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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 Apr 01. 2019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

나는 도시 여행 계획을 짤 때면 랜드마크나 관광지가 아닌 그 도시의 행정구역 중심으로 계획을 짜곤 한다. 이번에 다녀온 비엔나를 예로 들자면, 비엔나는 1구부터 23구로 나누어져 있고 서울의 한양도성에 해당하는 링슈트라세의 안쪽이 1구이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1구에 위치한다. 역사를 잘 보존하기로는 최고인 파리도 1구부터 20구까지로 나뉘고, 루브르부터 노트르담까지 역사적 관광지들은 1구~4구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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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오래된 역사 유적지는 중요한 곳이 아니다. 그런 장소들은 패키지 관광으로 찾거나 예술 여행이라는 테마로 찾아왔을 때에나 의미를 갖는다. 도시 여행에서는 '책으로 읽을 수 없는 도시의 현재를 두 발로 혹은 온 촉각으로 읽기 위해서 떠난다'는 목적을 달성시킬 만한 곳을 찾는다. 그런 공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21세기의 현재란 전세계적으로 동질화의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글로벌리제이션.. 뭐 그런 거) 그 와중에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비교하고 같음으로써의 재미와 다름으로써의 재미를 발견하는 것이 도시 여행의 묘미가 된다. 다름을 만드는 것은 각 도시, 지역, 구역, 길, 공간이 가지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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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도시 여행을 떠났을 때 1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나는 그 도시의 현재를 읽고 싶은데, 1구에는 그 도시의 과거를 읽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온 관광객들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관광객을 상대하며 적극적으로 과거를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는 감당할만한 수준이겠지만, 현재를 만들어나가려고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종로나 광화문, 혹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홍대 중심지의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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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도시에 갔으니 구색은 맞추기 위해 1구에 하루 정도의 일정을 배정하고 나면 나머지 기간은 현재를 읽기 위한 공간들을 일정에 넣는다. 공원과 카페, 펍과 재즈바, 지하철과 버스와 트램, 길거리 음식과 파인 다이닝을 각 구역별로 찾아서 일정을 짜다 보면 "거기 2박 3일이면 충분해요"하는 도시도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머무를 수 있다. 한 구역에서만 일주일씩 머무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도시 여행을 좋아하고, 홍콩과 멕시코시티와 런던과 도쿄를 좋아한다. 완차이와 꼰데사, 해크니와 스미다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현재를 가진 도시는 매번 가도 매번 새롭고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항상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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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변화하는 현재를 가진 도시'라는 측면에서, 서울은 정말 다이나믹하고 즐거운 도시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여행하듯 살 수 있다는 건, 일상 속에서 변화하는 현재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눈이 발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9.01.18,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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