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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 Dec 15. 2016

남미, 시작은 리마

아직까지는 혼자하는 여행

12월 8일
하루가 길다. 아침 일찍 나와야 하는데 혹시라도 못일어날까봐 밤을 새고 공항에 해가 뜨기 전에 도착했다. 비행기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다가 인생에서 기쁜 일을 꼽으라면 세 번째 안으로 꼽힐만한 소식을 지구 반대편에서 전해듣게 되고, 나와는 다른 곳으로 떠나는 언니와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면서 길고 긴 하루를 보냈다.

DELAYED. 게이트 표시 조차 안 되고 있는 리마행 비행기

10시 5분 이륙 예정이던 비행기는 13분이 되어도 탑승구 개방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 게이트에서 9시 45분 이륙 예정이던 보고타행 비행기는 15분 일찍 출발했던 거에 비해서 내가 타려는 리마행 비행기는 감감무소식이다. 스크린에서 갑자기 리마행 항공편이 사라져서 잠시 당황했지만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조회를 해보니 1시간 30분이 지연되었다고 알림이 뜬다. 바뀐 게이트로 이동해서 계속 기다렸지만 비행기는 결국 2시간이 지연되어 12시 5분이 되어서 이륙한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보이던 커다란 트리

멕시코시티에서 리마가 지도에서 볼 때는 별로 안 멀어 보였는데 아무래도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하는 거니까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려 8시간. 리마에 도착하니 7시, 해가 어둑어둑 져가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바꿔 온 달러를 페루 화폐로 환전하고, 유심칩을 사려고 했지만 야간버스 시간을 놓칠 것 같아 우버를 불러 공항을 떠난다.
멕시코에서 미리 알아보고 온 리마공항의 택시 가격은 정말 비쌌다.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데만 해도 최소 50솔(2만원)을 부른다고 하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에 있는 버스 터미널 쪽으로 나가려면 그보다 더 많은 택시비를 요구한다고 한다. 심지어 큰 지폐를 내면 잔돈이 없다며 거슬러 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꽃청춘을 보면 이적도 그 수법에 당한다) 그래서 미리부터 바가지쓰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우버를 사용하기로 했다. 버스 터미널까지의 우버 풀 가격은 겨우 26솔(1만원 정도)! 공항 앞에서 택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우버를 불렀다고 하니까, 얼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26솔이라고 했더니 26솔? 베리 칩 프라이스! 하면서 택시 생태계를 파괴하는 우버에 대해서 불평하는 듯한 스페인어를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하지만 자본주의란 그런 거에요 선생님..
우버풀이라서 그런지 날 태우고 손님을 두 명이나 더 태운 후에 돌아 돌아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원래는 20분이면 갈 거리였겠지만 1시간 좀 더 걸려서 도착했다. 하지만 로빈이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가진 게 시간이고 어차피 제일 늦은 야간버스를 탈 작정이었기에 리마 시내 드라이브를 즐겼다. 택시가 구시가지 쪽으로 먼저 들어가서 그런지, 리마의 첫인상은 오토바이 없고 덥지 않은 베트남이었다.
와라즈까지는 버스로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터미널 와이파이로 대충 생존신고를 하고 버스에 올라타 숙면을 취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남미에서의 첫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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