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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 Jun 13. 2016

조금 더 특별한 준비물

멕시코 교환일기 (3) Postcard Collection

'교환학생 필수 준비물!' 

'이것만은 챙겨야 한다!'


글머리에 이런 수식어들을 달고, 커다란 캐리어와 그 안을 수북이 채워 줄 옷가지, 생필품, 그 이외 여러 가지들이 자신을 꼭 모셔가라며 강한 자기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서 내가 꼭 챙겨가고자 하는 건 바로 ―엽서―다.


예전부터 나는 글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게 아니라 '글씨'를 쓰는 걸 싫어했다. 워드 프로세서로 타자를 치는 건 백날이고 천날이고 할 수 있지만, 굉장한 악필인 데다가 펜을 쥐고 글씨를 쓸 때면 손에 힘이 들어가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필로 하는 모든 것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라는 핑계를 대면서 친구들의 생일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혹은 스승의 날, 어버이날, 무슨 날 무슨 날 하는 각종 기념일들에 으레 주고받곤 하는 '편지'라는 의식을 생략하기 일쑤였다. 편지를 쓰라고 해도 나름 유머러스하게 쓰겠다며 커다란 편지지에 200 포인트 정도로 두세 글자 적을 뿐이었다. '감사해요' '생축' 심할 때는 'ㅊㅋ'라고 적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바다 혹은 하늘을 건너 온 엽서가 갖는 낭만을 'ㅊㅋ' 나 'ㅎ2' 따위의 획 몇 개로 산산조각 낼 수도 없는 일이다. 하루하루 낭만을 추구하면서 사는 사람으로서, 한 장 한 장 특별한 엽서를 만들고 싶다. 잘 그리진 못하지만 때로는 그림을 그린다든지, 새로 배운 아름다운 스페인어 단어를 전해 준다든지, 혹은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해 제작한다든지.





시간이 날 때마다 독립서점 탐방을 다닌다. 몇천 원에서 비싸게는 몇만 원에 이르는 책들을 그 자리에서 구매하기엔 가난한 대학생이어서 만만한 가격대의 예쁜 엽서를 한두 장씩 집어 들곤 했다. 때마침 그 엽서들이 >>특별한 엽서 프로젝트<< 컬렉션의 씨앗이 되어 주었다. 물론 멕시코에서도 그 나라의 향기와 아우라가 담긴 엽서를 많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이 날 때마다 한두 장씩 모으며 그 엽서에 소인이 찍히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낭만을 찾도록 해줄 테니까.



쁜 엽서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많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독립출판물 서점에서는 다채로운 디자인 엽서들을 판매하며,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무가지 엽서도 꽤 많이 배포하고 있다. 이외에도 홍대 등지의 북카페들에서도 무가지를 꽤 배포한다.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서도 엽서는 단골로 등장하는 상품이다. 가까운 문방구나 서점의 문구 코너에서도 예쁜 엽서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독립 서점의 경우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리스트를 첨부한다. 엽서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독립 잡지들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니, 시간이 날 때면 잠시 들러 보는 것도 추천한다.

http://blog.naver.com/jumpgyu/22072899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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