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proposition 이야기
극초기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서 '고객들이 기존의 방식이 매우 불편한데, 이걸 충분히 편하게 만들어서 제공하면 고객들이 모일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당연히 앱 서비스나 데이터 관련 서비스, 그리고 SaaS 등의 경우에서 매우 잘 보인다. 창업자가 실제 그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런 확신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초기 고객 유인 및 활성화 방안은 별로 고려하지도 않고 그 뒤에 어떻게 사업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계속한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아주 잘 생각해보면 상당히 불편한 일들이 많지만, 의외로 그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나 도구가 새로 생겨도 이걸 잘 선택하지 않고 기존의 방법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냥 기존의 방법대로 계속 사용한다.
불편함을 못느껴서가 아니고, 관성이라는 것은 우리 두뇌가 기본적으로 어지간한 혜택으로는 기존 방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고, 이 두뇌의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의 거부감이 기존 방식의 불편함을 대부분 이기기 때문이다.
두뇌는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고, 새로운 것을 덜 배우고, 새로운 것을 덜 시도해보며, 기존의 방식에 큰 문제가 없으면 그걸 유지하는 쪽으로 진화한 도구다 (물론 이 정반대의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건 무조건 해봐야 하고, 안해보던 짓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 경우 두뇌는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거냐?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이 경우엔 호기심이라는 이름으로 덮힌 두뇌 신경 전달물질 중독이거나, 자기 조절 능력의 부족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아헤매는 것 자체가 자기에게 '익숙한' 행동 패턴인 경우다. 새로운 것 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 어지간한 유인책으로는 이걸 바꾸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이런 행태에 대해 '습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전 세계 문화권 어디에서나 사람을 이기는 매우 강력한 힘이라고 할까. (집단이 습관을 가지면 그건 '관습' 또는 '관행'이라고 한다. 이거 집단에 들어가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꾸기 쉽지 않던가)
서비스를 설계할 땐 단순히 '기존 것 대비 월등히 편리하다'는 것을 대체로 매우 부족한 value proposition이다. 이보다 훨씬 강력한 유인이 필요하다.
궁금한 사람들은 쿠팡이 2013~14년 소셜 커머스에서 온라인 커머스로 변신하면서 로켓배송을 만들고 나서도 기저귀 가격을 얼마나 살벌하게 DC해서 팔았는지를 찾아보면 이해가 될거다.