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디어와 BM, 그리고 업의 본질에 관련해서 내가 설명할 때 주로 드는 예시는 백종원 선생이 골목식당에 나와 보여주었던 '김밥집 멸치'에 대한 이야기다.
김밥집에 새로운 메뉴를 하나 추가해주겠다며 멸치 김밥 이야기를 시작한 백선생은 일단 큰 멸치로 어묵을 위한 육수 국물을 만든다. 이 멸치와 육수 재료들을 다시 모아서 다른 음식에 활용할 수 있는 맛간장의 베이스로 사용하고, 다시 이 멸치와 육수를 이용해 달걀 장조림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남은 멸치를 볶고 추가 양념을 해서 멸치 김밥의 재료로 사용한다.
그 전에는 그저 육수용으로만 사용되고 버려지던 재료를 맛간장, 장조림, 김밥 재료로 영혼까지 탈탈 털어 재활용하는 것.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사업 아이디어는 '멸치 김밥' 수준이 대부분이다. 떠올리기는 쉽지만, 막상 경쟁사보다 더 월등한 원가 구조나 차별성의 지속성 등에서 어려운 도전 과제.
비즈니스 모델은 이 멸치 김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맛이나 조리 방법 등에 특화를 하고 비법 소스를 만드는 정도가 된다. 이걸로도 단골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역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라는 건 결국 김밥은 맛도 중요하고 다른 곳에서 보기 쉽지 않은 차별화된 메뉴도 중요하지만 가성비를 따질 수 밖에 없는 저렴하고 빨리 먹고 싶어하는 식사라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 판매 또는 프리미엄 분식을 지향한다면 업의 본질이 다를 것이어서 다른 고민이 필요하겠지)
흔하지는 않아도 다른 곳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멸치 김밥이지만 백선생이 현실화시켜낸 재활용의 정도라면 원가에서 상당한 이득을 가질 수 있다. 몇 백원의 원가도 중요한 김밥집에서 정말 중요한 힌트다. 이런 식의 아이디어들을 김밥 외에도 다른 메뉴에도 적용하거나 꼭 메뉴가 아니더라도 운영 측면에서 이를 적용할 방법 ('규모의 경제')을 계속 고민한다면 맛과 가격, 속도를 모두 따져야 하는 분식업에서 장기 지속 가능한 차별화 요소를 내재화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가 되면 이 김밥집의 BM은 단순한 '멸치 김밥집'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한 운영 효율성을 갖춘 분식집'이 된다. 여기에 이런 개선 아이디어들이 계속해서 축적되고,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된다면 대형 체인 사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될게다. 단순 아이디어보다 백만배 차별성을, 지속 가능하게 갖춘 업체가 되는 것.
내가 종종 아이디어나 BM보다 '운영'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너무 '원가나 비용'만 강조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업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생각해보자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