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교환일기 (2) 조금은 험난했던 인천-멕시코 항공권 발권
몬테레이 공과대학 멕시코시티 캠퍼스로의 교환학생. 그 준비 과정의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항공권을 발권하는 일일 것이다. 출발일 2~3달 전이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항공권의 특성상, 7월 중순에 출국하기 위해서는 최소 5월에는 발권해야 한다. 선발 통보를 받았던 것이 5월 초순이니 최대한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멕시코시티로의 직항은 아직 없다. 최근 중남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듯 싶다. 2번 이상 경유해야 하는 남미에 비하면 1번 경유만으로 도착할 수 있는 멕시코시티의 경우 양호한 편이다. 거리상으로는 유럽을 경유해 가든, 북미를 경유해 가든 큰 차이가 없지만, 북미를 경유해 가는 경우가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항공편도 많기 때문에 북미를 경유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공권 발권을 위해 둘러봤던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www.skyscanner.com
카약닷컴 www.kayak.com
인터파크 투어 tour.interpark.com
웹투어 www.webtour.com
온라인투어 www.onlinetour.co.kr
와이페이모어 www.whypaymore.co.kr
키위닷컴 www.kiwi.com
멕시코 국적기인 아에로멕시코(Aeromexico)의 경우 일본 도쿄(나리타)에서 멕시코시티로의 직항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인천-도쿄-멕시코시티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받을 필요도 없고, 거의 직항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장 편리한 경로이다. 국내 사이트에서 검색할 경우 아시아나-아에로멕시코 연결편이 250~300만원, 외국 사이트에서 검색할 경우 190만원 정도이다. 국적기를 이용할 수 있고 ESTA를 발급받을 필요도 없고, 국내 사이트에 비하면 싸다고 생각해 얼른 결제를 해버렸는데 (Kayak에서 검색 후 Onetravel에서 결제)좀 더 생각해보니 미국을 경유해 가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경우 150만원이 조금 안 된다.
생각해보면 50만원은 현지에서 한 달 가량을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가 될 수도 있고, 멕시코에서 칸쿤-쿠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항공권 값이 될 수도 있는 큰 돈이다. 항공권을 알아보면서 눈 앞에서 수백 만원 단위의 돈들이 왔다갔다하니 잠시 화폐개념을 잊었던 것 같다.
하지만 Onetravel 결제창에는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This ticket is not refundable.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환불이 되지 않는 줄 알고 잠시 질질 짰다. 너무 섣불리 결정을 내린 나에 대한 자책감과, 5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겨우 수십만원 때문에 가슴 졸이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섞인 눈물이라고 하면 될까. 금전적 비용을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Onetravel 측에 나의 사정을 설명하며 환불 요청을 했다. 사실 실제보다 조금 더 딱해보이게 설명하긴 했다.
결제한지 3시간이 채 흐르지 않았던 때라서 그런지, 아무 수수료도 떼지 않고 흔쾌히 전액 환불을 해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Onetravel에서는 실시간 Cha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상담원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하고, 그에 따라 바로 진행상황을 알 수 있었다. 대다수의 외국 여행사들의 일처리가 느리고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Onetravel이 정말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바로 전액 환불 해줘서 이렇게 칭찬을 늘어놓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단지 느낌 탓이다.
아무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유나이티드 항공 가격비교를 위한 발품을 팔았다. LA 경유, 댈러스 경유, 샌프란시스코 경유 등 경유지에 대한 선택지도 다양하고, Layover도 2시간, 4시간, 8시간, 12시간 등 다양했다. 나는 경유지에서 바깥바람도 쐬고 오랜 시간 앉아있어 찌뿌둥할 관절도 펴줄 겸 경유시간이 긴 것으로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날짜변경선을 넘고 공항대기시간이 18시간인 귀국여정은 무려 3일짜리 여정이다.
편도가 아니라 왕복권으로 결제했기 때문에 왕복 유효기간은 넉넉히 12개월으로 잡았다. 한 학기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유효기간 6개월짜리로 끊어서 학기가 끝나자마자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너무 촉박한 일정이 될 것 같았다. 12개월 짜리를 끊어서 상황을 보고 여유롭게 여행한 후 돌아올지 깊고, 깊고, DEEP..한 고민을 한 결과.. 중남미에 갈 일이 내 일생 동안 몇 번이나 올 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여유롭게 12개월로 끊었다!
유효기간 2개월짜리 남미 왕복권은 100만원 전후면 끊을 수 있다. 인-아웃 도시 다르게도 끊을 수 있다. 유효기간 1년짜리는 150만원인걸 보면서 정말 속이 쓰렸다.. 이달 말 도쿄 여행은 항공권까지 35만원, 다음달 초 오키나와는 항공권까지 40만원을 예산으로 짜 놨는데 (항공권을 특가로 싸게 잡은 것이 컸다!) 150만원이면 일본 여행을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가고 싶은 곳 다 가면서도 세 번은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주 항공권도 특가 때는 70만원까지도 내려가는데. 속이 안 쓰릴 수가 없다.
이미 결제한 것 어쩌겠는가. 내 손을 떠난 풍선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러나 걸림돌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8월 1~5일이 교환학생 OT Week이기 때문에 7월 말까지는 칸쿤-쿠바 여행을 하려고 한다. 문제는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여행기간 동안 짐을 어떻게 하냐인데.. 8월 초에 맞춰서 한국에서 택배로 보내면 국제택배가 30만원 정도..라서 한 달치 방세에 맞먹고 들고 간다고 하면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집을 빨리 계약해서 7월 중순부터 지내야 할 지. 고민이 크다. 일단은 짐을 최소화해서 들고 갈거지만 해결책을 찾아보고 있다.
항공권 발권 과정부터 이렇게 힘든데 집은 어떻게 구하고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여행은 어떻게 다니지..? 정말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 같은 두려운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