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으로 다시 살펴보는 바이러스 전염병들
2019년말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집단 발병해 전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외 국가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며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요. 우한 폐렴의 원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발생한 사스부터 조류 인플루엔자, 서아프리카를 강타한 에볼라, 많은 사상자를 낸 신종 플루와 메르스 등 인류를 위협한 바이러스 질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002년 12월에 등장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는 처음엔 어떤 병인지 몰라 괴질로 불렸습니다. 중국 광둥에서 사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한 명의 중국인 의사가 홍콩에 투숙하며 빠른 속도로 전염병을 확산시킨 것이 결정적인 피해였습니다.
그 후 8개월 동안 30개국에서 8099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774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9.6%에 달했습니다. 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잠복기는 2∼7일입니다. 초기 증상은 38℃가 넘는 고열이 나며 오한, 두통, 근육통이 수반됩니다. 뒤이어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혈중 산소농도의 저하 현상이 나타나죠. 심각한 경우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합니다.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을 보신용으로 식용한 인간의 욕망이 사스의 원인이었음을 입증했습니다. 광둥성의 식용 야생동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사향고양이, 너구리, 흰 족제비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채취해 사스 바이러스와 비교한 결과 유전적으로 99.8% 동일하게 나타난 거죠. 백신은 아직도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사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이 자그마치 100여 가지라서 그에 대응하는 백신을 일일이 다 개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는 1997년 홍콩에서 처음 감염자가 확인됐으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감염자가 발생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총 413명이 감염되고 256명이 사망했습니다. 또한 2013년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에도 40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스보다 3배가량 높은 치사율을 나타내며 지구촌에 위협으로 다가왔죠.
감염자는 주로 시장이나 농장에서 가금류와 가깝게 생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직이나 배설물, 동물 시체 안에서도 오래 살며, 특히 낮은 온도에서 생존 기간이 길어 겨울철에 유행합니다. 본래 조류에게만 감염되지만 인체에 감염된 경우 높은 사망률을 보여 인간 전염병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대해 세계 의학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증상은 일반 독감과 비슷합니다. 높은 열에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하며 때로 결막염도 일으킵니다. 국내에서는 H5N8형 바이러스가 조류에게 감염돼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개발돼 65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 113명에게 실험 백신을 투여한 결과 강한 면역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신종 플루는 2009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발열, 기침, 구토로 내원한 10세 어린이에서 최초로 검출됐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겨난 바이러스로 당시 전 세계 사람에게 호흡기 질환을 퍼뜨렸죠. 지금까지 없다가 새로이 나타난 인플루엔자라는 뜻으로 ‘신종 플루 A(H1N1)’로 불리게 됐습니다.
최근 미국 조지워싱턴대 세계보건학과 론 시몬슨 교수팀이 신종 플루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를 20만 3000여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2009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미국, 유럽 등 21개국 질병 사망환자 중 신종플루의 합병증인 폐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당시 사망한 환자들이 65세 이하로 비교적 젊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신종 플루의 증상은 37.8℃ 이상의 고열과 기침, 인후통, 근육통 등이 함께 나타납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회복됩니다. 신종 플루의 대유행 이후 예방백신이 많이 보급됐고 치사율도 일반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A형 독감, 즉 계절 독감으로 불리고 있죠. 대체로 가볍게 지나가지만 면역 취약층에서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의 발생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어요.
에볼라는 1976년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습니다. 그 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강 주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와 유사한 질병 증상이 보고된 후부터 유래했습니다. 당시 감염자는 602명, 사망자는 431명이었습니다. 1995년 콩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 245명이 사망했으며, 2013년 말 서아프리카를 덮쳐 2만 6628명을 감염시키고 1만 1020명을 숨지게 만들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나 음식물이 아닌 환자의 피나 대변, 소변, 침과 정액이 상처 난 피부나 점막에 닿아 감염됩니다. 감염 초기에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힘든데요. 인체에 침투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라(비장)와 같은 내장기관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3주까지 잠복기를 가집니다. 잠복기가 끝나면 온 몸의 혈관이 터져 피가 나와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압 및 쇼크사로 사망합니다. 치사율은 90%로 알려졌지만 위생적인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70%까지도 치사율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중동판 사스로 불리는 메르스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의 줄임말입니다. 2012년 9월 사우디에서 감염자가 첫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총 23개국 1142명의 환자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중 46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40%에 이릅니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일에서 14일로, 38℃ 이상의 발열을 유발해 기침과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일으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만성질환과 면역기능 저하를 불러오는데요. 신장 기능 이상에 따른 신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만의 특징입니다. 환자의 9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생했으며 낙타와 접촉한 뒤 감염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메르스는 바이러스 분리와 유전자 검사, 항체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합니다. 하지만 항바이러스나 예방백신이 없어 증상에 따른 내과적 치료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 호흡기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해외에서는 낙타 및 낙타 관련 음식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및 참고
<바이러스와의 영원한 전쟁>, 과학동아 1996년 12월호
<사스(SARS) FAQ 8문 8답>, 동아사이언스 2003년 05월 09일자
<“2009년 신종플루로 20만 명 이상 사망”>, 동아사이언스 2013년 11월 27일자
<‘21세기 흑사병’ 에볼라 1년… 7588명 사망, 1976년의 18배>, 동아일보 2014년 12월 26일자
<사스보다 치명적인 메르스, 한국에도 확산되나>, 동아사이언스 2014년 05월 12일자
2015.05.26
이종림 객원기자 lumen002@naver.com
기사 원문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7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