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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 Jun 09. 2016

멕시코? 거기 위험한 곳 아냐?

멕시코 교환일기 (1)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

함께 추가선발되었던 저 분은 등록을 포기하셨다.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에서 나는 '떠날 것'을, 저 분께서는 '말 것'을 선택한 것이다.


교환학생에 합격하기까지

※ 주의 ! ※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수능이 끝난 겨울 대학교 합격 발표를 듣고 먼저 상상한 나의 모습은 대한민국이 아닌 그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생활이었다. 그것이 교환학생이거나, 워킹 홀리데이거나, 혹은 인턴쉽이나 취업을 해외에서 한다거나.. 그 무엇이든. 1학년 여름과 겨울 각각 같은 과 언니가 미국과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교환학생을 떠나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에 다들 취업 때에나 준비한다는 토익을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시작했다. 아, 학점은 지원 가능 선에 겨우 맞추는 정도였다.


2016년, 2학년이 되었다. 요즘 중2병 다음으로 고질적인 전염병이 대2병이라는데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진로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삶에 의욕이 없다면 본인이 대2병 환자인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나 또한 전생에 뽀로로였는지 노는 게 제일 좋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밥이나 빌어먹고 살 수 있을지, 욕심만 앞서고 일궈 놓은 것이 없는것만 같아 대2병 증세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불태워 열심히 할 수 있는 종목이 있었는데, 바로 '여행'이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물씬 느껴지는 이국적 분위기. 여행을 떠날 때면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이질감들이 나에게는 행복의 일종이었다.


금전적 그리고 시간적 문제로 가까운 아시아가 아니면 떠나지 못했던 나는 비책을 생각해낸다. 최대한 먼 곳으로 교환학생을 핑계 삼아 느낄 수 없었던 그 이질감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야겠다! 천재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 고른 국가는 '핀란드!' 항공권 특가 앱에서 종종 보이는 프랑스나 독일이 아니라서 뭔가 익숙하지 않고, '북유럽'이라는 지역이 주는 느낌. 북유럽 신화라던지, 북유럽의 자연, 북유럽풍 디자인, 그리고 도서관 여행 에세이 코너를 탐독하다 발견했던 책 <첫, 헬싱키>. 왠지 이 나라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도 않는 영어 작문 실력으로, 나름 제목학원 우수 구독자임을 뽐내며 소제목까지 달아 수려하게 정리한 교환학생 수학계획서와 함께 핀란드 교환학생에 지원했다. 솔직히 내용은 머리 싸매가면서 영혼을 조금 갈아넣어서 썼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오버스러운 면은 있지만 나쁘지 않은 글인 것 같았다.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은 잘 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지원 가능선에 겨우 맞춘 내 학점으로 유럽권 교환학생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토익 점수도 높다고 말해 달라면 높다 말해주는 어중간한 정도라서 정량적 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 학점이 낮으면 외국도 못 나가는 건가. 낙담했다. 아니, 낙담하지 않았다. 다음 학기에 지원하면 되니까. 친구는 다음 학기에 함께 지원하자며 위로 섞인 미래계획을 건넸다.


우리 학교의 경우 미국-유럽-일본-중화권-기타지역 교환학생을 순차적으로 선발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권 교환학생에 탈락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중화권 교환학생, 특히 홍콩 지역도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유럽/영미권보다 비교적 낮은 경쟁률로 합격하기 (비교적) 쉽고, 한 번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이 있으면 다시 합격하기 어렵다는 풍문이 돌아 '중화권-유럽보다는 유럽-중화권이 좋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번 학기 중화권 지원은 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같은 생각으로, 일본이나 기타 지역 교환학생 공고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난 다음 학기에 유럽권에 지원할 거니까.


중간고사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번 학기 느낌이 좋지 않다. 중간고사에서 거의 모든 과목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나서 심각모드에 들어갔다. 이대로라면, 다음 학기 평점평균이 교환학생 지원가능선에 못 미칠 것 같은데..! 한동안 내 손톱과 손톱 옆 살은 불안감을 표출하느라 다 뜯어내버려 남아날 길이 없었다. 손톱이 반토막난 채로 학교 공지사항을 들락거리다가


기타지역 교환학생 추가모집


공고를 발견해 버렸다.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약 일주일. 새로 지원할 학교에 맞춰 순식간에 수학계획서를 써내고, (그래도 한 번 써봤다고 감을 잡았던 것이다) 성적표 인쇄 - 스캔 - 대학행정 지원 - 서면 지원 절차를 또한 휘리릭 진행하고, (한 번 지원해봤다고 절차를 마스터한 것이다) 5월 초에 있을 추가모집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다. 분명히 내가 공지사항을 확인했을 때는 공고가 없었는데 5월 9일, 독촉 메일이 왔다.


중요도를 나타내 주는 빨간 색의 글자..! (당황 (긴장


메일을 받고 공지사항을 다시 둘러보니 5월 4일, 어린이날 연휴가 되기 전에 이미 발표가 나 있었다. 하마터면 합격했는데도 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잠시 아찔했다. 메일을 보자마자 답장을 보내고 부모님께도 교환학생에 합격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붙을 거란 기대를 별로 안 하신 눈치였는데 아무튼 붙어서 축하받았다.


내가 지원해 합격 통보를 받은 대학은 멕시코의 몬테레이 공과대학(TEC: Tecnologico de Monterrey), 멕시코시티 캠퍼스다. 멕시코 하면 마약 카르텔, 부정부패, 총..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위험한 곳을 왜 가려고 하냐며 만류했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친구도 있었고, 만약 그곳에서 마약상이 되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치킨 사먹게 2만원만 달라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곳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그리고 교환학생이 아니면 그 먼 중남미 지역을 또 언제 가보겠는가!


멕시코 교환학생은 포털에 검색해도 별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스페인어도 할 줄 몰라서 현지 정보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 앞으로의 교환일기는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일기'를 적어 나가기도 할 것이지만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많이 포함하고 싶다! 출국일이 다가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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