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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원국 Jun 10. 2016

잘 놀아야  잘 쓴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 친구가 놀자고 했는데, 공부하려고 안 논다고 한 적이 꽤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늘 후회했다.

놀기라도 할걸.
 
글쓰기 시작하면서부턴 이런 후회를 안 한다.
그냥 노니까.
 
원고 마감을 앞두고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나간다.
지하철 타고 오가는 중에 반드시 쓸거리가 생각난다.
 
교회 가기 싫어 글 써야겠다고 핑계 대다 아내 성화에 못 이겨 끌려나갔다. 

목사님 설교말씀을 들으며 집에 있었으면 근처에도 못할 여러 글감이 떠올랐다.

새벽에 글 쓰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아들이 산책 가자 해서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아들과 이 얘기 저 얘기하다 글 쓸거리가 마구 마구 떠올라,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했다.
 
글은 쥐어짠다고 써지지 않는다.
글을 쓰려면 사람을 만나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집을 나서 놀아야 한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백지와 씨름한다고 써지지 않는다.
 
글 쓰는 일은 얼마나 축복인가.
글 쓰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저 놀기만 해도 써지는 게 글이니까.
노는 게 글쓰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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