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Mar 21. 2024

"기존보다 훨씬 편한데,
사용하지 않을까요?"

Value proposition 이야기


극초기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서 '고객들이 기존의 방식이 매우 불편한데, 이걸 충분히 편하게 만들어서 제공하면 고객들이 모일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당연히 앱 서비스나 데이터 관련 서비스, 그리고 SaaS 등의 경우에서 매우 잘 보인다. 창업자가 실제 그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런 확신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초기 고객 유인 및 활성화 방안은 별로 고려하지도 않고 그 뒤에 어떻게 사업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계속한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아주 잘 생각해보면 상당히 불편한 일들이 많지만, 의외로 그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나 도구가 새로 생겨도 이걸 잘 선택하지 않고 기존의 방법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냥 기존의 방법대로 계속 사용한다. 


불편함을 못느껴서가 아니고, 관성이라는 것은 우리 두뇌가 기본적으로 어지간한 혜택으로는 기존 방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고, 이 두뇌의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의 거부감이 기존 방식의 불편함을 대부분 이기기 때문이다. 


두뇌는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고, 새로운 것을 덜 배우고, 새로운 것을 덜 시도해보며, 기존의 방식에 큰 문제가 없으면 그걸 유지하는 쪽으로 진화한 도구다 (물론 이 정반대의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건 무조건 해봐야 하고, 안해보던 짓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 경우 두뇌는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거냐?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이 경우엔 호기심이라는 이름으로 덮힌 두뇌 신경 전달물질 중독이거나, 자기 조절 능력의 부족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아헤매는 것 자체가 자기에게 '익숙한' 행동 패턴인 경우다. 새로운 것 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 어지간한 유인책으로는 이걸 바꾸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이런 행태에 대해 '습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전 세계 문화권 어디에서나 사람을 이기는 매우 강력한 힘이라고 할까. (집단이 습관을 가지면 그건 '관습' 또는 '관행'이라고 한다. 이거 집단에 들어가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꾸기 쉽지 않던가) 


서비스를 설계할 땐 단순히 '기존 것 대비 월등히 편리하다'는 것을 대체로 매우 부족한 value proposition이다. 이보다 훨씬 강력한 유인이 필요하다.


궁금한 사람들은 쿠팡이 2013~14년 소셜 커머스에서 온라인 커머스로 변신하면서 로켓배송을 만들고 나서도 기저귀 가격을 얼마나 살벌하게 DC해서 팔았는지를 찾아보면 이해가 될거다.


www.memanual.co.kr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 초창기 3개월의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