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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Aug 10. 2021

가을 담쟁이

가을 담쟁이   


하늘로 곧게 향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 없을까

거칠고 차가운 시멘트 벽 한 구석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납작 엎드려야 했던 담쟁이의 운명

사력을 다해 더듬거리며 

담을 점자처럼 읽어낸 구불구불한 너의 몸에

추울수록 온기를 전하는

어미와 아비의 붉은 마음이 붙어 있다




담쟁이는 벽에 붙을 수 있게 빨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태생적으로 스스로 곧게 설 수 없기에 몸을 눕혀 어렵게 흡착근을 뻗어 구불구불하게 성장한다.

낙엽으로 하나 둘 떨어져 나간 담쟁이덩굴을 바라보면 가난한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모든 온기를 전해주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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