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Apr 14. 2024

아이디어, BM 그리고 업의 본질


김밥집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한다고 생각할 경우 대부분은 '뭔가 재료나 모양이 특이한 김밥'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고민과 검증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카피엔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내가 만든 새로운 김밥이 좀 팔린다 싶으면 하루 이틀이면 옆 김밥집에서 동일한 이름의 김밥을 팔거다. 사업 아이디어는 이 정도의 의미를 갖기 쉽다. 


경쟁사가 카피하기 조금 더 어려운 요소는 김밥을 만드는 방식이나 김밥을 제공하는 방식의 변화 같은 것들일 것이다. 가령 키오스크나 어플 등을 통해 원하는 김밥 재료를 선택하면 전자동화된 김밥 조리 라인이 가동되어 내가 원하는 재료로만 구성된 김밥이 튀어나오고, 그 외에 추가적인 단무지나 국물 등은 옆에 진열해놓는 식의 무인 또는 1인 운영 매장을 떠올릴 수도 있고, 아예 공장에서 생산, 냉동해서 매장에 가져다 둔 뒤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매장내 전자레인지 등을 통해 제공하는 매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서의 김밥 메뉴 차별화 시도보다는 차별성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갈 수 있을게다. 이유는 오퍼레이션 구성 자체가 남들이 카피하려고 해도 많이 복잡하기도 하고, 김밥 조리 라인이나 냉동 김밥 제조 및 해동에 대해 R&D 등이 있어야 하며, 매장 내 인력 운영 최소화 방안도 테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재미있어 하거나, 편리해 하면서 소비하기 때문에 김밥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는 의미가 있어서 어느 정도 사업화가 가능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런 사업이 지속 가능하게 차별화할 수 있냐면 그건 쉽지 않은 이야기. 경쟁력이 있을 수도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겠지만 몇 달 정도면 카피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경쟁사보다 앞서있기 쉽지 않다. 


앞서의 두 요소, 재료나 모양이 좀 다르고, 조리 및 제공 방식이 다른 형태이면서 이에 대해 원재료 조달, 조리, 제공 및 취식 방법에 맞춰 운영 뒷단의 일들, 즉 구매처 선정, 재료 조달 및 전처리, 가공 및 조리, 물류 및 매장 운영의 효율화 등 사소할 수도 있지만 단가와 마진에 아주 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모두 align시켜서 제대로 된 고객 가치를 줄 수 있다면 그 때는 앞서의 이야기보다 좀 더 차별성을 지속하는 일이 된다. 


김밥이 빠르고 저렴하게 먹는 분식이지만 맛에서는 양보하기 힘든 음식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김밥의 원래 가치에 맞춰 매장에서 파는 김밥임에도 편의점 김밥 정도 가격이지만 품질과 취식할 때의 맛을 월등히 좋게 할 수 있다든지, 재료는 프리미엄이지만 인건비 등 변동비를 최소화해서 타 경쟁사와 유사한 가격이지만 맛과 품질이 월등히 좋다같은 식으로 구성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말은 쉽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만 떠올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고, 매장 운영 정도를 새롭게 하는 것보다도 많이 어렵다. 특히 뒷단의 운영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품질을 유지하고, 이를 매뉴얼화해서 매장을 늘려갈 기반을 만드는 일은 음식점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아득한 일일게다. 일본의 요시노야 규동집 같은 식으로 맛과 가격이 고객의 기대치에 충족되고, 그 맛과 가격을 실현시켜내기 위해 뒷단에서 무한대의 고통스러운 최적화 과정을 진행시켜내는 것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업의 본질과 연결시켜내는 일이다. 


우리가 잘 아는 김밥집이라는 사업만 생각해봐도 지속 가능한 차별성을 만들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도 준다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일시적인 성공을 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물론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단순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경쟁사보다 최소한 한 두 달은 '계속 앞서나갈 방법'을 떠올리는 것이 필수인데, 훨씬 어렵다. 이렇게 떠올린 방법이 고객의 니즈와 일치해야 하는 것이니까. 


사업을 준비할 때 또는 사업이 정체되어 있을 때 여기까지 생각해내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업을 만든다고 할 때 그 업이 진짜 어떤 이유로 고객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고, 경쟁사에게 가지 않고 나에게 오는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 떠올려봐야 하는 것. 제품의 새로운 특성이나 파는 방법을 새롭게 생각해내는 것은 그저 아이디어일 뿐이고, 그걸 실현하기 위한 방법까지 떠올려내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아이디어보다 비즈니스 모델과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월등히 중요한 이유.

매거진의 이전글 "기존보다 훨씬 편한데, 사용하지 않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