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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원국 Jun 10. 2016

술 마시고 쓰는 자동기술법 실험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1차 대전을 겪은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의식이나 의도 없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없을지 주목했다.

여기서 나온 게 자동기술법이다.     


프랑스 시인이자 초현실주의 창시자인 앙드레 브르통(AndreBreton)은 이렇게 말했다.

"자동기술법은 이성이나 합리성의 통제에서 벗어나 미학적, 도덕적인 선입견 없이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받아 쓰는 것이다."


앞에 쓴 것을 다시 보거나 검토하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멋있게 잘 쓰려고도 않고, 욕 같은 것을 걸러내지도 않는 것이다.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 시간을 정해놓거나, 종이 한쪽이나 반쪽 등 분량을 정해놓고 무념무상으로 쓰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제임스 조이스 등의 '의식의 흐름 수법'도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개 하루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인데, 그 일에서 연상되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 쓰는 기법이다.

마인드맵과 비슷한데, 마인드맵은 단어를 나열하는 데 반해 자동기술법은 문장을 쓴다는 게 다르다.     


소주 한 병 정도 마시고 자동기술법을 시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교를 부리지 않게 된다.

글의 순서를 따지지도 않는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는다.

잠든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을 쓰게 된다.

괜찮은 말을 건질 수 있다.

틀림없다.     


언젠가 <월간 에세이> 기고문을 쓰면서 건진 첫 문장이 "엄마가 죽었다"였다.

나의 무의식이 창작한 완벽한 창조물이었다.

얼마 후, 까뮈의 <이방인> 첫 문장이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인 것을 확인했다.

억울했다.

소설가 신경숙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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