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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mu Mar 21. 2017

013 하늘을 보지 못하고 바람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좋아하는 게 많다.


보랏빛 들판, 움직이는 구름, 유보 없는 장대비, 여행하는 강아지, 이끼 낀 석탑, 숲의 서늘함, 김이 나는 가래떡, 새들의 장난, 소쿠리 가득 귤, 시골집 대청마루, 할머니의 깨강정, 갈매기의 비행, 어둠에 잠긴 산등선, 짙고 캄캄한 밤, 경쾌한 달빛, 순수한 매화 향기, 설탕 뿌린 토마토, 너울거리는 강물, 돌고래의 헤엄, 들썩이는 파도, 무더위 냉찜질, 고양이 낮잠, 분홍빛 새벽, 봄의 흙냄새, 소나무 그림자, 오늘도 분주한 작고 작은 생명들.     


그것들을 잃는다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생태사상가 사티쉬 쿠마르는 말했다.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우리의 사랑 때문에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나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며칠 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기 때문이다. 옥상에 널어둔 빨래가 걱정되고 길가에 놓인 과일장수의 딸기, 포도, 오렌지가 미덥지 않다. 난 오늘도 사방이 막힌 방에서 요가를 했다.     


하늘을 보지 못하고 바람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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