74#6ed08c1e575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